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여의천에서 산책을 하던 방(49) 씨의 말이다. 여의천 인근에서 사는 방씨는 3일 오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여의천 강변길을 따라 산책했다. 문제는 서울시가 호우로 인한 강변 범람에 대한 우려로 여의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출입통제된 하천에서 시민들 산책
서울 서초구 여의천의 강물 범람 흔적. [최진렬 기자]
3일 오후에 찾아간 여의천은 강남구 양재천으로 흘러가는 지방하천이다. 청계산에서 유입되는 물이 여의천에 모여들어 양재천으로 합류한다. 집중 호우가 발생할 경우 급격히 불어난 계곡물로 인해 여의천의 수심 역시 순식간에 높아질 수 있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는 “호우로 인해 15~20분 사이 급격히 수위가 올라갈 우려가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강변 출입 통제를 했다. 여의천 역시 이곳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3일 오후 방문한 여의천 강변 산책로에서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도보로 다니거나 자전거를 타는 등 제각각이었다. 방모 씨 역시 이들 중 한 명. 방씨는 “하천 옆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사실을 들어보지 못했다. 비가 내리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많이 산책을 하고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길도 열려 있어 별 고민 없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강변은 강수로 인한 범람한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산책로 곳곳에는 강이 범람하면서 밀려온 스티로폼 박스와 플라스틱 통이 널브러졌다. 다리 밑 낮은 산책로의 경우 하천이 범람해 진흙이 바닥에 가득 깔려있기도 했다. 이날 여의천에서 자전거를 타며 운동을 하던 이모(74) 씨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대적으로 낮은 강 왼쪽 지역의 경우 물이 산책로까지 넘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는 “아직까지는 위험할 정도로 강이 범람한 적은 없다. 이만한 운동 공간을 찾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3일 출입이 통제된 여의천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최진렬 기자]
사고 이틀 뒤 재난문자 발송
하천변 출입 통제에 대해 지자체가 ‘뒷북 대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재난안전포털 확인 결과 이번 호우로 최초 사망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관악구의 경우 사망 사고 발생 전까지 하천 위험지역에 대한 별도의 긴급재난문자 경보가 없었다. 임모 씨가 숨진 8월1일 이후 이틀이 지난 3일에야 관악구청은 ‘도림천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여 재난발생이 예상되니 반드시 출입을 금지’해 달라는 내용의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관악구청 측은 “이전까지 긴급재난문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비 목적으로 사용했다”면서 “7월31일부터 임모 씨 발견 직전인 8월1일 12시 25분까지 도림천에 설치된 스피커로 ‘강우 시 하천 밖으로 이동해 달라’고 30회 알렸고, 현재에도 안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집중 호우로 재난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때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총체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강변 길의 경우 거리가 길고 입구가 다양해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며 “강변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한 안내 외에도 긴급재난문자 등 가용 가능한 시스템을 최대한 동원해 모든 시민들이 빠짐없이 관련 정보를 받을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지자체에서 출입 통제 이유를 바르게 설명한다면 시민들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안전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8월4일 오전 6시 기준 집중호우로 인한 사망자는 서울 1명을 포함해 전국에서 12명에 달했다. 실종자는 14명이며 부상자는 7명이다. 수도권 이외 다른 지역은 주로 산사태로 인한 토사 매몰로 잇달아 인명 사고가 났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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