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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 지옥철을 타지 않아도 되고, 자신에게 최적화된 공간에서 일할뿐더러, 틈틈이 집안일도 할 수 있어 일과 일상이 조화를 이루는 근무 형태라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출근과 퇴근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업무 때문에 일상까지 망가졌다고 성토하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양면의 칼날 같은 재택근무가 장단점을 따져보고 준비하기도 전에 우리 일상으로 들어와버렸다. 재택근무로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재택근무를 할 때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소통 단절이다. 불필요한 회의가 줄면서 업무 효율은 높아졌지만, 반대로 정서적 의사소통까지 소홀해져 커뮤니케이션 및 외로움 문제가 발생했다. 불필요하거나 오히려 업무에 방해된다고 여겨지던 회식, 동료와 잡담 등이 불예측적 창의성의 원동력임을 깨닫게 된 것이다.
사람들은 물리적 거리를 극복하면서 소통의 긍정적 측면을 취하고자 화상회의 서비스인 ‘줌(Zoom)’이나 ‘구글 미트(Google Meet)’를 이용해 온라인상에서 함께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원격 회식’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휴식이 필요할 때 화상회의 서비스에 접속해 함께 휴식을 취하거나 일과 상관없는 다양한 주제로 채워진 화상 룸에서 10분간 대화를 예약할 수 있는 가상 휴게실 개념의 ‘홀웨이(Hallway)’ 같은 서비스도 등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없는 재택근무 특성상 무형의 정성적인 성과는 배제되고 결과물 혹은 정량적인 성과로만 업무가 평가되다 보니 스트레스 강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해 스트레스와 불안 관리는 개인 차원에서나 조직 차원에서나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와 업무 효율은 별개 문제처럼 보이지만, 이미 글로벌 기업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자 직원들의 정신-마음 상태까지 관리하고 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IT(정보기술) 대기업과 로이터, 제너럴 밀스, 도이체방크, 크레디트스위스 등 글로벌 은행 및 컨설팅사들도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물리적 공간, 시간, 전문인력이 부족해 실행하기 어려웠지만, 재택근무 상황에서는 작은 기업도 다양한 명상, 스트레스 관리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할 수 있다. 전 세계 3000만 회원이 이용 중이고 빌게이츠가 쓰는 명상 앱으로도 유명한 ‘헤드스페이스(Headspace)’, 수면 장애와 불안감 해소 등 소비자가 목적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 명상할 수 있어 슬립테크계의 유니콘으로 불리는 ‘캄(Calm)’, 사용자와 하루 한 번 대화를 진행한 후 사용자가 겪는 불안을 관리할 수 있는 3~5분짜리 강의나 방법을 알려주는 ‘포켓 코치(Pocket Coach)’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직접적으로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과 개인의 감정 상태를 기록해 유의미한 패턴을 찾아 스트레스의 근본 원인을 알려주고 번아웃을 예방해주는 ‘토크잇(talkit)’ 같은 서비스도 이용해볼 수 있다.
재택근무의 어려움이 소통 단절과 스트레스 관리였다면, 재택근무에 따른 가장 큰 변화는 효율의 일상화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면 업무시간에 개인적인 일을 보거나, 개인 시간에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해 일상과 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기 위해, 혹은 개인적인 여유 시간을 만들기 위해 생산성을 높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시간 관리를 넘어 집안일도 프로젝트처럼 관리하게 될 것이다. 시간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내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과거와 달리 집에 머무는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해야 할 집안일도 늘어났다. 그로 인해 가사노동 시간 관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인 ‘아사나(Asana)’ ‘트렐로(Trello)’ 등을 가사 분배 및 관리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통해 변화를 읽을 수 있다.
결국 재택근무는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우리 일상을 변화시킬 테다. 따라서 재택근무자는 일상과 업무의 효율적인 운영 관리를 통해 업무의 양적·질적 향상을 이루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업은 사무실이라는 물리적 시공간은 사라졌지만, 근무자들이 각자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마음까지 세심하게 관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