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4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2025 몽골 포럼’이 개최됐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동북아 평화 발전과 한반도 통일’을 주제로 한 ‘2025 몽골 포럼’이 6월 20~2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개최됐다. 글로벌피스재단(GPF), 원코리아재단,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등이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은 24일 공식 행사를 비롯해 사전 행사인 리트리트(비공개 토론 및 산림 복원 활동), 병행 세션인 청년 리더십 포럼 등으로 구성됐다. 몽골 포럼은 남북한 모두와 외교 관계를 맺은 국가이자 1990년대 초 민주주의로 이행한 몽골에서 ‘통일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포괄적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2018년부터 열리고 있다.
글로벌 정치·외교안보 전문가 참석
6월 24일 공식 행사는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의장의 개회사로 시작을 알렸다. 서 의장은 “코리안 드림은 ‘어떻게 통일할 것인가’가 아닌, ‘통일 이후에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라는 더 큰 비전에서 출발한다”면서 “단지 분단을 끝내는 게 아니라, 민족 건국이념인 ‘홍익인간’에 근거해 통일 한국이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이끌고, 인류 전체에 희망을 주는 나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통일의 진정한 주역은 시민”이라며 “시민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열망이야말로 통일의 원동력이고, 그게 우리가 지난 수년간 대중 캠페인 등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나눠 온 이유”라고 덧붙였다.행사에는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센터 부대표(미 육군 특수부대 예비역 대령)를 비롯해 미 보수 성향 싱크탱크 카토(CATO)연구소의 더그 밴도 선임연구원, 로버트 조지프 미 국립공공정책연구소(NIPP) 선임연구원(전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차관), 몽골 비핵화 관련 비정부기구(NGO) 블루배너의 자르갈사이칸 엔흐사이칸 회장(전 유엔 주재 몽골대사) 등 글로벌 정치·외교안보 분야 전문가가 다수 참석했다.
이날 맥스웰 부대표는 “한반도 문제에 대한 내 철학은 ‘통일이 먼저, 그다음이 비핵화’로 요약할 수 있다”면서 “미국은 지난 40년간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기에 이제 자유 통일을 포함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때고, ‘트럼프 2기’는 (이에 관한) 전례 없이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실행할 기회”라고 견해를 밝혔다. 밴도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를 한반도 통일이라는 복잡한 문제에 관여케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며 “통일을 지지하는 게 노벨상 등 트럼프의 외교적 유산에 도움이 된다는 강력한 비전을 제시하면 미국이 긍정적으로 움직일 테고, 통일에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행사 종료 직후 참가자들은 “통일된 한반도가 홍익인간 이념에 부합하는 지역 안정과 발전의 중요 축이 될 것이며, 코리안 드림 비전이 이 지역 화해, 통합, 자유, 인권, 평화 구축 등을 위한 변혁적 모델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는 내용의 ‘2025 몽골 포럼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통일, 정치로만 접근하지 않아야”

2025 몽골 포럼 참가자들이 6월 23일 울란바토르 IC파크에서 나무를 심고 있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태국인 준타 씨는 “한반도 평화는 세계 평화와 연결돼 있는 만큼 나와 관련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많은 경우 분쟁은 종교나 민족 간 갈등에서 비롯되는데 남북한은 민족, 언어, 문화가 모두 같고 서로에 대한 적개심이 없어 통일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미래”라고 말했다. 명지대 2학년에 재학 중인 양혜원 씨는 “통일이라는 주제가 멀게 느껴지는 이유는 너무 정치적 관점에서만 접근하기 때문”이라며 “탈북자를 만나고 시민 간 협력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다 보니 관심이 생겼고, 나와 같은 젊은 세대가 통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들 청년 리더는 몽골 포럼 기간 중 날라이크 지역에서 말을 타고 ‘38선’을 상징하는 38㎞를 주파하는 챌린지에도 도전했다.
한편 전체 참가자들은 몽골 정부가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10억 그루 나무 심기’ 캠페인에 동참하고자 6월 23일 울란바토르 IC파크를 찾아 120그루 나무를 새로 심었다. 2022년 조성이 시작된 IC파크는 35만㎡ 규모의 도심 공원으로, 몽골 사막화 방지 및 도시 녹지 복원을 목표로 한다. 글로벌피스재단 등 몽골 포럼 주최 측은 매년 포럼 개최와 함께 이곳에서 식수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이 환경 만들고 남북한 시민이 지지하면 통일 온다”
서인택 공동의장 “몽골 포럼·한강대축제, 피플 파워 키우는 과정”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공동의장이 6월 24일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글로벌피스재단 제공
-몽골이 한반도 통일 과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다고 보나.
“몽골은 북한에 평화로운 체제 전환이라는 영감을 줄 수 있는 나라다. 몽골 인민당 전신인 공산당은 체제 전환에 협조해 지금도 집권 여당으로서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다. 또 몽골 경제는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북한과 굉장히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몽골이 스스로 하나의 모델이 돼 북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게 한국에만 도움이 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다. 몽골은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 있는 내륙 국가로 엄청난 자원을 갖고 있음에도 경제성이 전혀 없다. 한반도 통일, 비핵화가 이뤄지면 몽골 지역도 안보적으로 안정되면서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6자회담+1’ 등 형태로 몽골이 한반도 문제의 주요 이해 당사자로서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거라고 본다.”
-몽골 포럼, 한강대축제 등 행사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최근 북한 상황을 먼저 설명하자면 지금 북한에서는 체제 종말기 현상들이 엿보인다. 배급 경제는 이미 무너진 지 오래고, 2022년에는 주체사상의 핵심인 민족통일 개념을 포기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어려워지면서 러시아 파병까지 선택했다. 이런 가운데 대외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골든돔’을 언급하는 등 안보 문제에 레이건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1980년대 실제 기술을 갖고 있지도 않은 ‘스타워즈 프로젝트’(SDI·전략방위구상)로 소련을 무너뜨리고 독일 통일의 초석을 놨다.
이 말인즉슨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통일에 대한 시민들의 지지가 중요한 시점이라는 뜻이다. 독일 통일 당시 영국, 프랑스 등 주변국은 모두 이를 반대했다. 동독 정권도 권력을 내려놓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이 환경을 만들었고, 동서독인들이 거대한 물결이 몰아치듯 강력하게 통일을 원하면서 현실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통일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큰 시점에 통일에 대한 시민적 공감대를 빠르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제까지 북한에 ‘이게 우리의 통일 비전이다’ ‘이런 통일 국가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제대로 된 메시지를 낸 적이 없다. 몽골 포럼, 한강대축제는 북한에 통일을 하나의 옵션으로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피플 파워’를 키우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
-한강대축제 이후 활동 계획을 들려준다면.
“(북한 체제의 지속은) 이제 길어야 3~5년이다. 이 기간에 ‘코리안 드림’ 비전을 북한에 최대한 많이 전달해야 한다. 이제까지 한국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통일 한국’ 이미지를 상상하게 했다면 앞으로는 더 구체적인 통일 관련 콘텐츠를 개발하고 공유해야 한다. 왜 한국은 잘사는지, 시장경제가 어떤 건지, 자유가 무엇인지 등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 한국에서도 젊은 세대가 ‘통일은 경제적으로 손해’라는 오해를 바탕으로 부정적 태도를 갖지 않도록 관련 정규 교육이 추가돼야 한다. 한강대축제 이후 더 큰 규모의 시민 주도 운동과 함께 이 같은 활동들을 해나가고자 한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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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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