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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 떠돈 유령 당직의사

천안 한 병원, 당직 진료기록과 실제 진료 의사 다르다는 의혹 제기… 병원은 “사실무근” 주장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17-11-21 17: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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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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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천안시 한 병원의 응급실 당직 의사 기록이 실제 당직을 선 의사와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야간당직근무를 하지 않은 의사의 이름이 당직근무표와 진료기록에 올라가 있다는 것. 실제 진료한 의사와 진료기록에 적힌 의사가 다르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진료받은 환자의 상태에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진료하지 않은 의사가 책임져야 할 수도 있기 때문. 환자 또한 책임질 수 없는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셈이 된다. 

    병원에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유는 비용 때문으로 보인다. 의료수가 기준 등에 따르면 응급실 전담 전문의가 진료를 하면 일반의보다 더 높은 의료수가를 받을 수 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A씨는 지난해 7월 천안시 B병원 응급의학과 과장으로 입사했다. A씨 같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면 병원은 응급의료기관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응급의료기관은 규모와 기능에 따라 △중앙응급의료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기관 순으로 체계를 이루고 있다. 이 중 지역응급의료센터와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지 않더라도 응급실 운영이 가능하다. 그 대신 응급실을 전담하는 내·외과 전문의를 두면 된다. 응급실 내원 환자 수에 따라 적게는 1명, 많게는 4명까지 전문의를 채용해야 한다. 

    병원 수익을 생각하면 응급의학과 전문의 채용을 꺼릴 수 있다. 다른 과에서도 근무가 가능한 일반 전문의를 응급실 전담의로 세우는 것이 인력 운영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했을 때 이점도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응급의료법) 제17조와 동법 시행규칙 제8조에 따르면 등급에 상관없이 매년 모든 응급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와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받는다. 각급 응급의료기관별로 점수가 매겨지며 이 점수에 따라 A, B등급을 받게 된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는 C등급을 받는다. C등급을 3번 받으면 응급의료기관 지정이 취소된다. 

    최근 평가 결과를 보면 각 응급의료기관 상위 30%가량은 A등급을 기록했다. 이때 해당 과 전문의를 고용했다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응급의료기관 평가(2015년 7월~2016년 6월)에 따르면 B병원은 지역응급의료기관 가운데 B등급을 받았다.


    나도 모르는 내 진료기록

    지원금과 수가 떄문에 작더라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추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뉴시스]

    지원금과 수가 떄문에 작더라도 응급실이 있는 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는 추세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뉴시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응급의료수가에 차등을 둘 수 있다. 또 의료기관 지원 발전 명목으로 각 응급의료기관에 주는 지원금도 이 평가 결과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이 때문에 지역병원 응급실에서도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적극 채용하는 추세다. A씨의 증언에 따르면 B병원은 A씨를 채용한 것만으로도 응급의료수가나 지원금을 1.5배가량 더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처음 B병원과 근로계약을 맺을 때 A씨가 내건 조건은 야간당직근무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미 타과 전문의 2명이 응급실 전담의 구실을 하며 야간당직을 서고 있었다. 이에 A씨는 평일과 주말 일반 근무를 맡았다. 하지만 응급실 전담의 가운데 한 명이 개인 사정으로 사직하면서 A씨가 야간당직근무를 해야 했다. A씨는 “병원 측이 대진의(부득이한 사정으로 의료 인력에 공백이 생겼을 때 임시로 투입되는 의사)를 구했지만 여의치 않자 잠시만 야간당직을 서달라고 부탁해왔다. 어쩔 수 없이 야간근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응급실 전담의가 바뀌어 A씨는 퇴직할 때까지 월 3회가량 야간당직근무를 해야 했다. 

    급기야 9월 무렵에는 병원 측에서 야간근무를 늘려달라고 요청해왔다. 계약과는 다르게 상황이 돌아가자 A씨는 사직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진료기록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진료한 환자가 나중에 문제를 제기하면 해당 병원에서 사직하더라도 진료 책임을 져야 때문. 

    환자들의 진료기록을 정리하던 A씨는 의아한 점을 발견했다. 야간당직을 서지 않은 날에도 자신이 진료했다는 기록이 있었던 것. 전산상 실수인가 싶어 그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야간근무표를 전부 확인했다. 하지만 전산상 오류가 아니었다. A씨에 따르면 외부의사가 당직근무를 한 날의 진료기록과 일지 대부분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A씨는 “사직을 결심하기 4~5개월 전쯤 한 환자가 전화를 해왔다. 진료기록을 확인하는 내용이었는데, 진료기록상 내 이름이 있어 내가 전화를 받았다. 차트(진료기록)를 보면서 질문에 답해주는데 뭔가 이상했다. 내가 쓰는 문투와는 많이 다르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당시 응급실 일이 워낙 바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다. 추후에 확인해보니 이날 역시 내가 야간당직을 선 날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9월 말 병원 측은 A씨에게 야간당직을 한 주에 3~4번 이상 설 것을 요구했다. A씨가 거절하자 병원 측은 당장 10월부터 해당 방침대로 응급실 운영을 강행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그날 사직 의사를 밝히고 병원을 그만뒀다. A씨는 병원을 그만뒀지만 그의 이름은 한동안 병원에 남았다. A씨가 확보한 해당 병원의 진료기록에 따르면 A씨가 사직한 뒤인 10월에도 야간당직표와 진료기록에 그의 이름이 4번 들어가 있었다. 

    병원이 이와 같이 일을 처리한 이유는 의료수가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진료를 보면 일반 당직의사보다 높은 의료수가를 받을 수 있다. 

    병원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일축했다. 해당 병원 원무과장은 “병원 개원 이래 단 한 번도 응급실 당직에 문제가 없었다. 물론 당직 교대시간이 늦어져 가끔 원장이 잠시 응급실에 대기하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응급실 당직근무는 사전에 고지된 당직표대로 진행된다. 당일 당직을 선 선생님(의사)과 근무표의 내용이 다를 리 없다”고 밝혔다. 

    의료계 관계자들은 제보가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정부가 응급의료에 관심이 많다. 진료나 투약에 조금만 이상한 부분이 있어도 확인 연락이 오곤 한다. 게다가 매년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하는데, 이때 병원 근무표를 확인하는 것으로 안다. 만약 당직을 선 의사와 진료기록상 의사가 다르다면 환자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특히 응급환자가 많은 응급실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수술방에 환자 몰래 다른 의사가 들어가는 ‘유령수술’만큼이나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신고하자 대뜸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어요”

    서울 한 병원의 응급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동아DB]

    서울 한 병원의 응급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동아DB]

    A씨는 B병원의 행위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 신고했다. 건보공단 충남지역 보험급여부 담당자에게 해당 사안을 알리자 담당자는 대뜸 “(이 사안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A씨는 “왜 조사하기도 전에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부터 하느냐”고 항의했다. 

    며칠 뒤 A씨는 담당자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근무표에 적힌 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가 당직을 섰다는 사실이 밝혀지더라도 포상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부정 집행된 금액을 확인하고 환수 절차가 진행되면 해당 사건 제보자에게 환수액의 일정 비율을 포상금으로 지급하게 돼 있다. 

    A씨는 “(포상금) 얘기를 듣고 화가 났다. 포상제도를 알지 못했을뿐더러 포상금에는 관심도 없다. 조사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한 번 더 항의했다. 며칠 후 담당자가 조사를 시작할 예정이라며 증거가 될 만한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해왔다”고 밝혔다. 

    A씨로부터 제보를 받은 보건복지부 담당자에게 확인한 결과 조사 진행 상황과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담당자는 “(A씨가) 오해를 한 것 같다. 업무 매뉴얼에 따라 먼저 안내해야 할 사항을 알려드린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담당자는 “처음에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은 건보공단이 처리할 수 없는 사안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당직근무표 및 진료기록상 당직의사와 실제 당직의사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해도 추가 지급된 비용의 환수가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응급실 전담의 자격이 없는 전공의나 공보의가 당직을 선 뒤 응급실 전담의 이름으로 당직근무표와 진료기록을 작성했다면 환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전문의가 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전문의는 전담의 자격이 있으니 병원에서 진즉에 전담의 등록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 

    건보공단 담당자는 “추후에 포상금 얘기를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제보자는 대부분 선의로 제보를 하기 때문에 포상금에 대해 잘 모른다. 가끔 추후에 포상금 지급 여부를 묻는 분들이 있어 절차상 포상금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를 먼저 해드린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서면 자료를 모으는 중이며 빠른 시일 내 직접 해당 병원을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수가 어렵더라도 병원에 법적 책임을 물을 방법은 있다. 의료법 제22조 3항에 따르면 의료인은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다른 내용을 기록해서는 안 된다. 이 사실이 적발되면 동법 제88조에 의거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건보공단 담당자는 “환수가 어렵더라도 당직근무표 허위 작성 사실만 확인되면 보건복지부에 조사 내용을 넘길 예정”이라고 말했다.


    “작정하고 숨기면 찾을 길 없어”

    물론 응급의료기관에서 작성하는 기록은 응급의료기관 평가 때 정부의 검수를 받는다. 응급의료기관 평가 항목 중에는 의무기록에 관한 부분도 있다. 보건복지부와 함께 응급의료기관 평가를 담당하는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2015년부터 의무기록 작성의 적절성도 시범 지표로 평가에 반영하고 있다. 응급의료기관 기준에 맞게 의료 인력을 운영하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관계자는 “응급의료기관 등급에 따라 응급실 전담의 인원과 그들이 근무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근무표와 진료기록을 바탕으로 각 기관이 적절하게 운영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게 응급실 전담의 대신 다른 의사가 당직을 서고 근무표와 진료기록에 전담의의 이름을 적는 경우도 있느냐고 물었다. 관계자는 “감사나 수사가 아니라 평가 과정이기 때문에 병원이 마음먹고 문서를 조작하고 이를 숨기면 평가 기관이 확인하기는 어렵다. 특히 실제 진료의사와 진료기록상 의사가 다르다면 의료법 등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응급의료센터 공시에 따르면 올해부터는 평가 항목이 개편된다. 지난해까지는 49개 평가 항목, 32개 지표를 바탕으로 응급의료기관을 평가했지만 올해부터는 평가 항목 51개, 지표는 43개로 늘어났다. 이 중 의무기록 관련 평가 지표도 7개에서 8개로 늘어 해당 항목을 더 자세히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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