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이 드디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중국 최대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 홀딩스(알리바바) 이야기다. 알리바바는 5월 6일(현지시간) 기업공개(IPO) 계획을 담은 343쪽 분량의 서류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식 제출했다.
알리바바의 IPO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 증권가와 언론으로부터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이제 이들의 관심은 알리바바가 전 세계 IPO 역사를 새로 쓸지 여부에 쏠린다. 알리바바를 맞이할 월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야후는 이번 IPO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면서 실적과 주가 전망 모두 상향 조정됐다. 반대로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IPO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과 함께 엔고 우려와 우크라이나 악재의 영향을 받아 발표 다음 날인 5월 7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5.3% 하락했다. 13일 현재 주가는 7279엔으로 다소 회복한 상태다.
대륙을 호령하는 공룡 기업
주요 외신은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는 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IPO를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액수는 증시 등록 수수료를 산정하려고 적어넣은 것일 뿐이다. 최종 목표액은 ‘로드쇼’라 부르는 투자설명회에서 시장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IPO로 150억~200억 달러(약 15조3500억~20조4700억 원)를 조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중국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정보기술(IT)주 중에서도 2012년 페이스북(160억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일각에서는 비자가 2008년 기록한 미국 증시 역대 최대 규모(196억5000만 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알리바바는 1999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 한 아파트에서 설립됐다. 창업자는 마윈 회장, 영문으로는 잭 마(Jack Ma)라고 부르는 인물이다. 통역사로 일하던 마윈은 알리바바 창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뭔지도 몰랐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마윈이 검색창에 입력해본 단어는 ‘beer’(맥주)와 ‘China’(중국). 검색 결과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보다 흥미를 느낀 마윈은 친구와 함께 기본적인 중국어 번역 사이트를 만들었다. 불과 몇 시간 후 그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문의 e메일 4통을 받았다. 깜짝 놀란 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외쳤다.
이후 마윈은 50만 위안(당시 약 7000만 원) 자본금으로 회사를 창립했다. 창업 동지는 마윈까지 모두 18명. ‘알리바바’라는 사명은 마윈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커피숍에서 지었다. 마윈은 알리바바가 훌륭한 상인일뿐더러 세계적으로 유명하니 사명으로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리바바는 이름값을 했다. 창업 후 15년이 지난 현재 알리바바는 중국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가운데 주력인 타오바오에는 등록된 상품만 8억 개에 달하며 판매업체 수는 700만 개나 된다. 이제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알리바바의 성장은 눈부시다. 알리바바의 2013년 4월~2014년 3월 1년간 매출액은 345억1700만 위안(약 55억5300만 달러)으로 2012년에 비해 72.3% 급성장했다. 2013년 연간 거래액은 1조5000억 위안(약 2480억 달러)으로 아마존, 이베이의 합을 웃돌 뿐 아니라, 핀란드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일일 거래액은 362억 위안(약 580억 달러)에 이른다. 2억3100만 명에 달하는 알리바바의 적극적 구매자(active buyer)는 2013년 한 해 동안 1인당 평균 49건을 주문했다.
알리바바의 핵심은 타오바오. 톈마오(天猫), 주화수안(聚 算) 등 3개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타오바오는 C2C(개인 간 거래) 경매 사이트 형식이며, 톈마오는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브랜드몰 형태다. 주화수안은 그룹 쇼핑 웹사이트다. 이들 웹사이트에서 알리바바 매출의 83% 이상이 나온다.
알리바바의 약점은 모바일
알리바바에 성공을 가져다준 것은 타오바오였다. 타오바오의 성공에는 ‘알리왕왕’이라는 메신저가 주효했다. 의심 많은 중국 소비자가 사진을 보고 구매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을 간파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한 타오바오 전용 메신저 서비스다. 문자 채팅, 음성 및 영상 통화는 물론, 거래 알림 기능과 실시간 통보 기능까지 갖췄다. 구매자는 진품 여부 확인뿐 아니라 가격 흥정도 할 수 있다.
중국 내 소비시장 환경도 알리바바 성공에 도움이 됐다. 중국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오프라인 소매 판매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 1인당 소매점 규모를 보면 미국이 2.6㎡, 일본이 1.3㎡인 데 비해 중국은 0.6㎡에 지나지 않는다. 오프라인 판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온라인 판매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했다. 또 전체 인구의 81.2%가 하는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중소 도시 지역 소비자가 대도시 소비자가 향유하는 상품의 질이나 다양성을 누리려면 온라인 구매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기도 하다. 이들은 전통 구매 방법에서 벗어나 온라인 소비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패턴 변화가 종래의 전통적 소매상에게 거래방식 전환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 온라인 판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판매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알리바바의 성장을 또 한 번 견인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알리바바의 지명도는 아마존닷컴 등에 한참 뒤떨어진다. CNN머니가 알리바바를 “이베이와 페이팔, 아마존닷컴, 구글 등을 합친 것과 비슷한 개념의 기업”이라고 소개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월가 투자자들이 알리바바의 IPO 소식에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중국 GDP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7.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소비는 연간 8.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대 수치로 따지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DP는 13조 위안(약 2조 달러), 소비는 같은 기간 6조 위안(약 9600억 달러) 늘어나는 것이다. 2013년 한국의 전체 GDP가 약 1조2000억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알리바바가 중국 온라인 상거래의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제동이 없는 한 알리바바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이 곧 알리바바의 성장이 되는 것이다. 월가에서 “알리바바에 투자하는 것은 중국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아직 중국의 온라인 쇼핑은 성장 단계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연간 성장률은 2010년부터 4년째 30~40%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13억 인구 가운데 인터넷 구매 이용자는 2013년 3억200만 명에 불과하다. 소비 규모를 보면 인터넷 쇼핑은 중국 전체 소비 총액의 7.9%밖에 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따라잡았다는 미국조차 아직 성장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향후 지속적이고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알리바바의 성장도 이와 궤를 같이할 전망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중국의 인터넷 소매 매출액이 2020년까지 4200억~6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5개국을 합산한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알리바바는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구매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알리바바는 SEC에 제출한 IPO 신청서에서 모바일을 통한 판매 성장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지난해 4분기 모바일 거래는 알리바바 쇼핑사이트 전체 거래의 19.7%를 차지해 7.4%나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 알리바바 쇼핑사이트의 월 모바일 실사용자 수는 1억3600만 명이었다.
사실 모바일 거래는 알리바바의 아킬레스건으로 꾸준히 지적돼온 분야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알리바바가 뽑아든 것은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지난해 4월 알리바바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요우멍(友盟)을 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알리바바 내에서 모바일 단말기의 접근성을 높이고, 빅데이터 전략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또한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新浪微博)의 지분 18%를 인수해 모바일 역량을 강화했다. 4월에는 인터넷 지도 서비스 오토내비홀딩스(高德 件)를 15억 달러에 지분의 72%를 매입, 이미 갖고 있던 지분 28%에 더해 완전 자회사화했다.
미국 시장에서 투자도 활발하다. 3월에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 스타트업 ‘탱고’에 2억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미국 스타트업에 했던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건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모바일 거래의 성장이 알리바바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월가도 덩달아 들썩
알리바바는 당초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했다. 마윈이 상장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차등 의결권 인정을 홍콩 증시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등 의결권이란 보통주의 몇 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별도의 주식을 발행해 경영권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는 37%를 가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이며, 2대 주주는 야후로 24%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의 지분율은 8.9%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결국 차등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IPO를 계기로 알리바바의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현재 지분을 거의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야후는 지분의 9%를 처분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한편 미국계 사모투자기업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러시아 투자자 유리 밀너 등 다른 대주주들은 지분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바바 덕에 들뜬 것은 월가 은행들이다. 두둑한 수수료 때문이다. 은행들은 IPO 조달금액의 1%를 기본 수수료로, 또 다른 1%를 인센티브 수수료로 나눠 갖게 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IPO를 담당할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골드먼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이 수수료만 최소 4억 달러(약 4120억 원)를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바빠진 것은 거래소들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은 알리바바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중 어디에 상장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은 2012년 페이스북 상장 당일 전산장애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이는 다음 해인 2013년에도 영향을 미쳐 트위터 상장을 뉴욕증권거래소에 빼앗기는 원인이 됐을 뿐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의 IPO 수에서도 뉴욕증권거래소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의 IPO에서 뉴욕증권거래소가 한발 앞선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마저 빼앗긴다면 나스닥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알리바바의 IPO를 두고 벌어지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싸움도 또 다른 볼거리다.
알리바바의 IPO는 지난해부터 전 세계 증권가와 언론으로부터 꾸준히 주목받아왔다. 이제 이들의 관심은 알리바바가 전 세계 IPO 역사를 새로 쓸지 여부에 쏠린다. 알리바바를 맞이할 월가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알리바바의 2대 주주인 야후는 이번 IPO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분석이 쏟아지면서 실적과 주가 전망 모두 상향 조정됐다. 반대로 최대 주주인 소프트뱅크는 IPO 호재가 이미 반영됐다는 분석과 함께 엔고 우려와 우크라이나 악재의 영향을 받아 발표 다음 날인 5월 7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5.3% 하락했다. 13일 현재 주가는 7279엔으로 다소 회복한 상태다.
대륙을 호령하는 공룡 기업
주요 외신은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알리바바는 SEC에 제출한 서류에서 IPO를 통해 10억 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액수는 증시 등록 수수료를 산정하려고 적어넣은 것일 뿐이다. 최종 목표액은 ‘로드쇼’라 부르는 투자설명회에서 시장 반응에 따라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알리바바가 미국 증시에서 IPO로 150억~200억 달러(약 15조3500억~20조4700억 원)를 조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중국 기업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정보기술(IT)주 중에서도 2012년 페이스북(160억 달러)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일각에서는 비자가 2008년 기록한 미국 증시 역대 최대 규모(196억5000만 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알리바바는 1999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 한 아파트에서 설립됐다. 창업자는 마윈 회장, 영문으로는 잭 마(Jack Ma)라고 부르는 인물이다. 통역사로 일하던 마윈은 알리바바 창업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이 뭔지도 몰랐다. 인터넷을 처음 접한 마윈이 검색창에 입력해본 단어는 ‘beer’(맥주)와 ‘China’(중국). 검색 결과에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실망보다 흥미를 느낀 마윈은 친구와 함께 기본적인 중국어 번역 사이트를 만들었다. 불과 몇 시간 후 그는 미국, 일본, 독일 등에서 문의 e메일 4통을 받았다. 깜짝 놀란 그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외쳤다.
이후 마윈은 50만 위안(당시 약 7000만 원) 자본금으로 회사를 창립했다. 창업 동지는 마윈까지 모두 18명. ‘알리바바’라는 사명은 마윈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커피숍에서 지었다. 마윈은 알리바바가 훌륭한 상인일뿐더러 세계적으로 유명하니 사명으로 적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알리바바는 이름값을 했다. 창업 후 15년이 지난 현재 알리바바는 중국 내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가운데 주력인 타오바오에는 등록된 상품만 8억 개에 달하며 판매업체 수는 700만 개나 된다. 이제 알리바바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이 됐다.
알리바바의 성장은 눈부시다. 알리바바의 2013년 4월~2014년 3월 1년간 매출액은 345억1700만 위안(약 55억5300만 달러)으로 2012년에 비해 72.3% 급성장했다. 2013년 연간 거래액은 1조5000억 위안(약 2480억 달러)으로 아마존, 이베이의 합을 웃돌 뿐 아니라, 핀란드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다. 일일 거래액은 362억 위안(약 580억 달러)에 이른다. 2억3100만 명에 달하는 알리바바의 적극적 구매자(active buyer)는 2013년 한 해 동안 1인당 평균 49건을 주문했다.
알리바바의 핵심은 타오바오. 톈마오(天猫), 주화수안(聚 算) 등 3개 전자상거래 사이트다. 타오바오는 C2C(개인 간 거래) 경매 사이트 형식이며, 톈마오는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브랜드몰 형태다. 주화수안은 그룹 쇼핑 웹사이트다. 이들 웹사이트에서 알리바바 매출의 83% 이상이 나온다.
특허청 산하 한국지식재산보호협회(회장 이정훈)는 4월 23일 중국 항저우에서 중국 최대 규모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그룹과 ‘한중 온라인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알리바바에 성공을 가져다준 것은 타오바오였다. 타오바오의 성공에는 ‘알리왕왕’이라는 메신저가 주효했다. 의심 많은 중국 소비자가 사진을 보고 구매하는 데 불안감을 느낀다는 것을 간파하고 구매자와 판매자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게 한 타오바오 전용 메신저 서비스다. 문자 채팅, 음성 및 영상 통화는 물론, 거래 알림 기능과 실시간 통보 기능까지 갖췄다. 구매자는 진품 여부 확인뿐 아니라 가격 흥정도 할 수 있다.
중국 내 소비시장 환경도 알리바바 성공에 도움이 됐다. 중국은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오프라인 소매 판매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국민 1인당 소매점 규모를 보면 미국이 2.6㎡, 일본이 1.3㎡인 데 비해 중국은 0.6㎡에 지나지 않는다. 오프라인 판매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온라인 판매가 파고들 여지가 충분했다. 또 전체 인구의 81.2%가 하는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중소 도시 지역 소비자가 대도시 소비자가 향유하는 상품의 질이나 다양성을 누리려면 온라인 구매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기도 하다. 이들은 전통 구매 방법에서 벗어나 온라인 소비로 점차 이동하고 있다.
이런 소비자의 패턴 변화가 종래의 전통적 소매상에게 거래방식 전환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해 온라인 판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할 수 있다. 판매자가 늘어난다는 것은 알리바바의 성장을 또 한 번 견인하는 배경으로 작용할 것이다.
미국 소비자 사이에서 알리바바의 지명도는 아마존닷컴 등에 한참 뒤떨어진다. CNN머니가 알리바바를 “이베이와 페이팔, 아마존닷컴, 구글 등을 합친 것과 비슷한 개념의 기업”이라고 소개해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월가 투자자들이 알리바바의 IPO 소식에 기대를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중국 GDP가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연간 7.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같은 기간 소비는 연간 8.6%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절대 수치로 따지면 2013년부터 2016년까지 GDP는 13조 위안(약 2조 달러), 소비는 같은 기간 6조 위안(약 9600억 달러) 늘어나는 것이다. 2013년 한국의 전체 GDP가 약 1조2000억 달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알리바바가 중국 온라인 상거래의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 시장은 선점 효과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정부의 제동이 없는 한 알리바바의 중국 내 시장 점유율은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소비시장의 성장이 곧 알리바바의 성장이 되는 것이다. 월가에서 “알리바바에 투자하는 것은 중국에 투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아직 중국의 온라인 쇼핑은 성장 단계다. 중국 전자상거래의 연간 성장률은 2010년부터 4년째 30~40%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한 13억 인구 가운데 인터넷 구매 이용자는 2013년 3억200만 명에 불과하다. 소비 규모를 보면 인터넷 쇼핑은 중국 전체 소비 총액의 7.9%밖에 되지 않는다. 온라인 쇼핑이 오프라인 쇼핑을 따라잡았다는 미국조차 아직 성장 단계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향후 지속적이고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보이며, 알리바바의 성장도 이와 궤를 같이할 전망이다.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는 중국의 인터넷 소매 매출액이 2020년까지 4200억~6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5개국을 합산한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알리바바는 모바일을 통한 인터넷 구매를 차기 성장동력으로 여기고 있다. 알리바바는 SEC에 제출한 IPO 신청서에서 모바일을 통한 판매 성장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지난해 4분기 모바일 거래는 알리바바 쇼핑사이트 전체 거래의 19.7%를 차지해 7.4%나 급성장했다. 지난해 12월 알리바바 쇼핑사이트의 월 모바일 실사용자 수는 1억3600만 명이었다.
사실 모바일 거래는 알리바바의 아킬레스건으로 꾸준히 지적돼온 분야였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알리바바가 뽑아든 것은 기업 인수합병(M·A)이었다. 지난해 4월 알리바바는 모바일 데이터 분석업체 요우멍(友盟)을 8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알리바바 내에서 모바일 단말기의 접근성을 높이고, 빅데이터 전략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였다. 또한 중국판 트위터인 시나 웨이보(新浪微博)의 지분 18%를 인수해 모바일 역량을 강화했다. 4월에는 인터넷 지도 서비스 오토내비홀딩스(高德 件)를 15억 달러에 지분의 72%를 매입, 이미 갖고 있던 지분 28%에 더해 완전 자회사화했다.
미국 시장에서 투자도 활발하다. 3월에는 미국 모바일 메신저 스타트업 ‘탱고’에 2억1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는 알리바바가 미국 스타트업에 했던 투자 가운데 가장 큰 건이다. 시장에서는 향후 모바일 거래의 성장이 알리바바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한다.
월가도 덩달아 들썩
알리바바는 당초 홍콩 증시에 상장할 계획이었으나 실패했다. 마윈이 상장 이후에도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차등 의결권 인정을 홍콩 증시에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등 의결권이란 보통주의 몇 배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가진 별도의 주식을 발행해 경영권 안정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현재 알리바바의 최대 주주는 37%를 가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이며, 2대 주주는 야후로 24%를 보유하고 있다. 마윈의 지분율은 8.9%에 불과하다. 알리바바는 결국 차등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번 IPO를 계기로 알리바바의 지분 구조에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소프트뱅크의 경우 현재 지분을 거의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야후는 지분의 9%를 처분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내다봤다. 한편 미국계 사모투자기업 실버레이크파트너스와 러시아 투자자 유리 밀너 등 다른 대주주들은 지분을 현재 수준에서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리바바 덕에 들뜬 것은 월가 은행들이다. 두둑한 수수료 때문이다. 은행들은 IPO 조달금액의 1%를 기본 수수료로, 또 다른 1%를 인센티브 수수료로 나눠 갖게 된다. 블룸버그는 이번 IPO를 담당할 크레디트스위스, 도이체방크, 골드먼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씨티그룹이 수수료만 최소 4억 달러(약 4120억 원)를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바빠진 것은 거래소들이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은 알리바바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알리바바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중 어디에 상장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기술주 중심인 나스닥은 2012년 페이스북 상장 당일 전산장애로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이는 다음 해인 2013년에도 영향을 미쳐 트위터 상장을 뉴욕증권거래소에 빼앗기는 원인이 됐을 뿐 아니라 정보기술(IT) 기업의 IPO 수에서도 뉴욕증권거래소에 뒤처지는 결과를 낳았다. 시장에서는 알리바바의 IPO에서 뉴욕증권거래소가 한발 앞선다고 보고 있다. 알리바바마저 빼앗긴다면 나스닥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알리바바의 IPO를 두고 벌어지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싸움도 또 다른 볼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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