주간동아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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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차 본고장 유럽의 가성비 전기차

[조진혁의 Car Talk] 현대차 인스터, 르노 5 E-테크, 시트로엥 e-C3 인기… 도심 주행 최적화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11-06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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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래식한 디자인과 도심 주행에 적합한 성능으로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전기차(EV) ‘르노 5 E-테크’. 르노 제공

    클래식한 디자인과 도심 주행에 적합한 성능으로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 전기차(EV) ‘르노 5 E-테크’. 르노 제공

    소형 전기차(EV)가 유럽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게 놀라울 일은 아니다. 좁은 골목이 많고 주차 공간이 협소한 오래된 도시에서는 작은 차의 실용성이 부각되기 마련이다. 유럽 대도시 상당수가 내연기관 차량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것도 소형 EV 인기를 뒷받침한다. 작지만 제대로 만든 주요 브랜드의 전기차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좁은 골목길도 거침없이 달린다 

    현대차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는 최근 유럽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모델이다. 현대차의 첫 글로벌 소형 EV로, ‘가장 합리적인 도심형 전기차’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길이 3825㎜, 폭 1610㎜, 휠베이스 2580㎜의 콤팩트한 차체에, 배터리 옵션은 42kWh 기본형과 49kWh 롱레인지형 두 종류를 제공한다. 유럽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식(WLTP) 기준 주행거리는 각각 327㎞, 355㎞이며 최대출력 84.5㎾(115마력), 최대토크 147Nm(뉴턴미터)를 발휘한다. 직류(DC) 고속충전 시 10~80% 충전이 30분 내에 가능하고, 전기차 전력을 외부 장치에 공급하는 V2L(Vehicle to Load) 기능을 지원해 야외에서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 

    ‘르노 5 E-테크’는 현재 유럽시장에서 가장 각광받는 소형 EV다. 1970년대 유럽을 휩쓸었던 소형차 르노 5를 되살린 모델로, 클래식한 실루엣에 LED(발광다이오드) 픽셀 헤드램프와 전동식 도어핸들을 더해 레트로한 미감을 보여준다. 배터리는 40kWh와 52kWh 두 가지 가운데 선택 가능하며 최고출력은 각각 120마력, 150마력이다. WLTP 기준 최대 주행거리는 약 400㎞에 달한다. 주행 성능은 0→100㎞/h 가속 8초대, 최고속도 150㎞/h로 도심 주행에 이상적이다. 전자식 서스펜션과 저중심 배터리 배치 덕분에 코너링 안정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시트로엥 e-C3’와 이탈리아 ‘피아트 그란데 판다’도 소형 EV를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다. 둘 다 스텔란티스그룹 산하 브랜드로, 스텔란티스가 구축한 전동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되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아냈다. 먼저 시트로엥 e-C3는 프랑스식 실용주의가 돋보인다. 44kWh 배터리를 탑재해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약 320㎞다. 모터 출력은 111마력(83㎾) 수준이며, 0-100㎞/h 가속은 10초대 초반이다. 가격은 유럽 주요국에서는 2만 유로(약 3300만 원) 초반대로, 이는 내연기관 B세그먼트(소형) 차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피아트 그란데 판다는 좀 더 감성적 접근을 취한다. 1980년대부터 이어진 판다 라인업의 명성을 계승하면서 전동화 시대 감각을 입힌 모델이다. 44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약 320㎞의 주행거리를 확보했고, 전륜구동 기반의 111마력(83㎾) 모터를 탑재했다. 0~100㎞/h 가속은 약 11초, 최고속도는 132㎞/h 정도다. 자연스러운 소음과 승차감, 짧은 휠베이스가 주는 경쾌한 코너링은 도심 주행에 의외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 BYD가 내놓은 ‘돌핀 서프’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시걸’이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얻은 모델이다. 30kWh 또는 43.2kWh 배터리를 탑재해 WLTP 기준 220~310㎞를 주행하고 출력은 74마력을 발휘한다. 유럽 출시가는 1만9990유로(약 3300만 원)에서 시작되며, 실내에 10.1인치 회전형 디스플레이와 음성인식 시스템이 탑재됐다. 주행 성능은 가속감이 폭발적이지 않지만 가볍고 조용하다. 

    차체 하단에 블랙 범퍼를 덧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느낌이 나는 ‘시트로엥 e-C3’. 시트로엥 제공

    차체 하단에 블랙 범퍼를 덧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느낌이 나는 ‘시트로엥 e-C3’. 시트로엥 제공

    빠른 충전과 합리적 주행거리도 장점

    폭스바겐 ‘ID.2ALL’은 2026년 양산을 앞두고 있다. 166㎾(226마력) 모터 출력을 갖춘 전륜구동 모델로, WLTP 기준 450㎞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길이 4050㎜, 휠베이스 2600㎜로 소형 해치백인 골프보다 약간 작지만, 490L의 넓은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실내에 12.9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와 물리적 볼륨 조절 다이얼 등을 배치해 편의성을 높였다. 복잡한 인터페이스로 비판받던 기존 ID 시리즈의 단점을 보완한 결과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기반으로 설계돼 효율성과 안정성이 높고, 전륜구동임에도 배터리 배분이 균형적이라 민첩하다는 평가가 많다. 

    소형 EV가 유럽에서 도심 이동과 주차, 충전에 최적화된 형태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은 한국시장에 시사점을 준다. 주차 공간이 협소하고 도로 폭이 좁은 국내 도심 환경 또한 작은 차에 적합하다. 여기에 배터리 용량이 작아 충전이 빠르고 인프라 부담도 적은 소형 EV가 늘어난다면 전기차 보급 속도는 한층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실용적인 전기차가 한국에서도 새로운 도심형 모빌리티 표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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