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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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지’ 아닌 ‘목적지’로 진화하는 편의점

유행 음식부터 옷, 화장품, 금까지 판매

  • 이채현 자유기고가

    입력2025-05-1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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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 가구 증가와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향하는 유행에 발맞춰 편의점은 최근 양과 질에서 모두 크게 성장했다. 화제가 된 음식을 가장 먼저 만나고, 한국적인 음식도 경험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장소가 아닌, 목적지 그 자체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편의점 채소 매출 두 자릿수 성장

    편의점업계는 최근 주요 소비층인 MZ세대의 소비심리를 충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두바이 초콜릿, 스모어 초콜릿, 황치즈크루키, 스웨덴 캔디 등 지난 한 해 동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끈 디저트를 편의점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술이나 음료를 섞어 만드는 음료를 뜻하는 ‘믹솔로지(mixology)’ 유행을 반영해 CU는 ‘생레몬 하이볼’, GS25는 ‘츄잉 하이볼 망고’, 세븐일레븐은 ‘하이볼에 빠진 자몽’을 출시했다. 두바이 초콜릿과 생레몬 하이볼은 출시되자마자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켜 인당 구매 물량을 제한하기도 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인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에서 최종 우승한 권성준(나폴리 맛피아) 요리사가 만든 ‘밤 티라미수 컵’은 방송 일주일 만에 CU에서 판매됐다.

    CU에서 판매 중인 ‘990원 마늘’. CU는 양파, 대파, 마늘, 당근 등 채소 9종을 개별 포장해 990원에 선보이고 있다.  뉴스1

    CU에서 판매 중인 ‘990원 마늘’. CU는 양파, 대파, 마늘, 당근 등 채소 9종을 개별 포장해 990원에 선보이고 있다. 뉴스1

    편의점 신선식품의 진화도 주목할 만하다. 1·2인 가구 증가로 ‘편장족’(편의점에서 장을 보는 소비자를 뜻하는 신조어)이 늘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 채소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였을 정도다. 편의점은 대형마트까지 가기에는 구매할 제품이 많지 않고, 온라인 쇼핑은 선도 낮은 제품이 올까 봐 망설여지는 소비자를 위해 채소·과일 소포장 상품을 늘리고 있다. CU는 지난해 채소류 전문 유통센터와 직거래를 통해 신선도를 높이고 유통비는 최소화한 양파, 대파, 당근 등 채소 9종을 각 990원에 선보였다. GS25는 오렌지, 사과 등 과일 6종과 삼겹살까지 먹기 좋은 크기로 손질해 판매할 예정이다.

    GS25에서 판매하는 스웨덴 캔디. GS리테일 제공

    GS25에서 판매하는 스웨덴 캔디. GS리테일 제공

    편의점의 편의성은 식품 분야를 넘어서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인기 의류 브랜드의 옷과 화장품, 금을 구매할 수 있다. GS25는 편의점 주 고객층인 MZ세대의 인기 패션 브랜드 무신사와 손잡고 3월부터 1030세대를 겨냥한 티셔츠, 속옷, 양말 등 무신사 스탠다드 익스프레스 라인 7종을 판매하고 있다. 무신사의 메이크업 브랜드 ‘위찌’의 색조 화장품도 시범 판매 중이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친환경 세제 리필 자판기, 외화 환전 자판기, 금 판매 자판기 등 이색 자판기도 편의점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한국에 놀러온 외국인에게 편의점은 음식 이상의 경험을 제공한다. 편의점에 들르는 것은 마치 관광지 한 곳을 방문하는 것 같은 필수 코스가 됐다. 특히 아이스 컵에 파우치 형태의 커피와 바나나 우유를 일대일 비율로 섞어 만드는 일명 ‘바나나 라테’는 외국인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해 7월 미국 CNN은 한국 편의점에 대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에서 왕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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