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여행업계에서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여행 계획을 세울 때 AI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GETTYIMAGES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국내 여행 정보 플랫폼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인공지능(AI) 챗봇 ‘AI콕콕 플래너’에 제주 3박 4일 여행 일정을 짜달라고 부탁했다. 애플리케이션(앱)에 여행지와 기간 등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니 5초 만에 시간대별 일정표가 뚝딱 완성됐다. 카페부터 맛집, 명소까지 빠짐없이 정리돼 있었다. 성격유형지표에서 ‘파워 J(계획형)’에 해당하는 기자도 “일정은 이대로 하고 숙소랑 항공편만 예약해 바로 떠나볼까”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꽤 정교한 일정표였다.
요즘 여행업계는 AI 상담 챗봇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여행 정보부터 가격 비교, 일정 추천까지 맞춤형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해 여행객 편의가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AI가 사람보다 여행 계획을 더 잘 짤 수 있을까. 기자가 여행사와 항공사가 도입한 AI 챗봇 서비스를 직접 비교해봤다. 사용한 서비스는 한국관광공사 ‘AI콕콕 플래너’, 놀유니버스 ‘AI플래너’와 ‘AI픽’, 하나투어 ‘하이(H-AI)’, 대한항공 ‘대한이’다.
질문 몇 개에 여행 일정 뚝딱
한국관광공사 ‘AI콕콕 플래너’와 놀유니버스 ‘AI플래너’는 기대 이상이었다. 두 챗봇 서비스 모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인 맛집도 척척 찾아줬다.‘AI콕콕 플래너’는 한국관광공사가 2022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AI 서비스다. 클릭만 하면 맞춤 일정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지역, 여행 기간, 선호 테마를 고르면 AI가 여행지, 맛집, 카페, 숙소를 포함한 시간표를 구성해준다. 최대 2박 3일까지 일정 추천이 가능하고, 지도상 이동 거리까지 고려해 코스를 짜준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정은 직접 수정하거나 검색으로 교체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놀유니버스는 2023년 5월 기존 AI에 언어모델 GPT를 결합해 맞춤형 여행 일정을 제공하는 ‘AI플래너’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AI의 특징은 질문이 세밀하다는 점. 동반인 유형은 물론, 일정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는 것을 선호하는지도 물었다. 일정을 짜면서 지도 기반 거리 정보와 추천 이유, 장소 후기까지 함께 제공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패키지여행 상품을 비교하는 ‘AI픽’ 서비스도 있었는데, 기자가 테스트한 상품들은 연달아 ‘실패’ 메시지가 떠 아쉬웠다.
질문 못 알아듣고 딴소리하기도

대한항공 ‘대한이’도 기능은 한정적이었다. 대한이는 2020년 고객 상담 서비스로 시작해 지난해 11월 여행 준비를 돕는 챗봇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항공권 예매를 요청하자 예매 페이지로 연결되는 버튼을 보여주는 게 전부였다. 6월 제주 항공권 가격을 묻자 국내선 항공편 운임 안내 링크를 제공했다. 싱가포르 항공권을 예매하려고 ‘대한이’를 이용했다는 직장인 김진 씨(29)는 “항공사 정보를 찾는 데 도움은 되지만 필요한 답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AI 챗봇이 질문 의도는 잘 파악하지만 답변은 아직 엉뚱한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적잖다”며 “향후에는 정보 제공을 넘어 예약·결제까지 가능한 ‘에이전트 AI’로 진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정 교수는 “머지않아 관광산업에서는 AI와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지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