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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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경쟁’ 가열되는 전기차 시장

[조진혁의 Car Talk] 도요타 bZ5, 2000만 원대 가격에 테슬라 모델 Y와 경쟁

  • 조진혁 자유기고가

    입력2025-06-0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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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 ‘2025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도요타 전기차 ‘bZ5’. ‘가성비’ 전기차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GETTYIMAGES

     4월 ‘2025 상하이 모터쇼’에서 공개된 도요타 전기차 ‘bZ5’. ‘가성비’ 전기차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GETTYIMAGES

    최근 전기차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는 ‘가격’이다. 5월 중국에 등장한 도요타 ‘bZ5’가 새로운 흐름의 물꼬를 텄다. 테슬라 ‘모델 Y’와 유사한 사양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이 차종 엔트리 모델 가격은 2000만 원대에 불과하다. 모델 Y 가격이 50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것과 비교하면 ‘파괴적인’ 수준이라 할 만하다. 

    bZ5 사례는 전기차업계의 가격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전기차는 스마트폰처럼 1~2년마다 교체하는 소비재가 아니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장기 사용 제품이기 때문이다. bZ5처럼 JBL 오디오, 파노라마 선루프, 레벨 2 주행보조 기능 등을 갖춘 차량이 2000만 원대에 나오는 건 놀랍다. 동시에 유지비와 내구성, 품질 관리에 어떤 타협이 있었는지 의문이 남는다.

    전기차 판도 바꾼 ‘LFP 배터리’ 기술

    bZ5의 ‘가성비’를 가능하게 한 배경에는 비야디(BYD) 배터리가 있다. 배터리 셀부터 팩, 완성차까지 일관된 공급망을 갖춘 BYD는 가격 정책이 특별하다. 자국에서는 저렴하게, 해외에서는 그보다 비싸게 제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bZ5는 일본 대표 기업 도요타의 상품 아닌가. 사실 bZ5는 도요타의 중국 합작법인 ‘FAW-도요타’를 통해 현지에서 생산된다. 그 덕에 저가 모델 출시가 가능했다.

    최근 배터리 기술 발전도 전기차 가격 하락에 기여했다. 기존에 널리 쓰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의 경우 니켈과 코발트 같은 고가 희귀금속이 들어 있어 가격을 낮추기 어려웠다. 근래 확산 중인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이것들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하다. BYD, CATL 등 중국 제조사들은 LFP 배터리 기술에 집중하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도요타 bZ5에 탑재된 BYD의 블레이드 배터리가 대표적인 LFP 배터리로, 전기차의 대중화 흐름을 실질적으로 견인하고 있다. LFP 배터리는 한때 저가형에만 사용됐지만, 최근 안정성과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중급 모델에까지 채택되는 추세다. 

    배터리 생산 공정 개선과 규모의 경제 실현도 가격 인하 흐름의 중요한 배경이다. 배터리 재활용 기술, 구독·렌털 기반 모델 등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 또한 소비자 부담을 점차 줄이고 있다.



    리튬 가격 하락 역시 단기적으로는 전기차 가격 인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부터 리튬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든 덕에 차량 제조사들이 일시적인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다만 원자재 시장 특성상 변동성이 큰 만큼 이를 장기적 인하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테슬라, ‘가격 인하’보다 ‘가치 증대’에 주력

    그렇다면 다른 업체들도 도요타를 따라 앞다퉈 전기차 가격을 내릴까. 현재로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일단 테슬라는 최근 모델 Y 주니퍼를 출시하며 ‘가격 인하’ 대신 ‘상품성 제고’를 택했다. 디자인과 실내 기능을 대폭 개선하고도 기존 가격을 유지함으로써 브랜드 이미지와 시장 주도권을 동시에 지키려는 전략을 편 것이다. 물론 테슬라도 저가형 모델 출시 계획을 꾸준히 내비치고 있지만, 아직은 가격 인하보다 가치 증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현대차는 우회 전략을 취했다. 차량 가격 자체를 인하하기보다 금융 프로모션을 통해 구매자 부담을 낮추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3월 출시한 ‘더 뉴 아이오닉 5’ 구매자에게 6월까지 3.8~4.1% 수준의 할부 금리를 제공한다. 정상 금리(9.0%)와 비교하면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춘 셈이다.  

    중국 비야디(BYD)가 출시한 전기차 ‘아토3’. 최근 국내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BYD 제공

    중국 비야디(BYD)가 출시한 전기차 ‘아토3’. 최근 국내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BYD 제공

    혼다는 치열한 전기차 시장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났다.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를 낮추고, 하이브리드 차량 중심으로 판매 전략을 짜기로 했다. 전기차의 수익성과 시장 안정성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실적 회복을 위해 검증된 영역에서 승부를 보는 전략을 선택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중국 전기차는 점점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BYD는 대표 모델 ‘아토3’를 한국시장에 내놓자마자 1000대 넘는 사전 계약을 기록하는 등 인기몰이 중이다. 추가 모델 출시도 예고했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에 맞서 가격을 내리기보다 충전 편의성 등 비가격 요소 강화로 대응할 태세다. 

    지금이야말로 소비자가 신중해야 할 때다. 전기차 가격만 보고 “이 정도면 사도 되겠다”고 생각하기보다 “이 가격에 어떻게 제조가 가능했을까”를 따져봐야 한다. 싸게 판다고 꼭 나쁜 차는 아니다. 그러나 제조사가 극단적으로 낮은 판매가를 유지할 수 없다면 몇 년 뒤 유지 보수와 중고 가치 등 영역에서 눈에 보이지 않던 비용을 마주하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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