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뉴스1]
윤 당선인의 내각 발표에 민주당은 물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7기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23기), 김오수 검찰총장(20기)보다 후배다. 당초 인수위에서는 윤 당선인(23기)의 또래 기수인 21~23기 검사장이 법무부 장관 후보로 오르내렸지만 최종 선택된 사람은 검찰 내 ‘윤석열의 남자’로 불리는 한 후보자였다. 윤 당선인은 4월 13일 인선을 발표하며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을 갖고 있어 법무행정의 현대화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나갈 적임자”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에서는 “공정이 아닌 공신을 챙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수위도 놀란 내각 인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 역시 마찬가지다. 윤 당선인의 충암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인 그는 인수위에서 인사 추천을 맡아왔다. 이외에도 윤 당선인의 국민의힘 입당은 물론, 대선 기간 주변에서 도운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역시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다. 대학 시절 형사법학회 활동을 같이하며 윤 당선인과 인연을 이어왔다.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도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선배로 대선을 도왔다. 내각 인사 대다수가 윤 당선인과 개인적 친분이 있거나 선거캠프 출신인 셈이다.
윤 당선인은 4월 10일 첫 내각 인선 발표 자리에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이웨이 인선”이라는 주변의 비판에 크게 마음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이재오 상임고문은 4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개인이 자격이 있고 능력이 있고를 떠나서 우리가 문재인 정권 인사를 계속해서 ‘캠코더(문재인 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집권 초 첫 내각에 법무부 장관을 자기 사람을 갖다 앉힌다면 법무부, 검찰 사법체계를 대통령 자기 휘하에 두겠다는 이야기로밖에 안 들린다”고 지적했다.
조국 사태 연상 지적도
향후 국회 청문회 국면에서 이들 인사에 대한 검증 절차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정호영 후보자는 이미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에 직면했다. 정 후보자의 딸과 아들이 경북대 의대에 학사 편입하기 전 아버지가 고위직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한 이력이 확인되면서다. 이들은 각각 경북대병원에서 70시간, 85시간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술했다. 이후 두 자녀는 정 후보자가 경북대병원 부원장과 원장으로 재직하던 2016~2017년 경북대 의대 편입 전형에 합격했다. 정 후보자는 4월 14일 기자들과 만나 “확인해보면 특혜가 없다는 것이 나올 것”이라며 “사퇴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정 후보자 논란이 ‘조국 사태’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는 4월 13일 “조국(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입시를 때려잡아 대통령이 된 분이 자녀 입시 의혹이 있는 이를 장관으로 임명하다니, 도대체 인수위는 검증이라는 것을 한 것일까”라고 꼬집었다. 조 전 장관 역시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 당선인의 절친 정 후보자의 딸·아들의 생활기록부, 인턴(체험 활동) 증명서에 대해 검찰, 언론, 경북대는 철두철미한 수사·조사·취재를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동훈 후보자에 대해서도 고강도 검증을 예고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거대 양당이 꼬인 실타래를 풀고 갈 것을 권했다. 채진영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여소야대 국면이 펼쳐질지라도 안정적인 국정운영이 되길 기대했는데 처음부터 꼬였다. 국민이 통합과 협치를 기대하니 민주당과 윤 당선인은 강 대 강 구도로 사안을 끌고 가지 말고 한 걸음씩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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