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8일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의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대표 당선으로 차기 주자 문재인은 최소한 두 가지 기회를 잡았다. 첫째는 당내 지지기반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문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당원, 권리당원, 대의원 등 이른바 당심(黨心)에서 자신의 취약점을 확인했다. 전국적으로 공천을 실시하는 내년 4월 총선은 문 대표가 당심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다른 한 가지 이점은 대여 선봉장으로서 국민에게 차기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 취임 일성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전면전’을 선포한 것은 그의 정치적 지향점이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있고, 자신의 좌표를 포스트 박근혜의 적임자로 설정했음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기회보다 더 큰 시련과 도전이 그의 앞에 놓여 있다. 당장 4월 재선거가 문 대표에게 1차 시험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천정배 전 의원의 거취가 주목된다. 광주 서을 4월 재선거 결과는 내년 4월 총선, 특히 호남 총선의 바로미터와 같다. 천 전 의원이 4월 재선거에 새정연 후보로 나서느냐, 아니면 탈당 후 ‘국민모임’ 후보로 나서느냐에 따라 내년 호남 지역 총선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찌감치 ‘국민모임’에 합류한 전북 출신 정동영 전 고문에 이어 광주·전남 출신 천 전 의원의 탈당까지 현실화하면 호남발(發) 야권 분열이 촉발될 개연성이 높다. 이른바 호남민주연합당(호민연) 출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야권 한 인사는 “천 전 의원이 새정연을 탈당하고 국민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호남을 대표할 ‘지도자 천정배’로서 첫발을 떼는 의미가 있다”며 “새정연 내부에는 친노(친노무현) 기득권도 견고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호남 기득권이 강고하게 형성돼 있다. 내부에서 혁신하는 것보다 탈당 후 외부에서 경쟁을 통해 이들 기득권을 깨뜨리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호남 기득권과의 관계 설정 주목
총선과 대선은 전국선거라는 공통점에도 선거 양태가 크게 다르다. 대선은 여야가 일대일 구도로 재편돼 올코트프레싱(전력투구)을 하지만 총선은 지역별, 권역별로 분화되기도 한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JP(김종필)가 충청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을 창당하며 떨어져 나왔고,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열린우리당 창당으로 민주당이 호남 기반 군소정당으로 전락한 것 등이 대표적인 예다.
새정연과 ‘국민모임’ 역시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다. 최소한 호남 패권을 놓고 경쟁구도가 형성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대표 경쟁에서 3.5%p의 근소한 표차로 낙선한 박지원 의원, 최고위원 경선에서 최고 득표로 당선한 주승용 최고위원은 실존하는 호남 기득권의 상징이다. 문 대표가 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느냐에 따라 ‘국민모임’이 열대성 저기압 수준에 머물러 찻잔 속 미풍에 그칠 수도 있고, 태풍으로 커져 내년 4월 총선에 호남을 강타할 수 있다. 기회 속에는 언제나 위험이 똬리를 틀고 있다. 문 대표의 향후 선택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