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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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시장 삼킨 공룡 카카오

기존 유저·자금력·아이디어 등으로 저변 확대…스타트업들 경쟁 엄두 못 내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5-09-14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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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시장 삼킨 공룡 카카오

    9월 1일 출시된 전화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카카오헬로’는 열흘 만에 누적 가입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왼쪽).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가 주인공인 게임 ‘프렌즈팝’.

    모바일 서비스 업계에서 카카오는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의 준말)이다. 카카오는 8월 25일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 ‘프렌즈팝’을 선보인 데 이어 9월 1일 발신자 정보제공 전화 애플리케이션(앱) ‘카카오헬로’를 출시했다. 올 한 해 동안 출시한 앱 서비스와 카카오톡 내 서비스를 모두 합하면 12가지에 이른다(표 참조). 짧게는 1년, 길게는 5~6년에 걸쳐 하나의 앱 서비스를 개발해 내놓는 스타트업(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창업기업)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특히 3월 출시한 ‘카카오택시’는 8월까지 누적 콜 수 1200만 건을 기록할 정도로 성행하고 있고, 지난해 출시한 ‘카카오페이’는 6월 기준 가입자 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이처럼 카카오의 모바일 앱 서비스들은 ‘카카오톡’을 필두로 사람들의 생활 패턴 자체를 바꾸는 사례가 많았다. 카카오에서 출시하는 다양한 앱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 몰라 스타트업들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합병 이후 빨라진 출시 속도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과 합병한 이후 모바일 서비스 출시 속도가 빨라졌다고 인정했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합병 전 직원 700명이던 때와 다음카카오 직원 3000명인 지금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합병 이후 여러 서비스를 더 빨리 많이 출시하는 편이다. 신규 모바일 서비스의 경우 시장에 빨리 내놓고 반응을 살피는 것이 중요한데 회사가 커졌기 때문에 그 속도와 양이 늘어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서비스 가운데 기존 다른 사업자의 영역에 진출해 비난을 사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완전히 같은 형태로, 중복되는 서비스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 측 관계자는 “합병 후 회사의 지향점이 ‘모바일 생활 플랫폼 기업’으로 바뀌었다. 기존 앱 서비스가 있더라도 이용자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이를테면 기존 콜택시 앱이 있었지만 회사마다 앱이 다르고 택시가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거나 위치 설명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들을 해결한 ‘카카오택시’를 개발했다. 이는 기존 앱과 경쟁하는 형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에서 카카오는 제조업계의 대기업에 비유된다. 막강한 자금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소기업들과 결과가 뻔한 싸움을 벌이는 대기업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카카오 측 관계자는 “카카오는 기본적으로 이용자와 제공자를 연결하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8월 출시한 게임 ‘프렌즈팝’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캐릭터가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카카오에서 개발한 게임은 아니다. 카카오톡 아이디(ID)를 사용하지만 제3자가 개발하고 카카오톡 이용자들과 연결해주는 구실만 했을 뿐이다. 기존 제조업계 대기업의 경우 회사 내 제품 생산과 유통망을 갖춰 판매까지 하는 형태지만 카카오는 중간 다리 구실을 하고 있다. 우리가 택시 서비스업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모바일 시장에 이용자와 제공자를 연결하는 다리를 많이 놓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장 삼킨 공룡 카카오
    제2의 카카오? 더는 없을 것

    카카오는 스스로를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목표가 다르다 해도 모바일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앱 서비스를 출시해 이용자 수를 늘리려 하고, 수익을 창출하려 한다는 측면에서 카카오는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대기업이라는 것이다.

    1년 전 신규 모바일 앱을 출시한 A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자율경쟁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은 앱만 살아남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때문에 카카오의 신규 사업을 비난할 수 없지만 광고, 홍보 등 자금을 조달하는 데 카카오와 차이가 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상당히 안타깝다. 스타트업에서 아무리 괜찮은 앱을 출시해도 홍보가 안 돼 사라지는데, 카카오는 일단 출시하면 카카오톡을 통해 홍보가 들어간다. 이는 출발선이 전혀 다른 게임”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카카오톡의 누적 가입자 수는 1억9000만 명으로 집계된다. 스타트업들이 카카오톡을 활용한 홍보에 상실감을 느끼는 이유다. 실제로 9월 1일 출시된 발신자 정보제공 전화 앱 서비스 ‘카카오헬로’는 열흘도 채 지나지 않아 누적 가입자 수 50만 명을 돌파했다. A스타트업 관계자는 “카카오의 경우 신생 앱이 나오면 다운로드 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무료로 증정하는 전략을 쓴다. 이번 ‘카카오헬로’ 역시 9월 14일까지 다운로드하면 이모티콘을 주는 걸로 알고 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사실 굉장히 무서운 것이다. 일단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은 이모티콘을 받기 위해 앱을 다운받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에게 한 번 사용해보길 권하고 홍보하는데, 카카오는 이모티콘 하나로 해결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이를 두고 “지배력이 전이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카카오는 카카오톡 서비스로 브랜드의 힘과 지배력을 갖추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앱 서비스를 출시하면 카카오의 지배력이 그대로 옮겨가게 된다. 이는 심지어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흔들고 있다. 콜택시 앱이 있었지만 카카오 브랜드를 입힌 ‘카카오택시’가 나오자 소비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이는 오프라인 사업자에게도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도 설립 당시에는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한 해 모바일 서비스를 10여 개씩 쏟아내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등 거대 기업들이 모바일 서비스를 쏟아내는 지금 같은 현실에서 제2 카카오가 나올 수 있을까.

    신생 모바일 앱 출시를 준비 중인 B스타트업의 관계자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나오는 모바일 앱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작은 아이템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장을 선점한 카카오의 입지가 워낙 두텁기 때문이라고. 그는 “모바일 서비스는 사람이 없으면 의미도 없다. 문자메시지가 무료가 아니던 시절 카카오톡은 메시지를 무료로 보낼 수 있게 하면서 가장 먼저 시장을 선점했다. 사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후 네이버 ‘라인’, 다음 ‘마이피플’ 같은 유사한 메신저 앱이 등장했다. 주변인이 모두 옮기지 않는 이상 망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 ‘마이피플’은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처럼 시장 선점을 하지 않는 이상 제2 카카오는 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카카오라는 거대 대기업이 모바일 앱 서비스 시장을 독식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제2 카카오가 나오기 힘들다. 비슷한 서비스라면 소비자들이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가 높은 카카오를 선택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스타트업과 벤처에게 카카오는 이제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모바일 서비스 시장의 미래를 생각했을 때 분명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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