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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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동일 유형 참사 반복… “최소한의 안전장치 못 갖춰”

산업안전 자체 포상 공장에서 사망사고… 3년간 근로자 3명 숨져

  • 윤채원 기자 ycw@donga.com

    입력2025-05-2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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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뉴스1

    서울 서초구 SPC그룹 본사. 뉴스1

    5월 19일 새벽 3시 무렵, 경기 시흥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 A 씨가 끼임 사고로 사망했다. 당시 A 씨는 크림빵 생산라인의 냉각 컨베이어벨트에 수동으로 윤활유를 뿌리고 있었고,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와 기둥 사이에 상반신이 끼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당국이 도착했을 때 A 씨는 이미 머리를 크게 다쳐 현장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해당 벨트에 자동 윤활 장치가 설치돼 있어 A 씨가 하던 작업은 원래 사람이 직접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기계가 전면 가동되면 냉각 벨트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나 윤활유를 직접 뿌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몸을 깊이 넣을 수 밖에 없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설령 수동 작업이 필요하더라도 기계를 멈춘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이를 지키지 않았던 정황들이 확인되고 있다.

    산재 1주일에 3번꼴

    이번 사고는 SPC 계열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3번째 사망사고다. 2022년 10월 15일 경기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어 숨졌다. 이 사고로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사과했지만 이틀 후 경기 성남 샤니 공장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컨베이어벨트에 손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2023년 8월에도 성남 샤니 공장에서 50대 여성 노동자가 반죽 기계에 배가 끼어 사망했다. 모두 기계 끼임으로 인한 참사였다.

    SPC 계열 공장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2023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손가락 골절 사고가 발생했고, 그해 11월 같은 공장에서 외주 노동자 머리 위로 컨베이어가 떨어져 부상을 입었다. SPC의 산업재해 건수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도 이례적으로 많은 수준이다.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SPC 주요 16개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759건이다(그래프 참조). 연평균 약 152건, 매달 12건 이상, 일주일에 3번꼴로 사고성 산재가 발생한 셈이다. 

    이 중 2022년 10월 평택 SPL 제빵공장에서 일어난 끼임 사망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됐다. 강동석 전 SPL 대표이사는 1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허 회장은 실질적 경영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면했다.



    835억 투자해도 거듭된 사고

    2022년 사망사고 직후 고용노동부는 한 달간 SPC 18개 계열사, 58개 사업장을 특별 감독했다. 그 결과 86.5% 사업장에서 법 위반 사항 277건이 적발됐다. 이에 SPC는 3년간 총 1000억 원을 안전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체 안전경영위원회도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자체 설정한 안전과제 382건 중 354건을 추진했고, 같은 해 하반기까지 누적 835억 원을 안전 관련 분야에 투자했다고 보고했다. 투자 금액 가운데 약 225억 원은 안전설비 확충에 썼다고 했다. 그러나 어떤 설비를 얼마나 도입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SPC는 지난해 12월 ‘안전경영포상 시상식’도 열었다. 안전과제 이행 실적을 바탕으로 우수 사례를 선정해 상을 주는 행사다. 특히 이번 사고가 발생한 SPC삼립 시화생산센터의 안전보건팀은 ‘산업안전혁명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이상 포상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SPC의 반복되는 끼임 사고가 안전관리 부실이 고착화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명예교수는 “일반적으로 식품 공장은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작동이 멈추거나 끼임을 방지하는 장치를 부착한다”며 “SPC에서 동일 유형 사고가 반복되는 걸 보면 이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식품업종 특성상 설비 종류가 다양하고 SPC는 작업장 수도 많은 편이라 1000억 원 규모로 전부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후 SPC삼립 측은 김범수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문에서 “고인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재발 방지에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은 확산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온라인에는 SPC 계열사 목록이 정리된 게시물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특히 이번 사고가 야구팬 사이에서 인기인 ‘크보빵(KBO빵)’ 생산라인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비자 분노가 더 커지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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