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기반 의료 정보 제공 기업 니드(Need)의 ‘암보호시스템’ 애플리케이션(앱) 화면. 니드 제공
조재민 제주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가 미국 AI 스타트업 니드의 AI 챗봇을 활용한 치료 경험에 대해 8월 4일 기자에게 한 말이다. 조 교수는 “환자가 아주 드문 질환을 갖고 있어 관련 자료를 직접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었는데 AI 챗봇이 제공해준 자료가 큰 도움이 됐다”며 니드의 암보호시스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버드대 출신이 만든 의료 정보 AI
니드는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출신인 윌 폴킹혼와 페트로스 야니코풀로스가 2019년 창립한 헬스 AI 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사업은 한국에서 시작했다. 폴킹혼 대표는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방사선 종양학 교수로 몸담았던 ‘암 전문가’다. 야니코풀로스 대표는 현재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UCSF) 진단검사의학과 겸임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니드의 암보호시스템(Cancer Protection System)은 환자의 검사 결과,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환자와 전담 의사에게 치료 및 회복 방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니드는 2021년 한화생명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한화생명의 암 보험상품에 암보호시스템을 통합해 제공하고 있다.
암보호시스템의 핵심은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정보 제공 속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AI 에이전트가 환자의 진료 기록과 질병 치료에 관한 국제 가이드라인을 요약하고, AI 챗봇이 환자와 의료진의 질문에 답변을 제공하는 식이다. AI 에이전트를 도입하기 전 병리학자, 영상의학자, 종양내과 의사들이 환자의 진료 기록과 가이드라인을 직접 정리할 때는 2주가 걸렸던 과정이 AI 도입 후에는 2~3일로 단축됐다. 니드는 현재 실제 임상 현장에서 800여 명 의사에게 암보호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니드의 암보호시스템을 직접 사용한 의사들은 “니드의 AI 에이전트 덕분에 환자의 진료 기록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민수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병원 간 의료 기록이 전산으로 공유되지 않아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다가 내원한 환자 대부분은 수십, 수백 장의 의료 기록을 통째로 복사해 온다”며 “몇 분에 불과한 짧은 외래 시간에 환자의 기록을 모두 검토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니드의 AI 에이전트가 방대한 의료 기록을 요약해주니 환자 기록을 검토하는 데 드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의료 기록 정리는 의학적 지식 없이는 어려운 작업으로, 니드의 AI 에이전트가 정리한 자료는 마치 숙련된 전공의가 환자의 치료 이력을 정리한 듯한 인상을 준다”고 덧붙었다.

니드의 암보호시스템 앱 화면. 영어로 “뼈 전이 증거가 없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니드 제공
강 교수는 “저명한 학회나 국내외 의학 전문 언론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팔로해 최신 연구를 접하려 노력하지만 매일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를 소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니드의 AI에이전트는 특정 환자의 상태에 맞는 치료 방법이나 최신 가이드라인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유용한 보조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100여 명이 24시간 내 의료 기록 수집
니드의 AI 에이전트가 환자의 진료 기록과 질병 가이드라인을 요약하고 정리 내용의 출처를 제공하는 방식이라면 챗GPT와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의료 정보 특화 AI 서비스로서 니드의 암보호시스템이 갖는 장점은 ‘빈틈없는 데이터’와 ‘암 전문가의 검토’에 있다.의료진이 챗GPT에 환자의 혈액 검사, 골수 검사,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각종 검사 결과 데이터를 입력한 뒤 챗GPT에 요약을 명령하는 일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의료진이 챗GPT에 모든 환자 기록을 입력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니드는 환자의 의료 데이터를 꼼꼼히 수집하고 입력하고자 전국에 ‘데이터 수집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니드 직원 100여 명이 24시간 내 환자가 다닌 전국 병원을 통해 환자 기록을 수집하는 것이다. 또한 AI가 일으킬 수 있는 ‘할루시네이션’(인공지능이 거짓이거나 맥락과 관련 없는 내용을 생성하는 것)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니드의 AI 에이전트가 정리한 결과물은 환자와 의료진에게 제공되기 전 니드와 협력하는 글로벌 암 전문의들의 검토를 거친다.
조 교수는 니드의 암보호시스템이 주는 이점에 대해 “니드의 AI 에이전트는 1000장이 넘기도 하는 환자의 의료 기록을 요약해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신속히 치료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의사로서 환자에게 환자 상태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할 때도 도움을 준다”며 “니드의 AI 에이전트에 ‘환자에게 설명하기 쉽도록 의료 정보를 요약해줘’라고 요청해서 받은 자료를 환자에게 PDF 파일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경진 기자
zz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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