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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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 투자 은행 금리보다 ‘짭짤’

저금리·저성장 시대 가장 손쉽게 ‘복리 효과’ 얻을 수 있어

  • 이상건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상무 sg.lee@miraeasset.com

    입력2013-12-16 10: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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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당주 투자 은행 금리보다 ‘짭짤’

    배당주는 변동성이 심한 장에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담배회사는 과부와 고아를 위한 주식이다.”

    17년간 마젤란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익률 2700%를 올린 전설적인 펀드매니저 피터 린치가 한 말이다. 린치가 이 말을 한 이유는 담배회사가 전형적인 배당주이기 때문이다. 담배는 중독성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경기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꾸준히 이익을 낸다. 이익 가운데 일부는 주주에게 배당으로 지급한다. 담배회사 주식을 소유하면 꾸준히 배당금을 받아 과부와 고아가 생활비로 쓸 수 있다는 게 린치 생각이었다.

    배당은 주주가 주식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수익 원천이다. 그러나 배당주는 시장으로부터 찬밥 대접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장과 유행의 시대에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가령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주)이 펄펄 날던 2010년 장세에서 배당주는 관심을 받지 못했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이 등장하면서 테마주가 형성되거나 시장이 빠르게 상승하면 무겁고 굼뜬 배당주는 시장으로부터 소외되기 일쑤다. 배당주는 대부분 성숙기 산업에 속한 기업이거나 업력이 오래돼 신선함이 떨어지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성장과의 게임에서 승리

    그러나 장기 수익률을 보면, 배당은 성장과의 게임에서 승리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투자 이론의 대가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성장의 함정’ 사례로 IBM과 엑슨모빌의 장기 수익률을 비교한다.



    1950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정보기술(IT) 산업은 주식시장의 3%에서 18%로 성장했다. 이 기간 가장 뜨거운 주식 가운데 하나는 IBM이었다. IBM은 IT 업계 거인으로 성장했고, 60년대 말 기관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종목 50개만 매입한 니프티 피프티(nifty-fifty) 장세 때도 주인공이었다. 1950년부터 2003년까지 IBM에 투자했다면 연 12.83%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같은 시기 정유산업은 시장점유율도 줄고 미국 전체 시가총액에서의 비중도 낮아졌다. 당연히 정유기업들은 투자자로부터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유회사인 엑슨모빌은 꾸준히 배당이나 하는 기업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1950년부터 2003년까지 엑슨모빌 수익률은 IBM보다 1%p 이상 높은 14.22%였다. 배당이나 하는 주식쯤으로 여겨지던 엑슨모빌이 IBM을 누른 이유는 무엇일까.

    시겔 교수는 그 원인을 두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매수 가격과 투자 심리 측면이다. IBM은 성장주이자 인기주였던 만큼 높은 가격에 거래됐고, 엑슨모빌은 저성장 산업에 속해 낮은 가격에 매수할 수 있었다. 둘째, 배당의 재투자 효과다. 고성장 기업은 성장을 위한 투자를 경영 1순위에 두지만,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기업은 그동안 벌어놓은 돈을 곳간에 모셔뒀다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처음에는 배당의 재투자 효과가 미미한 듯 보였지만, 재투자로 복리 효과가 발휘되면서 투자자의 지갑을 더욱 두둑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배당주는 복리의 재투자 효과로 약세시장에서 보호막 구실을 한다. 시겔 교수는 “배당 재투자로 늘어난 주식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가치 하락의 완충 구실을 해준다”며 배당 재투자를 ‘약세 시장 보호막’이라고 불렀다.

    배당은 주가 하락을 방지하는 기능도 한다.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은퇴자산에 배당주가 제격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배당금을 잘 주는 회사는 대부분 배당금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다. 배당금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면, 주가가 하락할 경우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이 올라간다. 그러면 배당수익률을 노리는 투자자가 주식을 매수하기 시작한다. 배당금이 주가 하락의 안전판 구실을 하는 셈이다. 과거 미국 주가사상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던 1987년 블랙 먼데이나 9·11테러, 우리나라 외환위기 때도 두 나라의 고배당주는 저배당주보다 덜 떨어졌고, 전체 시장 평균보다 조금 하락했다.

    배당주 투자 은행 금리보다 ‘짭짤’
    배당주는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투자 대상 가운데 하나다. 배당주의 경쟁자는 은행 금리다. 은행 금리가 높으면 굳이 배당금을 노리면서까지 투자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최근처럼 세후 금리가 2%로 낮아지면, 배당수익률의 상대적 가치가 올라간다. 우리나라도 구조적으로 저금리 국면에 접어든 만큼 배당 투자의 매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저성장도 배당의 상대적 가치를 높인다. 고성장 시대 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투자를 늘리고 외형을 키워 나간다. 회사에 돈이 생기면 주주에게 배당을 하기보다 신규 투자를 통해 기업 가치를 올리고자 한다. 하지만 패러다임이 바뀌어 저성장 시대가 되면, 과거 같은 성장 방정식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 기업 성장을 통해 보상하는 것 못지않게 배당금 같은 현실적 수익을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숲 속의 새떼보다 손안의 새 한 마리가 귀중해지는 시대가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저금리·저성장 시대에 진입하면서 최근 몇 년간 배당주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주식형 펀드에서도 배당주 펀드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자산의 50% 이상을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9.45%로, 시장 평균인 0.75%보다 9%p 가까이 더 높다(표 참조). 물론 배당주의 가격이 많이 오르면 배당수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배당 투자의 요체는 배당 재투자에 있기 때문에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에 투자할 때는 절대적으로 긴 호흡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긴 호흡으로 투자해야 성공

    배당주 장기투자의 위력을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1995년 은퇴한 존 네프다. 그는 64년부터 95년까지 펀드를 운용하면서 수익률 5600%를 올렸다. 현역으로 활동할 때 미국 펀드매니저들이 가장 돈을 맡기고 싶은 펀드매니저로 꼽았던 인물이기도 하다. 네프의 연평균 수익률은 13.9%였는데, 그의 투자 수익 가운데 40%는 배당금에서 나왔다. 네프는 4~5%의 배당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주식을 발견하기만 하면, 목표의 절반은 달성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물리학의 천재 아인슈타인은 복리를 두고 ‘인류의 8대 불가사의’라고 말한 바 있다. 투자의 귀재라 부르는 워런 버핏은 기부 서약서에서 “내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미국에서 좋은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다는 것과 복리 덕분”이라고 말했다. 배당 투자는 개인투자자가 가장 손쉽게 복리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주식 투자 방법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은퇴자산처럼 안정적으로 운용해야 하는 자금의 경우, 배당이라는 안전장치를 갖춘 배당주나 배당주 펀드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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