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두심 김미숙 출연의 ‘나, 여자예요’(다리오 포 작, 하상길 번안-연출, 제일화재 세실극장, 2월20일까지)는 국내에서 여러 번 공연된 바 있는 1인극 다섯 편의 묶음 ‘모든 집, 교회, 그리고 침대’ 중 두 편을 번안한 것이다. 이번 번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희극성의 약화’. 다리오 포의 작품은 학력 고하를 막론하고 배꼽을 잡게 만드는 희극-소극(笑劇)이 대부분이며, 이 작품 역시 그렇다. 예컨대 김미숙이 연기한 ‘여자1’(원제목 ‘잠에서 깨어남’)에서 아기에게 파우더 대신 치즈가루를 뿌린다든 지, 설탕과 소다가 뒤죽박죽된다든지, 입에 물고 다니던 열쇠를 삼켜버렸다고 호들갑을 떤다든지 하는 것은 영락없는 희극-소극의 관행이다.
여기에다 탄식과 눈물을 끼워 넣었는데, 고두심이 연기한 ‘여자2’(원제목 ‘외로운 여자’)는 아주 비극적이다. 원작에서 손과 ‘그곳’만 싱싱한 시동생의 우스꽝스러운 성폭력을 징글징글한 치매 시아버지의 성폭력으로 바꾸어 놓았고, 결혼생활의 좌절과 청년과의 사랑은 ‘위기의 여자’나 ‘로젤’ 못지 않은 비극적 분위기로 이끈다. 그를 위해 무대연기 등은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그러다 보니 희극-소극에 적합한 과장과 우스갯소리는 ‘썰렁’해지거나 불편해지며, 억압적 여성상황을 이성적으로 풍자하는 비판적 태도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비판적 인식의 거리감과 날카로운 풍자보다는 억압적-비극적 상황에 대한 공감과 한풀이를 강화하는 이런 번안의 기조로 보면, 당연히 작품 중 사회구조나 성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고 가정사의 넋두리는 강화된다. 제조업 여성노동자의 이야기가 전문직 여성의 그것으로 바뀐 ‘여자1’에서는 아내의 가사노동이 결국 남편의 사장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삭제했고, 대신 시집살이에 지친 친구의 자살이야기가 삽입됐다. ‘여자2’에서는 여자가 성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들을 제거한 대신 남편의 외도 내용을 새로 넣어 성의 문제보다는 가정사의 애정문제를 부각시킨다.
이탈리아의 진보적 연극인 다리오 포의 작품을 본다는 기대로 이 연극을 찾은 관객이라면 이런 ‘변형’에 다소 실망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이 작품에 몰려든 여성 관객들을 보면 말문이 닫힌다. 그들은 본격적인 페미니즘 연극에 몰려든 젊은 관객이 아닌, ‘위기의 여자’나 ‘로젤’,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 몰려들었던 바로 그 관객층이며, 이런 작품들에 비하자면 이 연극은 다리오 포 덕분에 진전된 인식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 여성연극의 현실은 이것이다. 02-736-7600.
여기에다 탄식과 눈물을 끼워 넣었는데, 고두심이 연기한 ‘여자2’(원제목 ‘외로운 여자’)는 아주 비극적이다. 원작에서 손과 ‘그곳’만 싱싱한 시동생의 우스꽝스러운 성폭력을 징글징글한 치매 시아버지의 성폭력으로 바꾸어 놓았고, 결혼생활의 좌절과 청년과의 사랑은 ‘위기의 여자’나 ‘로젤’ 못지 않은 비극적 분위기로 이끈다. 그를 위해 무대연기 등은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그러다 보니 희극-소극에 적합한 과장과 우스갯소리는 ‘썰렁’해지거나 불편해지며, 억압적 여성상황을 이성적으로 풍자하는 비판적 태도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비판적 인식의 거리감과 날카로운 풍자보다는 억압적-비극적 상황에 대한 공감과 한풀이를 강화하는 이런 번안의 기조로 보면, 당연히 작품 중 사회구조나 성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는 줄어들고 가정사의 넋두리는 강화된다. 제조업 여성노동자의 이야기가 전문직 여성의 그것으로 바뀐 ‘여자1’에서는 아내의 가사노동이 결국 남편의 사장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삭제했고, 대신 시집살이에 지친 친구의 자살이야기가 삽입됐다. ‘여자2’에서는 여자가 성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음에 대한 몇 가지 재미있는 내용들을 제거한 대신 남편의 외도 내용을 새로 넣어 성의 문제보다는 가정사의 애정문제를 부각시킨다.
이탈리아의 진보적 연극인 다리오 포의 작품을 본다는 기대로 이 연극을 찾은 관객이라면 이런 ‘변형’에 다소 실망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막상 이 작품에 몰려든 여성 관객들을 보면 말문이 닫힌다. 그들은 본격적인 페미니즘 연극에 몰려든 젊은 관객이 아닌, ‘위기의 여자’나 ‘로젤’,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 몰려들었던 바로 그 관객층이며, 이런 작품들에 비하자면 이 연극은 다리오 포 덕분에 진전된 인식을 지닌 작품이기 때문이다. 우리 여성연극의 현실은 이것이다. 02-736-7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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