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는 나흘 동안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앱) ‘캐시워크’, 수면 앱 ‘슬립머니’, 언어 학습 앱 ‘똑똑보카’, 금융 앱 ‘토스’ 등 4가지를 사용해 총 1만3096원을 모았다(왼쪽부터).
직장인 박소연 씨(29)는 서울시가 만든 만보기 애플리케이션(앱) ‘손목닥터9988’을 사용해 매달 5000~1만 원을 번다. 또 다른 직장인 이혜정 씨(29)는 농작물을 키워 실물 상품과 교환하는 ‘올웨이즈팜’ 앱을 통해 파인애플을 배송받기도 하고, 커피도 7잔이나 무료로 마셨다.
앱 4개로 나흘간 앱테크 도전
물가가 고공 행진을 거듭하면서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짠테크’(짜다+재테크)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터치 몇 번으로 소액을 모을 수 있는 이른바 앱테크가 인기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앱테크로 6개월 만에 46만 원을 벌었다” “한 달 동안 5만4000원을 모았다” 등 후기가 넘쳐난다. 과연 티끌 모아 태산이 가능할까. 기자가 직접 앱테크에 도전했다.기자는 만보기, 수면, 언어 학습, 금융 등 총 4개 앱을 설치해 나흘간 사용했다. 총수입은 1만3096원. 돈이 가장 잘 벌린 앱은 만보기 ‘캐시워크’로, 1만2406원을 벌었다. 2017년 2월 넛지헬스케어가 론칭한 캐시워크는 100걸음 걸을 때마다 1캐시(=1원)를 준다. 출퇴근길, 점심시간에 틈틈이 걷기만 해도 최소 3000보 이상 기록됐다. 매일 몸무게를 기록하거나 먹은 음식을 적어도 2~3캐시를 주고, 미션에 참여하면 200~500캐시씩 줬다. 기자는 이렇게 모은 돈을 커피 쿠폰 4장으로 바꿔 한 잔은 직접 마시고 나머지는 동료들에게 선물했다.
‘슬립머니’는 지난해 라이징슬립이 론칭한 서비스인데, 자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4월 29일 기준으로 수면 시간 10분마다 1포인트를 준다. 사용자가 수면 패턴을 설정하고 성실히 지키면 포인트를 2배 지급한다. 이따금 메인 화면에 ‘광고 보고 5포인트 받기’ 같은 미션이 뜨는데 이를 수행하면 포인트가 더 쌓인다. 평소 광고를 보기 싫어 유튜브 프리미엄을 쓰는 기자가 포인트 몇 점 모으려고 광고를 본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랐다. 나흘 동안 이 앱으로 166포인트를 모았다.
2023년 트리거스가 론칭한 ‘똑똑보카’는 영어, 일본어 등 원하는 언어를 선택해 문제를 풀면 캐시를 주는 앱이다. 국어 어휘 문제도 풀 수 있어 온갖 신조어로 망가진 어휘력을 복구하는 데 유용할 듯하다. 사흘간 퀴즈를 풀어 총 405캐시를 벌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금융 앱 ‘토스’에서는 ‘매일 주식 받는 출석 체크’ 미션이 쏠쏠했다. 주식 종목의 향방을 예측하면 정답률에 따라 1~9원이 적립되고, 50원이 모이면 해당 금액만큼 특정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자는 150원어치 테슬라 주식을 받았는데, 종목 이름 때문인지 괜스레 150원이 1500원처럼 느껴졌다.
공짜는 없다… 수많은 광고 보고 포인트 획득
2012년 스마트폰 리워드 앱 ‘캐시슬라이드’로 시작된 앱테크 붐은 한때 주춤하는 듯했지만 최근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불이 붙었다.나흘간 앱테크로 수익을 얻었지만, 앱이 대부분 광고 기반임을 실감했다. 클릭 한 번에 광고 30초는 기본이었다. 또 출석 체크, 친구 초대, 룰렛 돌리기 등 무엇을 하든 돈을 모으려면 ‘동의합니다’를 수없이 눌러야 했다. 지인에게 링크를 공유해야 하거나, 별도 가입이 필요한 경우도 많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앱테크 유행에 대해 “경제 불황으로 젊은 세대가 ‘생존’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소액이라도 꾸준히 모으려는 경향이 강해진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소액 보상에도 많은 이가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는 이미 마일리지 적립, 쿠폰 수집 등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며 “소소하게 적립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들에게는 매력 요소로 작용하는 듯하다”고 설명했다.
직접 경험해본 앱테크는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건강, 학습, 수면 등 일상을 관리하며 소소한 부수입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특히 걸으면서 돈을 버는 만보기 앱은 진입 장벽이 가장 낮고 재미는 컸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데 수입도 따라온다니. 앱테크 이틀 차에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다” “광고가 왜 이렇게 길까” 투정을 부렸는데 작심삼일이 지나자 금세 적응됐다. 오늘도 커피 한 잔 값 벌려고 걷기부터 시작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