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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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의 절대빈곤, 한국 경제의 그늘

60대 이상 1인 가구 가파르게 상승…월 84만 원 벌어 먹고살기 빠듯

  •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gskim@hri.co.kr

    입력2015-09-14 10: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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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거노인의 절대빈곤, 한국 경제의 그늘

    서울 중구 후암동 쪽방촌에서 생활하고 있는 독거노인.

    1인 식당, 1인 가구, 1인 주거공간과 같이 1인 가구(家口)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가 부쩍 늘었다. TV에도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삶을 보여주는 예능프로그램이 생겨나고 꽤나 인기도 얻고 있다. 자취하는 대학생, 일을 찾아 독립한 사회초년생, 이혼이나 사별로 혼자가 된 싱글족 등 혼자 사는 사람이 많다 보니 이들 모습에 공감하거나 즐길 수 있는 여지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라이프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사회의 가구구조가 변화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다. 저출산·고령화로 요약되는 인구구조 변화만큼이나 가구구조 변화는 우리 경제에 중대한 이슈가 된다. 문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해서는 정책적 대응책을 적극 강구하고 있지만, 가구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은 부족해 보인다는 점이다. 가구구조 변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경제구조를 재설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소비 늘리는 1인 가구, 줄이는 1인 가구

    1인 가구 비중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1인 가구는 2000년 226만 가구에서 2015년 506만 가구로 급증했고, 2035년에는 763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의 비중은 2000년 15.6%에서 2015년 26.5%로 상승했고, 2035년에는 34.3%를 차지할 전망이다.

    1인 가구는 특히 60대 이상 노인인구를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 가구 중 60대 이상 비중은 2015년 현재 34.0%로 가장 높고 20대(16.9%), 30대(17.3%), 40대(14.5%), 50대(16.1%)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비중은 2000년 31.3%에서 2035년 53.7%로 상승하고, 20대는 같은 기간 23.3%에서 10.8%로 하락할 전망이다(그래프1 참조). 1인 가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구구조의 변화와 함께 저출산·고령화 현상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까지 맞물리면서 독거노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60대 미만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은 확대되는 반면, 60대 이상 1인 가구는 미래 수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성향이 축소되고 있다.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얼마만큼을 소비·지출하는지 나타내는 평균소비성향으로 이를 살펴보자. 2010~2014년 20, 30대의 경우 이 지표가 66.1%에서 73.6%로 40, 50대는 57.7%에서 64.7%로 상승한 데 반해, 60대 이상 1인 가구는 90.5%에서 84.5%로 하락했다(그래프2 참조). 특히 다른 연령대의 경우 소득 증가폭보다 소비 증가폭이 더 크지만, 60대 이상 1인 가구는 소비 증가폭이 크지 않아 평균소비성향이 축소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의 소비성향이 하락한 이유는 경기 침체 지속과 이에 따른 고용불안으로 미래 안정적인 수입 확보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도 경직된 방식으로 소비 및 지출을 했기 때문이다.

    20, 30대나 40, 50대 1인 가구에 비해 60대 이상 1인 가구는 가처분소득이 현저히 적고 소비 증가폭도 가장 작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월가처분소득은 84만 원인 반면 20, 30대는 193만 원, 40, 50대는 201만 원 수준이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1인 가구의 월최저생계비(2014년 기준)가 60만3403원임을 감안할 때 이들 60대 이상 1인 가구의 소득 수준은 매우 열악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소득 규모가 절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자립성이 떨어지고, 필수재적 품목 이외 소비활동이 어려워 삶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특히 60대 이상 1인 가구는 필수재 소비 비중이 가장 높고,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이들의 소비지출액 가운데 식료품 지출 비중(엥겔계수)은 2010~2014년 23.2%에서 23.6%로 상승한 반면 40, 50대는 오히려 하락했고 20, 30대도 소폭 상승에 그쳤다. 2014년 소비지출액 중 주거비 지출 비중(슈바베계수)을 살펴봐도 60대 이상의 경우 24.2%로, 2010년 이후 1.6%p 상승해 20, 30대와 40, 50대 1인 가구의 상승폭을 크게 초과하고 있다. 독거노인 가구는 필수재적 소비 지출의 비중이 높아 식료품 가격과 주거비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크고, 그에 따른 부담을 더욱 크게 체감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독거노인의 절대빈곤, 한국 경제의 그늘
    필수재 소비에만 한정된 지출

    요컨대 60대 이상 1인 가구는 소득 수준이 낮아 식료품과 주거비 같은 필수재 소비 외에 오락, 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소비여력이 부족하다. 20, 30대 1인 가구가 주로 취업자 비중이 높고 근로안정성이나 일자리 질이 높은 반면, 60대 이상 1인 가구는 취업 비중이 현저히 낮고 취업한 경우라도 취약한 일자리 구조를 나타내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한국 사회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려면 이러한 1인 가구의 특성을 이해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인구구조뿐 아니라 가구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주택·복지정책을 마련하는 일이 그 첫 번째다.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반영해 가족정책이나 사회적 안전망을 재점검하고, 3~4인 가구를 중심으로 편중된 가족정책을 보완해 다양한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제고할 때가 왔다는 의미다.

    고령층 1인 가구의 근로 기회를 확대하는 정책도 필수적이다. 근로 능력이 있는 경우에는 공공근로사업이나 가교일자리 등을 확대해 사회 참여를 유도하고 소득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을 것이다. 재취업 일자리 확대와 이들 일자리의 질적 개선을 통해 60대 이상 1인 가구가 안정적인 소득을 기반으로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산업 측면에서도 1인 가구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 및 보급을 통해 가구구조 변화에 부합하는 소비환경을 마련해나갈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1인 가구 추세에 맞게 소량 상품, 소형가전, 소형가구, 1인 전문 인테리어 등 적극적인 제품 개발에 나서거나 재무설계 관리, 건강관리, 생활도우미 지원 같은 맞춤형 서비스를 준비하는 기업이야말로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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