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1일 국무총리직 사퇴를 발표한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 뉴시스
한 전 대행 측 실무진은 한 전 대행의 공직 사퇴와 출마 선언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 사무실을 마련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대선 경선 때 사용한 여의도 맨하탄21 빌딩의 사무실을 넘겨받은 것으로, 한 전 대행이 출마를 선언하면 이곳이 대선캠프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 한 전 대행이 출마를 선언하고, 5월 3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면 양자 간 단일화 협상이 이어질 전망이다.
1970년 행정고시 합격해 공직 입문
한 전 대행에게는 ‘엘리트 경제관료’ ‘처신의 달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김영삼 정부,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윤석열 정부 등 보수 정부와 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오랜 기간 고위직을 역임한 엘리트 관료이기 때문이다. 역대 총리 가운데 보수 정권과 진보 정권 양쪽에서 총리에 임명된 것은 한 전 대행이 김종필,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세 번째다.1949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난 한 전 대행은 서울 재동초, 경기중, 경기고를 거쳐 서울대 상과대학(경제학과)을 졸업했다. 서울대 재학 중이던 1970년 제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직에 입문했다. 현역 군 복무 이후 본격적인 공직 생활의 첫발은 1974년 경제기획원(현 기획재정부)에서 뗐고 이후 상공부, 상공자원부, 통상산업부, 외교통상부 등에서 근무하며 통상 전문가로 활약했다.
일을 꼼꼼하게 잘하고 조율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한 전 대행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취임한 1993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휘하의 산업담당비서관을 맡았던 한 전 대행은 상공부로 복귀한 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추진 실무를 맡았다. 또 1997년 통상산업부 차관 시절에는 외환위기(IMF 사태)가 발생하자 이를 수습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1998년 3월부터 2001년 2월까지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최초로 추진했으며, 칠레와 FTA를 체결했다. 하지만 2000년 중국이 한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수입 관세를 인하하는 대신 한국은 중국산 마늘의 수입 규제를 완화한다는 이면합의를 한 것이 알려지며 2002년 책임을 지고 공직에서 물러났다.
한 전 대행의 공직 복귀는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이뤄졌다. 2대 국무조정실장으로 발탁된 데 이어 2005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에 임명됐다. 또 부총리 퇴임 직후인 2006년 한미 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협상을 주도했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노무현 정부의 마지막 국무총리를 지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주미대사를 역임했다. 이 전 대통령이 한 전 대행을 주미대사로 발탁한 것은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와의 관계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됐다. 미국에 오바마 행정부가 들어선 뒤 한미 FTA 재협상을 시사하는 발언이 잇따라 나오자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에쓰오일 사외이사, 한국무역협회장 등을 역임하며 수십억 원대 급여와 고문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지 14년 만인 2022년 4월 윤석열 정부에서 또다시 국무총리로 발탁됐다.
한 전 대행은 지난해 12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10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이 됐다. 헌정사상 지금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은 모두 9명(10차례)이다. 그중 최규하(33회 졸업), 박충훈(34회), 고건(52회), 황교안(72회), 한덕수(63회) 등 5명이 경기고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녀 눈길을 끈다. 경기고 출신 가운데 대통령직에 오른 이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유일하며, 이회창 전 총리(49회)는 두 번 낙선했다.
87억39만 원 재산 보유 신고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 출신인 한 전 대행은 고급 영어를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 명문장이 눈에 띄면 반드시 이를 숙지해 협상 테이블에서 사용할 정도로 노력파인 그는 2001년 OECD 대한민국대표부 대사로 활동하던 시절 자신의 영어 실력에 대해 “OECD 대사를 하는 데 불편이 없고, 다른 나라 대사들도 평가해주는 편”이라고 직접 말한 바 있다.부인 최모 씨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서양화가로 두 사람 사이에 자녀는 없다. 한 전 대행의 장인은 호남에 기반을 둔 건설사 사주였는데, 박정희 정부 시절 야당 정치인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가 세무사찰을 받아 부도가 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에 따르면 한 전 대행은 지난해 말 기준 총 87억39만 원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본인 명의인 서울 종로구 단독주택 24억5900만 원(공시지가), 본인과 배우자 명의 예금 58억9619만 원, 배우자 명의 토지 6828만 원 등이다. 단독주택은 한 후보자가 1989년 장인으로부터 사들인 집으로 헐값 매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전 대행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은 경기고 63회와 서울대 67학번 동기를 중심으로 한 관계·학계 친구들이다. 정문수 인하대 교수, 한태규 전 외교안보연구원장, 유인태 전 열린우리당 의원, 이철 전 민주당 의원 등이 고교 및 대학 동기다. 행시 8회 동기로는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 허태열 전 한나라당 의원, 엄낙용 전 재정경제부 차관, 안병우 전 충주대 총장 등이 있다.
이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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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한경 기자입니다. 관심 분야인 거시경제, 부동산, 재테크 등에 관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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