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7일 단일화 논의를 위해 회동한 무소속 한덕수 대선 예비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 뉴스1
그는 “강압적 단일화는 아무런 감동도 서사도 없다. 시너지 효과가 있어야 한다”며 “(국민의힘) 당헌 제74조 당무우선권을 발동한다”고 말했다. 당헌 제74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자는 선출된 날로부터 대통령 선거일까지 선거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당무 전반에 관한 모든 권한을 우선적으로 가지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저 김문수는 이 시간 이후에도 한 후보와 나라 구하기를 위한 합의 도출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며 “이 나라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 반민주적이고 강압적인 폭거를 막아내겠다”며 “저 김문수, 정정당당한 대통령 후보다. 싸울 줄 아는 후보다”라고 강조했다.
한덕수 “11일 지나면 대선 후보 등록 안 해”
앞서 김 후보는 한 후보와 5월 7일 저녁 1시간 15분 동안 단일화를 위한 회동을 가졌지만 별다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단일화 방안을 전달했으나 한 후보는 당에 맡기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김 후보는 5월 3일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단일화와 관련해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어왔다. 그는 국민의힘 지도부가 자신을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동시에 한 후보와의 단일화 절차를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불만을 표했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 11일을 단일화 마감 시한으로 정한 반면, 김 후보는 시너지 효과와 검증을 위해 일주일간 후보들이 선거운동을 한 뒤 14일 방송토론, 15~16일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를 하자는 입장이다. 한 후보는 대선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까지 단일화에 성공하지 못하면 대선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5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이틀 안에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해 반전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선 후보의 잘못된 결정이 있을 때는 반드시 고쳐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가 5월 11일까지 단일화에 끝내 응하지 않을 경우 전국위원회(11일)와 전당대회 절차를 밟아 후보 교체도 강행할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또 전날 단일화를 촉구하는 단식에 돌입한 권성동 원내대표는 “공적 의식 없이 단순히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원 명령을 거부하는 건 옳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 주도로 자동응답방식(ARS)으로 실시한 당원 여론조사 결과에서 ‘단일화가 필요하다’(82.82%), ‘후보 등록 전’(86.7%)이 높게 나온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김 후보가 제안한 대선 후보 단일화 방안에 대해 한 후보 측 이정현 대변인은 “단일화를 하지 말자는 얘기”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대변인은 “(김 후보 측이) 토론이 준비가 안 됐나, 여론조사에서 이길 자신이 없나”라며 “당내 경선에서도 이길 자신이 없는데 어떻게 본선에서 이길 생각을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의 ‘강압적 단일화’ 주장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당과 후보 간 문제일 뿐 우리가 이를 들여다볼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대선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김문수 후보와 대립하고 있는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권성동 원내대표. 동아DB
“김 후보 절박성 없고, 한 후보 싸울 의지 없어”
두 후보는 7일에 이어 8일에도 만나 단일화 논의를 이어갔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단일화 가능성을 낮게 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후보는 당권이라는 대안이 있어 단일화에 대한 절박성이 없고, 한 후보는 싸울 의지가 별로 없어 단일화를 이루기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도 “김문수, 한덕수 두 후보가 단일화를 진행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한 후보는 당 지도부가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라 어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다만 단일화 이후 대선 전망에 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윤 실장은 “단일화를 이뤄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지 않겠나. 그런데 단일화 진행이 잘 안 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승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반면 신 교수는 “단일화 전에는 항상 어려움이 있지만 늦게라도 단일화가 되면 대선에서 승산 여부까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와 한 후보의 지지율이 엇비슷해 단일화를 해도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에 대해 신 교수는 “2002년 노무현, 정몽준 후보도 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단일화로 승리를 거둔 바 있다”며 “단일화만 된다면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지금 내홍이 대선까지 이어질 경우 국민의힘은 어떤 상황을 맞을까. 윤 실장은 “그때는 이른바 친윤(친윤석열)이라는 이들이 지금 같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현 갈등이 잘 관리되지 못하고 격화하면 둘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