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5월 11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1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힘 지도부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는) 처음부터 완전히 기이했고, 보수의 가치인 ‘법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국민의힘 지도부가 감행한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당원 투표 결과 24시간 만에 불발된 배경에 대해 정치 전문가들은 이 같이 설명했다. 당심을 등에 업고 생환한 김문수 후보는 5월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했다. 대선 후보 ‘강제 단일화’를 주도한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사의를 밝히고 김 후보도 “이제 화합과 통합의 시간”이라고 봉합에 나섰지만 국민의힘 당내 갈등이 남긴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김문수 지지라기보다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
국민의힘 당원들이 ‘김문수 후보 복귀’를 택한 것은 당 지도부의 후보 단일화 시도에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원 상당수가 후보 단일화를 지지하는 것과 별개로, 전당대회를 통해 정당하게 선출한 대선 후보를 한밤중에전광석화 같이 끌어내려서는 안 된다는 당심이 반영됐다는 것이다.5월 9일 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례없는 후보 교체 시도에 나섰다. 이날 밤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실무 협상이 결렬되자 이튿날 10일 새벽 ‘강제 단일화’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5월 10일 새벽 1시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선출을 취소한 데 이어, 새벽 3∼4시 1시간 동안 국회 본청 현장 접수 형식으로 대선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그 사이 새벽 3시 30분경 한 전 총리 측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책임당원이 됐다”고 발표했고 대선 후보 등록을 단독 신청했다.
이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같은 날 오전 10시∼오후 9시 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후보로의 대선 후보 변경 지명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방식(ARS) 조사를 진행했다. 당원 투표가 진행 중이던 이날 오후 7시경 김 후보 측과 한 전 총리 측이 실무 협상을 다시 시작했지만 곧 결렬됐다. 같은 날 오후 11시 국민의힘 지도부는 비대위 회의를 열고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그런데 결과는 예상과 달리 ‘후보 교체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근소하게 많은 것으로 나왔고, 대선 후보 교체 안건은 부결됐다.
이에 대해 최창렬 교수는 “이번 국민의힘 당원 투표 결과는 김문수 후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당 지도부에 대한 반발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에서 김 후보 개인은 ‘피해자’ 입장이 됐지만 중도층의 국민의힘에 대한 인식은 더 나빠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신율 교수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당헌·당규를 벗어나 무리하게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 한 것에 대해 원인 규명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김 후보 개인은 이른바 ‘당내 쿠데타’를 당원들의 힘을 통해 막았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도 “당 지도부가 사실상 비(非) 제도적 방법으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고 했다가 무산됐다는 점에서 국민의힘 전체에는 불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문수, 한덕수에 선대위원장 제안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5월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포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안철수 의원은 5월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벽 기습 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통령 후보 강제 교체, 그 과정에서 우리 당의 민주·공정·정의는 모두 사라졌다”며 당 지도부 퇴진을 요구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한X이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두X이 한밤중 후보 약탈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하는구나”)과 나경원 의원(“비정상적 교체후보를 국민의힘 후보로 선관위에 등록해서는 절대 안 된다”)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읕 통해 후보 교체 시도를 비판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문수 후보는 5월 11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치는 등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섰다. 후보 등록 이후 첫 일정으로는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전 총리를 만나 “나는 한덕수 선배에 비하면 모든 부분이 부족하다. 사부님으로 모시고 잘 배우겠다”며 선대위원장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우리가 김 후보 중심으로 뭉쳐야 한다. 나도 할 수 있는 일은 하겠다”면서도 선대위원장 수락에 대해선 즉답을 피했다.
김 후보는 이날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첫 당직 인사도 단행했다. 4선 중진인 박대출 의원을 대선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내정하면서 대선 본선 준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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