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 갯내음과 곰솔향기 대~박](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4/01/06/201401060500021_1.jpg)
1 서해안 제일의 일몰 감상 포인트로 손꼽히는 꽃지해변과 꽃다리.
사시사철 관광객 발길이 끊이질 않는 안면도에서는 한겨울에도 각별한 운치와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광폭하게 몰아치는 파도와 바닷바람, 무시로 흩날리는 눈발, 그리고 아름답다 못해 섬뜩할 만큼 황홀한 해넘이와 저녁노을 등 안면도 겨울바다의 독특한 풍정(風情)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태안해변길 중 최고는 5코스 노을길
두어 해 전부터는 안면도를 포함한 태안 해안지역에 걷기 여행자의 모습도 눈에 띄게 늘었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 속하는 태안군의 서쪽 해안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태안해변길을 개통한 덕택이다. 태안해변길은 두 발로 찬찬히 걸으면서 태안해안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과 청정무구한 자연을 직접 보고 느끼고 즐기는 친환경 생태길이다. 2011년 4코스 솔모랫길과 5코스 노을길을 처음 선보인 뒤 3년에 걸쳐 총 97km의 트레킹코스 7개를 개통했다.
태안해변길의 7개 트레킹코스 가운데 한 구간만 걷는다면, 선택은 단연코 5코스 노을길이다. 무엇보다 태안해안국립공원에서도 최고 풍광을 자랑하는 안면도의 대표 해변을 두루 거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맨 위쪽 백사장해변을 출발해 삼봉, 기지포, 안면, 두여, 밧개, 두에기, 방포 등 해변을 거쳐 종점인 꽃지해변에 도착한다.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철에는 거친 바람을 막아주는 솔숲 구간이 많아 북풍한설에도 별 어려움 없이 걸을 수 있다. 시종 바다를 끼고 걷는 길이라 마음 편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을뿐더러, 해안도로와 가까워 접근성이 탁월하다는 점도 이 코스의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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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 빠진 백사장해변 모래벌판에서 조개잡이에 열중하는 연인들. 3 백사장오토캠핑장의 이국적인 티피텐트와 울긋불긋한 알파인텐트가 서로 잘 어울린다. 4 안면암에서 바라본 부교와 천수만 바다. 바로 앞에 여우섬과 조구널섬이 떠 있다.
장바닥처럼 붐비는 백사장항을 벗어나면 곧바로 울창한 곰솔(해송)숲과 탁 트인 바다를 양쪽에 거느린 해변길에 들어선다. 쉼 없이 불어오는 바람 속에 비릿한 갯내음과 청신한 곰솔향기가 뒤섞인 듯하다. 백사장해변을 에워싼 곰솔숲에는 지난여름 문을 연 백사장오토캠핑장이 자리 잡았다. 노을길 구간에 있는 유일한 사계절 전천후 캠핑장이다.
솔숲 사이 개활지에는 흔히 ‘인디언텐트’라고 부르는 티피텐트와 이동식 캠핑캐러밴(트레일러)이 구역별로 늘어서 있다. 곰솔이 빼곡한 숲 속에는 소형(4인용) 티피텐트가 군데군데 설치돼 마치 아메리칸인디언이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을 통째 옮겨온 듯하다. 소형 티피텐트가 설치된 나무데크에는 애초부터 뿌리를 박고 살아온 곰솔이 원래 모습 그대로 서 있다. 오토캠핑장으로 활용되는 곰솔숲에는 키 작은 가로등이 드문드문 세워진 것 말고는 별다른 인공시설물이 없다. 곰솔숲의 훼손을 최소화하려고 애쓴 흔적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고맙고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닷물 빠진 곳서 조개잡이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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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노을길의 백사장오토캠핑장 구간을 지나는 트레커들.
백사장오토캠핑장을 비롯한 태안 바닷가 캠핑장에서 최고 체험거리는 조개잡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모래벌판을 호미로 잠깐만 뒤적거려도 아이 주먹만한 조개가 연이어 나온다. 특히 한밤중에 횃불이나 랜턴을 켜고 물 빠진 갯벌을 샅샅이 훑는 해루질의 결과물이 의외로 풍성하다. 물때와 계절만 잘 맞추면, 미리 준비해간 양동이에 조개뿐 아니라 주꾸미, 낙지, 꽃게 등을 가득 채울 수 있다.
캠핑장에서 즐기는 최고 휴식은 이른바 ‘멍 때리기’다. 캠핑용 안락의자에 등을 기댄 채 무상무념(無想無念) 상태로 주변 풍경을 망연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온갖 시름과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듯하다. 백사장오토캠핑장 솔숲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니, 어느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쭉쭉 뻗은 곰솔 사이로 노을 진 바다와 하늘이 그림처럼 펼쳐지고, 그 바다를 옆에 끼고 노을길을 걷는 트레커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들어온다. 애초 계획은 이 캠핑장에 텐트만 쳐놓고 12km에 이르는 노을길 전 구간을 섭렵한 다음, 남쪽 종점인 꽃지해변의 할미·할아비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를 감상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운치 좋고 아늑한 데다 바다 풍광까지 아름다운 이 숲을 잠시나마 떠나는 것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결국 첫날에는 해변을 잠깐 산책하는 일 외에는 숲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튿날에는 새벽부터 하늘이 끄무레하더니 기상청이 예보한 시간에 정확히 함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이 내린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사람마다 낯꽃이 활짝 피었다. 넋 나간 사람처럼 괜스레 실실 웃는가 하면, 눈 맞은 강아지마냥 캠핑장 이곳저곳을 마구 쏘다니기도 했다. 역시 눈은 동심(童心)을 부르는 마술사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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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햇살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장삼포해변을 산책하는 연인들.
안면도 동쪽 해안에 위치한 안면암도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1998년 창건했다는 이 암자는 안면도에서 가장 큰 사찰이다. 암자 앞 천수만 바다에는 ‘여우섬’과 ‘조구널섬’이라는 작은 무인도가 2개 떠 있고, 암자와 두 섬 사이에는 길이가 100m쯤 되는 부교가 설치됐다. 바다에 떠서 출렁거리는 부교를 건너며 약간의 스릴과 긴장감을 맛보려면 밀물 때를 잘 맞춰서 찾아가야 한다. 이곳은 또한 태안군 제일의 일출 명소로 알려져 새해 벽두에는 해돋이를 구경하려는 관광객 발길이 잦다.
여행정보
● 백사장오토캠핑장 이용안내
백사장오토캠핑장 이름은 운영 주체별로 제각각이다. 티피텐트와 캠핑캐러밴, 오토캠핑장(B구역)을 운영하는 씨티레저클럽(041-674-0153·www.citileisureclub.com)에서는 ‘백사장테마빌리지’라 부르고, 백사장오토캠핑장 A구역을 운영하는 업체는 ‘웨스턴백사장오토캠핑장’(010-3537-5956·cafe.naver.com/hk8981)이라 일컫는다. 겨울철에는 화장실, 취사장, 샤워장 같은 편의시설이 두루 잘 갖춰진 백사장테마빌리지만 문을 연다. 예약은 웨스턴백사장오토캠핑장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 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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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가든에서 파는 우럭젓국.
안면읍 소재지인 승언리 초입 길가에 자리 잡은 솔밭가든(041-673-2034)은 꾸들꾸들 말린 우럭, 두부, 대파, 마늘 등 각종 양념과 채소를 쌀뜨물에 넣고 끓인 다음 새우젓으로 간을 맞춘 우럭젓국을 잘하는 집이다. 그리고 백사장항 입구에 자리한 안면식당(041-673-7736)은 ‘디웅조개’를 넣고 끓인 조개탕과 조개칼국수의 칼칼하고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안면도자연휴양림에 이웃한 숲속가든(041-673-4465)은 게국지, 꽃게탕, 우럭젓국 등 태안 향토음식이 두루 맛있는 집이다.
● 가는 길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갈산교차로(해미, 안면도 방면 좌회전)→상촌교차로(안면도 방면 좌회전)→서산 A·B지구 방조제→원청사거리(안면도 방면 좌회전, 79번 국도)→안면대교→백사장사거리(우회전)→백사장항→백사장오토캠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