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한의 세상 관심법

자존심 상한 아베의 심리 상태

南北美 중심 정세에서 소외된 탓?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입력2019-07-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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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뉴시스]

    [AP=뉴시스]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규제 조치로 온 국민이 반일 감정에 휩싸였다. 일본은 7월 초 반도체 핵심 소재 3개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하겠다고 밝혔고, 한국을 화이트 국가(수출 우대 국가) 리스트에서 제외하겠다고 고시했다. 일본은 해당 제품이 군사적 목적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한국 사법부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보복으로 여기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대어 대비책을 주문했고, 7월 15일에는 “일본의 경제제재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며, 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경고했다. 

    편의점 진열대에서 일본 제품이 빠지고, 일본 회사 매장들이 한산해지는 등 민간 영역에서도 반일 대응이 일어나며 한일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누구는 이 문제를 외교 차원에서 잘 풀어야 앞으로 국내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 하고, 누구는 이참에 반도체 부품과 소재를 자체 개발하거나 수입 대상국을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 의견이든 한국이 앞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같다. 필자는 경제 전문가가 아니어서 자세한 산업 현장의 목소리는 알지 못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관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문 대통령, 그리고 양국 국민의 마음가짐을 추정, 분석해보고자 한다.

    권력욕 충족 향한 행위

    7월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7월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에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와 관련해 발언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우선 아베 총리는 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을까. 가장 중요한 동기는 영향력 확대로 보인다. 한국을 쥐락펴락하고자 하는 통제의 마음가짐이 숨어 있다. 통제 욕구는 기본적으로 권력에서 나온다. 그는 이미 일본 최고 권력자이므로, 권력 욕구는 어느 정도 충족됐다. 하지만 집 밖으로 고개를 돌려 전 세계를 바라보니 그의 권력 욕구는 상당 부분 충족돼 있지 않은 상태다. 세계 최강국 미국 대통령의 권력에 비하지 못함을 이미 잘 알고 있는 아베 총리는 중국이나 러시아 권력자와 자신을 비교했을 수 있다. 국력의 차이가 곧 자신이 가진 권력의 차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경제력 면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압도했지만, 군사력 측면에서는 오히려 상당히 밀리는 입장이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은 군대를 보유할 수 없고, 전쟁도 수행할 수 없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중국이 미국의 지위를 위협할 만큼 경제대국이 됐다. 그리고 한국의 경제력과 군사력도 상당 부분 향상됐다. 특히 경제적으로 점차 강해지는 한국을 보며 당혹감을 느꼈을 것이다. 최근 북핵 문제 해결 과정 등 동북아 국제질서에서도 유독 일본의 역할이 축소되는 느낌을 받았을 테다.

    ‘이순신 12척 배’와 ‘죽창가’, 허황된 자신감 아니어야

    ‘죽창가’를 언급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SNS 캡처]

    ‘죽창가’를 언급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SNS 캡처]

    그러니 일본의 자존심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직 너희보다 힘이 세다는 것을 알아야 해’라는 말을 이번 경제제재로 한 것일 수 있다. 일본 전범 기업의 배상을 명령한 한국 법원에 대해서도 아베 정권은 ‘이미 지나간 일을 왜 다시 꺼내는가. 게다가 너희 한국이 감히 일본에 명령을 해?’라며 일본인의 반한 감정을 건드려 지지율 상승을 꾀했다. 비록 지지율 하락이라는 역효과에 직면했지만 말이다. 



    만일 한국이 더 세게 나온다면? 아베 총리는 이를 역이용할 것이다. 한국이 일본과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려 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니, 일본은 유사시에 대비해 군사력을 증대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울 개연성이 크다. 더구나 한국과 북한이 힘을 합쳐 일본을 넘어서려 한다는 식의 가상 시나리오로 위기감을 고조시키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개헌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일본의 군사적 재무장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생각은? 우리나라는 정당하며, 일본은 비겁하고 치사하다고 여기는 것 같다. 사실 대다수 국민도 이처럼 생각할 것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과거 만행에 대한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받지 못했으니 법원의 판결은 당연하다. 그간 경제와 과거사 문제를 분리시켜왔음에도 이제 와 갑자기 경제 보복에 나선 일본이 매우 괘씸하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보편적 감정을 잘 알기에, 그리고 반일 의식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 잘 알기에 강공을 하고 있다. ‘기업이 어차피 생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므로 경제적 타격은 그들에게 맡겨놓으면 될 문제다. 정부가 예산과 정책으로 지원하면 한국의 우수한 두뇌들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해 일본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누군가 ‘기술 국산화가 어렵다. 일본에 맞서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면? ‘안 된다고만 하지 말고 하나하나 노력해 풀어가자’고, 원론적이면서도 이상주의적인 답변을 내놓을 것 같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배 12척과 어려울 때마다 난국을 타개해온 한국 국민의 힘에 대해 자주 언급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죽창가’를 언급하며 일본과 맞서 싸울 것을 다짐하는 듯한 모습을 내비쳤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이것이 허황된 자신감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일 양국 국민은 이번 사태에 대해 어떤 마음일까. 먼저 일본 국민은 이웃 나라 한국과 사이좋게 지내길 바라지만, 만일 충돌이 생긴다면 결코 물러설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어느 나라 국민이나 마찬가지다. 본디 이웃 나라란 가까운 동맹인 동시에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큰 상대이기도 하다. 국력이 강할 때 이웃 나라를 기웃거리는 것이 국가 차원의 본능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전쟁까지는 아니어도 영향력은 행사하고자 한다. 그런데 영향력 행사는커녕 ‘이제 너희가 우리 말 좀 들어야겠어’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면? 이성적이면서 양심과 지식을 갖춘 일부 사람을 제외하고는 감정적 싸움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일본 국민은 정부의 한국 경제제재 조치에 대해 ‘잘했어. 이참에 적당히 견제해줘야 해’라며 지지할 수 있다. 

    다만 아베 총리가 꿈꾸는, ‘대일본 제국’이라는 과거로 회귀하기를 원치 않는 일본인이 많기에 이번 상황의 악화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시 말해 제재와 갈등 수위 조절을 아베 총리가 아니라 일본 국민이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인 사이에서는 반일 감정이 대세다. 일본 입장을 헤아려보자거나, 일본 제품 또는 일본 여행을 보이콧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배척되는 분위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일본을 미워하는 것이 한국인의 기본 정서다. 이는 아마도 35년간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역사적 사실이 여전히 집단 트라우마로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가해자는 자기 잘못을 잊기 쉬워도 피해자는 자신의 상처를 쉽게 지우지 못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인은 6·25전쟁이라는 두 번째 거대한 트라우마를 연이어 받았다. 이번에는 같은 민족, 넓은 의미에서 가족에게 당한 것이다. 그리고 기구하게도 첫 번째 가해자인 일본과 동맹을 맺고, 가족이었으나 적이 된 북한과 대립하게 됐다. 그런데 최근 북한과 화해 및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마음가짐이 다소 혼란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동맹국 일본이 ‘원래는 가해자’라는 사실이 부각되고 있으니, 미워하는 마음이 새록새록 올라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근원적 감정과 이성적 사고 사이에 놓인 한국인

    7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9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7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 중단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7월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39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왼쪽). 7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판매 중단 확대를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옆에서 몇몇 사람이 말한다. “우리가 강해지고 더 잘살아야 마음의 상처도 잘 아문다. 전략적으로 일본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대처하자. 정면 대결이 펼쳐지면 한국이 더 다치지 않겠나. 사이좋게 지내 서로 윈윈(win-win)하는 게 더 낫지 않겠나.’ 이것을 ‘토착왜구’가 한 말이라고 조롱하며 배척하는 게 맞을까, 아니면 일리 있고 현실적인 처신이라고 받아들이는 게 맞을까. 물론 그 중간 지점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테다. 

    한국 국민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이것을 양국 정치인이 어떻게 활용할지, 또 일본 국민의 생각과 감정은 어떨지, 마지막으로 한일 간 대립을 지켜보는 미국의 입장과 행동이 무엇일지에 따라 한국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한국 국민의 생각과 판단이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문제는 그것을 잘 알아차려 정치와 외교에 반영하는 국가 지도자의 행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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