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감성에 젖어드는 시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5/02/16/201502160500032_1.jpg)
제목이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아마 2006년 인디 음악영화의 신기원을 연 존 카니 감독의 동명 영화를 접했을 확률이 높다. 맞다. 뮤지컬 ‘원스’는 음악이 지닌 힘으로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영화를 무대로 옮겨왔다. 작품은 아일랜드 더블린을 배경으로 진공청소기 수리공 ‘가이’와 꽃 파는 체코 이민자 ‘걸’이 주변 사람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고 성장해나가는 과정, 감정을 나누는 모습을 그린다. 기타를 치는 가이 역은 윤도현과 이창희, 피아노를 치는 걸 역은 전미도와 박지연이 맡았다.
등장인물은 평범하다. 사랑하는 이가 떠나고 삶의 의욕을 잃은 가이, 남편이 떠나고 딸과 엄마에게 더 신경 써야만 하는 걸, 이상과 달리 허드렛일만 하는 패스트푸드점 직원, 연애 한번 제대로 못 해본 악기가게 사장, 내면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꿈틀대는 은행직원 등 관객이 감정이입할 인물과 상황이 무대에 놓여 있다. 이들의 텅 빈 가슴을 채워나가는 건 희망이라는 이름의 음악이다.
천장에서 샹들리에가 뚝 떨어지고, 천둥번개와 함께 두 얼굴의 살인마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식의 현란한 작품을 보고나서야 “뮤지컬 좀 봤다”고 만족하는 이라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작품은 영화가 주는 ‘인상’을 충실하게 재현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장면 장면을 무대에 옮겨온 느낌을 주기에 호불호가 분명히 갈릴 것이다.
돌이켜보자. 영화 자체도 흐름은 단순했다. 평소 액션 영화를 즐기지만 영화 삽입곡 ‘폴링 슬롤리(Falling Slowly)’ 한 곡에 끌려 원작을 봤는데, 다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차분하구나. 음악이 좋구나. 길거리에서 만난 두 남녀가 음악으로 교감을 나눈다는 이야기에서 갈등 구조를 만들려야 만들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 아닌가. 뮤지컬로 만들면 밋밋할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보고 나서 ‘폴링 슬롤리’를 반복 재생하게 만드는 게 작품의 힘이다. 뮤지컬 ‘원스’는 2012년 미국 토니상에서 최우수뮤지컬상과 연출상 등 8관왕을 차지했다.
작품을 신선하게 만든 건 전 출연진의 뮤지션화다. 오케스트라 없이 모든 배우가 악기와 소품을 두드려 박자를 맞추고, 화음을 빚어내 하모니를 이룬다. 걸 역의 전미도는 “악보도 볼 줄 몰랐지만 이 작품으로 피아노를 치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형식의 뮤지컬을 ‘액터 뮤지션 뮤지컬’이라 한다. 뮤지컬 ‘스위니 토드’ ‘컴퍼니’ ‘모비딕’ 같은 작품이 이런 구성으로 호평을 받았다.
![어쿠스틱 감성에 젖어드는 시간](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5/02/16/201502160500032_2.jpg)
3월 29일까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