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비트코인 관련주가 급등락을 이어가며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월 10일(현지 시간) 비트코인 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하자 급등했던 비트코인 관련주들은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일제히 폭락했다. 지난해 말 비트코인 관련주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기대감에 상승세를 이어간 바 있다. 이번 승인으로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운용 규모가 가장 큰 그레이스케일의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GBTC)’도 상장과 동시에 급락했으며, 비트코인 최대 보유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와 대표적인 비트코인 채굴 업체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미국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도 하락세다. 기술적 투자 전문가인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는 “비트코인 관련주가 언뜻 보면 주가 흐름이 비슷한 것 같지만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종목마다 상승 시기와 여력에 차이가 있다”며 “관련주 가운데 GBTC가 상승 여력이 가장 크지만 국내 투자가 막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1월 15일 김 대표를 만나 미국 비트코인 관련주를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투자전략을 세워보았다.
김정환 GB투자자문 대표. [박해윤 기자]
비트코인 금리인하 시기 급등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 의미부터 짚고 가야할 것 같다.“19세기 영국 경제학자 스탠리 제본스는 화폐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화폐현상’으로 정의했다. 화폐현상에 따르면 화폐는 가치저장→교환매개→회계단위 수단을 차례로 습득하며 만들어진다. 현재 디지털 화폐로 불리는 비트코인은 가치저장 수단 단계를 거치고 있는데, 비트코인 현물 ETF가 상장됨에 따라 전통 금융시장에서도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전통 금융권 및 기관도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비트코인 투자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올해에는 암호화폐가 금융 영역으로 편입을 시도하는 동시에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전통 금융은 블록체인에 속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화폐현상을 차례로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 기대감에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관련주도 무섭게 상승했는데.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50억 달러 이상 규모인 미국 상장사 중 최고 성과를 낸 8개 종목 중 4개 종목이 암호화폐 관련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에도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으로 기관 자금 유입이 예상되면서 관련주에 대한 전망은 낙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 관련주는 단기 상승에 따라 조정을 겪고 있지만 비트코인이 본질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자산인 만큼 계속해서 중장기적인 우상향 국면에 있다고 판단된다.”
비트코인은 과거 금리 인하시기에 어떤 흐름을 보였나.
“2019년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하 가이던스(전망치)를 제시하자 비트코인 가격은 6월까지 3개월간 약 236% 상승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은 약달러, 실질금리 하락이 예상되는 환경에 강세를 보였다. 올해는 실질금리가 인하되고, 달러 약세 가능성이 높아 하반기로 갈수록 비트코인에 우호적인 경제 환경이 예상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금 현물 ETF와도 비교되는데.
“금 현물 ETF는 2004년 11월 상장 이후 2012년까지 8년간 급등했다. 2004년 11월 1온스(약 31.1g)당 430달러에 거래되던 금은 2011년 말 1800달러까지 상승했다. 시장에는 디지털 금인 비트코인도 현물 ETF 상장 이후 금 현물 ETF처럼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하지만 2004년부터 2011년까지는 금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미국주식도 상승하던 시기로 금융자산 상승기였다. 따라서 비트코인 현물 ETF 가격이 금 현물 ETF처럼 무조건 상승할 것이란 생각은 무리다. 다만 향후 비트코인이 우상향할 수 있는 경제상황인 것은 맞다.”
이번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GBTC는 어떤 상품인가.
“GBTC는 2015년 장외시장에서 미국 최초로 상장한 비트코인 펀드다. 당시 기관투자자는 SEC 규제에 의해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를 할 수 없었다. 그레이스케일이 이런 기관투자자들을 위해 구입한 비트코인을 증권 형태로 판매하는 GBTC를 출시했다(GBTC는 이번에 SEC 승인에 따라 현물 ETF로 전환됐다). 그레이스케일은 기관투자자의 자금으로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매입한 뒤 콜드월렛(cold wallet)에 보관하는 형태로 운용했다. 올해 1월 9일 기준으로 GBTC는 전체 비트코인 유통량의 약 3.16%를 보유하고 있다.”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지갑은 일반적으로 핫월렛(hot wallet)과 콜드월렛으로 나눈다. 핫월렛은 온라인에서 동작하는 지갑으로 바로 입출금과 송금이 가능한 암호화폐 지갑이고, 콜드월렛은 오프라인에서 동작하는 지갑으로 하드웨어 지갑, USB 보관, 종이 지갑 등이 있다.
지난해 GBTC는 비트코인 급등에 힘입어 330% 상승했다.
“GBTC 주간차트를 보면 2022년 6월 이후 지난해 10월 중순까지 변형된 역머리어깨형이 완성됐다(그래프1 참조). 패턴 완성 후 전형적인 상승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단기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와 신규 매수가 증가하면서 활발한 손바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단기 과열권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GBTC의 1월 둘째 주 주봉은 작은 몸통이면서 윗꼬리와 아랫꼬리가 길게 나타났다. 당분간 단기 상승에 따른 조정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금융당국이 기업의 자금조달 역할을 수행하는 자본시장의 자금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투자가 막혔지만 비트코인이나 관련주 투자자라면 GBTC 주가 흐름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코인베이스 매출의 86% 거래수수료
코인베이스는 국내 투자자들도 주목하는 종목이다.“2021년 4월 나스닥에 상장한 코인베이스는 미국 최대의 암호화폐 거래소다. 당시 코인베이스 상장은 암호화폐 산업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됐다. 투기성 자산으로만 여겨지던 암호화폐가 처음으로 제도권 금융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코인베이스는 100여 가지의 암호화폐 거래가 가능하며 매출의 약 86%는 거래수수료다.”
코인베이스 주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데.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코인베이스에는 단기적으로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물 ETF로 비트코인이 거래되면 거래소 비용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 3분기 코인베이스의 암호화폐 거래 수익에서 비트코인 비중은 37%에 불과한 반면, 이더리움은 18%, 기타 암호화폐 자산은 45%를 기록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수익과 스테이블코인 수익(USDC 준비금 수익) 총액은 같은 기간 2억1200만 달러로 전분기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급등한 코인베이스 주가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과 동시에 급락했다.
“코인베이스 주간차트를 보면 2022년 5월에서 지난해 11월말에 걸쳐 역머리어깨형을 완성했다(그래프2 참조). 이후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중기적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12월말까지 8주 연속 상승한 이후 조정을 보이고 있다. 주가 고점에서 나타난 전형적인 조정신호로 RSI(상대강도지수)와 MACD 등 보조지표들도 하락전환하고 있다.”
코인베이스 주가는 어디까지 조정 받을 것 같나.
“코인베이스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에 주간차트에서 도지캔들(시가와 종가가 같은 것)이 나타났다. 도지캔들은 매수와 매도세가 팽팽하다는 의미로 혼조세를 뜻한다. 이후 올해 들어 주가는 조정흐름을 보이고 있다. 1차 지지선은 역머리어깨형의 목선에 해당하는 115달러 내외로 판단되며, 반등 시 1차 저항선은 160달러 내외다. 단기적으로는 조정을 염두에 둔 대응이 유효해 보인다.”
대형 기관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매수 중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관련으로 더 주목 받고 있다.“최근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공지능 파트너십을 맺기도 했지만, 비트코인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어 암호화폐 시장에서 관심이 더 크다. 지난해에도 비트코인 5만6650개를 매입해 현재 총 18만9150개의 비트코인을 보유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2억1600만 달러(약 28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각해 비트코인 매입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이 비트코인 현물 ETF보다 더 큰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ETF와 달리 수수료나 세금을 내지 않고도 비트코인 매매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랙록과 피델리티 같은 대형 기관들은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매수 중이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가는 비트코인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은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 비트코인보다 더 큰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의 주간차트를 보면 2021년 11월 이후 지속된 중기 하락추세선을 지난해 1월 상향 돌파했다(그래프3 참조). 이후 단기 상승 후 조정을 보였으나 중기 하락추세선으로 복귀하지 않고 새로운 상승추세대를 형성하면서 상승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상승추세대 상단에서 저항을 받으면서 주가는 조정을 보이고 있으며 추가 조정도 예상된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해 12월의 고점 이후 30%가 넘게 하락하면서 조정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후의 상승흐름보다 훨씬 가파른 하락세다. 1차 지지선은 상승추세대의 하단이자 심리적 지지선인 400달러 내외, 반등 시 1차 저항선은 상승추세대의 중심선이 위치한 550달러 내외로 판단된다. 따라서 400달러선에서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상승N자형 진행
암호화폐 채굴기업 글로벌 1위 회사인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도 대표적인 비트코인 관련종목인데.“마라톤 디지털 홀딩스는 북미에 상장된 암호화폐 채굴 회사 중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주가가 680% 이상 급등하며 시가총액 50억 달러 이상 암호화폐 관련주 중 최고 성과를 냈다. 2022년 말 비트코인 급락과 몬태나 시설 정전, 채굴업체 컴퓨터 노스의 파산 여파 등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지난해 비트코인이 반등하면서 수익이 극적으로 개선돼 지난해 3분기에는 매출 9780만 달러, 순이익 6410만 달러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미국 텍사스와 네브래스카에 있는 비트코인 채굴장 두 곳을 1억7860만 달러에 매입하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의 암호화폐 채굴량은 연간 5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 주가도 다른 비트코인 관련주와 마찬가지로 조정 국면이다.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는 2021년 11월 이후 이어진 중기 하락추세선을 지난해 3월 중순 돌파했다(그래프4 참조). 이후 상승흐름으로 전환하며 상승N자형으로 진행되고 있다. 패턴으로 보면 2022년 4월 이후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역머리어깨형을 완성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현재 마라톤 디지털 홀딩스는 고점 대비 40%가량 하락하며 역머리어깨형의 목선까지 조정받고 있다. 고점에서 주봉상 흑삼병(음봉이 연속적으로 3개 이상 나타나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일시적 반등이 가능한 영역에 진입해 있다. 추가적인 조정을 보인다면 주요 지지선은 15달러 내외, 반등 시 1차 저항선은 24달러 내외다.”
“그레이스케일의 GBTC다. 현재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라”는 월가의 격언대로 비트코인 현물 ETF 관련 뉴스가 쏟아지자 관련 종목의 주가는 하락하는 국면이지만 조정 후 다시 반등이 기대된다. 다른 비트코인 관련주들은 이미 고점에서 30~40%가량 조정을 받고 있는데, GBTC는 고점 대비 11%정도 조정에 그치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가장 양호한 모습이다. 다만 국내에서 투자가 막혀 있으므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 대체 투자하는 것도 방법으로 보인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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