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몬드, 귀리, 콩 등 식물성 원료로 제조하는 대체 음료는 우유와 성분이 전혀 다른 만큼 섭취에 주의가 필요하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평소 건강을 생각해 식물성 음료를 자주 마셔왔다는 30대 직장인 김모 씨 얘기다. 김씨 외에도 우유와 식물성 대체음료 성분을 오인하는 소비자가 적잖다.
2021년 공주대 김선효 교수 연구팀이 전국 18~69세 남녀 8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35.2%는 우유와 기타 대체음료(식물성음료) 성분이 ‘비슷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다’는 응답도 4.7%나 됐다. 식물성 대체음료는 귀리, 아몬드, 코코넛 등 식물성 원료를 물과 섞어 만든 음료로 제조 과정에 원유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많은 소비자가 이들 음료를 우유와 비슷하거나 동일한 제품으로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11월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동물성 식품과 유사하게 만든 ‘대체식품’의 경우 제품에 이를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체식품의 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하지만 현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특히 우유 성분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식물성 대체음료가 ‘우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설탕 첨가 식물성 음료, 혈당 급상승 우려
최근 비건, 친환경, 건강 트렌드와 맞물려 식물성 음료 수요가 늘고 있지만, 이들 제품이 유제품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 등의 면에서 우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유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비타민, 필수 아미노산 등 주요 영양소가 고루 들어있는 완전 식품”이라고 입을 모은다.미국 운동 전문 잡지인 ‘머슬 앤 피트니스(Muscle&Fitness)’와 식품 및 음료 개발 뉴스를 제공하는 ‘푸드 네비게이터-아시아(Food Navigator-Asia, 미국판)’에 보도된 ‘식물성 음료와 우유의 영양 성분 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물성 음료에서는 비타민 C, A, K2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비타민 B2, B12, D2 성분도 거의 측정되지 않았다. DIAAS(소화 가능 필수아미노산 점수) 측정값도 우유가 식물성 음료에 비해 더 높게 나타났다. 우유 함유 단백질의 우수성이 확인된 것이다. 당시 조사 결과 우유 100ml에는 단백질이 평균 3.1g 함유된 반면 식물성 음료의 단백질 함유량은 0.9g에 불과했다.
반면 당류 함량은 식물성 음료가 우유보다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음료 맛을 좋게 하기 위해서 설탕을 첨가한 식물성 음료를 마실 경우 혈당이 갑자기 상승할 수 있다”며 “혈당 관리를 하는 사람은 성분표를 잘 살피고 되도록 섭취를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이와 달리 우유에 있는 당 성분인 유당은 혈당지수가 낮고 체내 흡수 속도가 느려 혈당을 서서히 상승시키며 인슐린 분비를 억제해 혈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우유에 들어있는 락툴로스 성분도 혈당이 빠르게 상승하는 것을 막는 효과를 발휘한다.
낙농업계 관계자는 “우유와 식물성 대체음료는 영양 성분의 양과 질 면에서 차이가 크다”며 “특히 우유 속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히 포함된 완전 단백질인 반면, 식물성 대체 음료에 함유된 단백질은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적어 단독으로 충분한 양을 섭취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천연식품 우유와 대체음료 오인 말아야”

우유는 단백질을 비롯한 비타민, 철분 등 영양소들이 풍부하게 함유된 완전식품이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 제공
다른 나라에서도 대체식품 표기에 대한 제한이 이어지고 있다. 칠레에서는 식물성 식품에 육류 관련 용어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식물성 대체음료인 ‘낫밀크(Not Milk)’의 상표 사용을 금지했다.
우유자조금관리위원회(위원장 이승호)는 “우유는 살균과 균질화 처리만 거치는 천연 식품으로 식품 분류상 최소 가공식품에 해당한다. 반면 식물성 대체음료는 영양소 강화를 위해 여러 단계의 가공 과정을 거치고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며 “소비자들이 식물성 대체음료를 선택할 때는 단백질 함량과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판단하고 우유로 오인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화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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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송화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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