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 는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딱잘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감자튀김을 모티프로해 만든 롯데리아캐릭터 ‘포떼링’. 유튜브 채널 롯데리아 캡처
#크기는 작게 웃음은 크게, 롯데리아 떼리앙
브랜드 캐릭터는 단순한 마스코트가 아니다. 브랜드를 대표하고, 굿즈와 채널 운영에도 활용되는 핵심 아이콘이다.Z세대를 중심으로 키링 등 굿즈가 인기를 끌면서 캐릭터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롯데리아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포켓몬 컬래버레이션에 이어 자체 캐릭터까지 만들어냈다.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한 캐릭터는 얼핏 보면 “이게 뭐야” 싶을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브랜드 캐릭터와는 다른 시각적 포인트 덕분에 화제를 모았다. 롯데리아 디저트 메뉴인 치즈스틱, 팥빙수, 양념감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새 캐릭터는 21종이나 된다. 사람들은 “롯데리아가 디저트 맛집이었다”며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포인트는 2가지다. 첫 번째는 캐릭터 21종이 ‘떼로 몰려온다’는 설정이다. 모든 캐릭터 이름에 ‘떼’를 붙여 일관성을 줬다. 치즈스틱은 ‘치떼링’, 양념감자는 ‘양념포떼링’ 같은 식이다. 두 번째는 엄청 작은 크기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 시영준 성우의 웅장한 내레이션이 대규모 캐릭터 등장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그러나 현실은 초미니 캐릭터들이 느릿느릿 몰려오는 반전을 선사한다. 캐릭터 디자인도 B급 감성으로 다듬었다. 크고 완성도 높은 캐릭터 대신, 미완성 같고 투박한 느낌을 더했다. 작고 소소하지만 귀여움을 대규모로 밀어붙였다. 작아서 더 귀엽고, 떼로 몰려와서 더 웃긴 유머감각이 이번 롯데리아 캐릭터의 흥행 포인트다.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왕홍 메이크업. 유튜브 채널 ‘PURE.D퓨어디’ 캡처
#화려함 한도 초과, 왕홍 메이크업
이제 ‘왕홍’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다. 왕홍은 중국 인플루언서를 뜻하는 말이며, 왕홍 메이크업은 중국 인플루언서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의 화장을 의미한다. 얼굴 윤곽을 강조하고 화려한 색상을 사용해 얼굴을 더 입체적으로 만든다. 카메라와 조명 아래서 더욱 돋보이는 스타일이다. 의상·헤어·메이크업을 세트로 받으면 실제 왕홍처럼 변신할 수 있다. 이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중국 상하이 예원 일대에 몰려 있다.왕홍 메이크업 체험 스튜디오에 가서 원하는 스타일과 사진을 고르면 의상과 소품까지 세팅해준다. 소품은 왕관, 머리 장식, 화려한 비단 의상 등 종류가 다양하다. 고르는 것만 해도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헤어스타일도 놓칠 수 없다. 중국 사극에서 보던 화려한 올림머리를 연출해주는데, 머리 위에 얹는 소품 수도 엄청 많다. 비슷해 보여도 디테일에 차이가 있어 결과물은 사람마다 다르게 나온다. 가장 인기 있는 체험 시간대는 저녁이다. 예원 거리에 조명이 켜지면 분위기가 한층 밝아진다. 덕분에 더 화려하고 이국적인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사진까지 찍을 수 있는 코스 가격은 보통 10만 원 이하다.
Z세대는 평소 할 수 없는 특별한 체험을 원한다. 왕홍 메이크업은 딱 그 취향을 저격했다. 평범한 여행이 아니라 ‘경험을 소비’하는 새로운 방식. 상하이에서는 이제 왕홍 메이크업 체험이 필수 코스가 되고 있다.

울산 옹기축제를홍보하는 공무원. 유튜브 채널 울주군 캡처
#충주맨 잇는 항아리맨, 옹기축제 밈 열풍
“공무원은 힘들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영상이 있다. 울산 울주군에서 주최하는 ‘울산 옹기축제’ 홍보 영상이다. 제목은 ‘대체, 퉁퉁퉁 사후르가 뭔데’다. 영상을 클릭하면 한 남자가 대사도 없이 옹기에 들어가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직접 축제를 설명하는 내용은 없지만 임팩트는 확실하다. 보는 순간 옹기축제라는 키워드가 각인된다. ‘항아리맨 실사 버전’이라며 웃기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영상 오른쪽 하단에는 네이버 치지직 스트리머 ‘김도’가 리액션하는 영상까지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이 영상엔 “충주맨이 사과하라”는 농담조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충주시 공식 유튜브 채널을 담당하는 충주맨은 지역 밈 마케팅의 시조새 같은 존재다. 각종 밈과 짤을 활용한 지역 홍보 붐을 일으켰다. 이번 옹기축제 영상도 그 흐름을 제대로 이어받았다. “자발적으로 찍은 거 맞냐”며 웃음 섞인 걱정을 하는 댓글도 있었다. 다들 영상의 황당하고 재치 있는 매력에 빠진 분위기다. 이제 옹기축제를 떠올리면 자동으로 이 영상이 재생된다. 재미를 넘어서 축제의 존재 자체를 각인한 셈이다. 경북 김천시가 김밥축제로 변화를 시도한 것처럼, 지역 축제도 밈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이번 옹기축제 영상이 제대로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