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책을 읽은 분 중에는 짧은 글인데도 책장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하는 분이 많아요. 공감이 되니 눈이 오래 머무른다고 합니다. 정형화된 타이포그래피(활자체)와 달리 손글씨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어요. 손글씨가 이별, 사랑 등의 감정과 잘 어울리니 더 공감하는 것 같습니다.”
미니홈피 꾸미기에 그의 캘리그래피가 사용되면서 공씨는 적지 않은 수익을 얻었다. 하지만 손글씨를 글씨체로 만들어 팔지는 않는다. 판박이처럼 똑같이 쓰이는 글씨는 매력이 없다는 믿음 때문이다. 공씨는 “글씨는 감정에 따라 바뀌니 똑같은 글씨가 나올 수 없습니다. 지금도 글씨체는 변하고 있지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마구 쓴 것처럼 보이는 글씨에도 디자이너의 치밀한 계산은 깔려 있다. 낱글자들이 모여 이룰 조합과 레이아웃을 계산해 글씨를 쓰는 것이다. 공씨가 쓴 한 장의 글은 디자이너가 그린 한 편의 그림인 것.
“캘리그래피도 하고 광고일도 하지만 저는 디자이너입니다. 욕심이 많아 하고 싶은 일은 다 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캘리그래피는 저의 여러 작업 중 하나이자, 표현 수단의 하나일 뿐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캘리그래피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역할을 광고, 디자인 등을 통해 더 많이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