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최근 4년간 퇴직 검사, 신규 임용자보다 많아
검찰 중간간부 출신인 한 변호사는 최근 검사들 이탈로 뒤숭숭한 검찰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는 이른바 ‘검찰개혁’을 집권 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는 4월 25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더는 기소를 위한 수사를 할 수 없게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갖는 것을 끝내야 한다”며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선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공소 제기·유지 기관인 ‘기소청’(혹은 ‘공소청’)과 수사기관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수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로 제한하고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했으며, 2022년 20대 대선 직후에는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을 재차 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한 데 이은 ‘검수완박’ 최종판인 셈이다.이재명표 검수완박 시즌2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도 늘어난 검사들의 탈(脫)검찰 행렬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검사 40명이 사직서를 냈다. 지금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132명)를 훌쩍 넘는 수의 검사가 올 한 해 검찰을 떠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사 퇴직자는 2021년 79명에서 2022년 146명, 2023년 145명으로 크게 늘었다. 새로 임용된 검사 수가 지난해 93명, 2023년 76명, 2022년 84명, 2021년 73명이었음을 감안하면 최근 4년간 검찰에 새로 들어온 검사보다 그만둔 검사가 더 많은 셈이다. 최근 퇴직자 중 상당수가 젊은 검사라는 점에서 상황은 더 심각하다. “검사 악마화에 지쳤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은 안 지켜지고 급여는 또래 변호사의 절반도 안 된다”는 게 검찰을 떠난 법조인들의 토로다.
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대대적인 수사기관 재정립이 예고되자 최근 법률시장 일각에선 경찰 출신이 약진하는 반면, 검찰 고위직 출신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최근 몇 년 동안 경찰 권한이 계속 확대되면서 경찰 출신 변호사를 찾는 로펌이 많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검찰 고위직 영입 열풍이 불었는데 최근에는 주춤하다”는 게 로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수사기관 난립하지 않게 해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4월 25일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더는 기소를 위한 수사를 할 수 없게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함께 갖는 것을 끝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1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이 후보도 실제 대권을 잡으면 문재인 정부가 그랬듯이 이른바 검찰개혁의 범위와 정도를 대폭 축소할 수도 있다”며 “과도한 개혁으로 형사사법시스템이 기능 부전에 빠지는 일을 그 어느 대통령이나 정부도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 부회장과 사법시험·변호사시험 시험위원을 지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 권한을 분리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틀렸다고 본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검찰권 남용에 따른 문제를 다듬는 정도가 아니라, 검찰로 하여금 아예 수사를 못 하게 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검찰이 기소만 전담한다면 수사와 기소 등 형사사법시스템 자체가 굉장히 느려질 수밖에 없다. 가령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죄 수사 과정에서도 수사기관 간 수사 범위를 놓고 갈등이 불거졌다. 여기서 드러났듯이 검찰 수사 범위를 법적으로 제약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에서도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 다만 직접 수사를 극도로 자제할 뿐이다. 만약 공수처 권한을 강화한다면 중수청은 필요가 없다. 굳이 중수청을 새로 만든다면 공수처는 없애든지 해서 수사기관이 난립하지 않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