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종각 지음/ 이상/ 272쪽/ 1만5000원
“당연히 세계 제1의 해장(海將)인 조선의 이순신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인격, 그의 전술, 그의 발명, 그의 통제술, 그의 지모와 그의 용기. 어느 한 가지 상찬하지 않을 것이 없다.”
충무공 이순신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이 글은 놀랍게도 일본 해군 소좌 출신인 가와다 이사오의 소설 ‘포탄을 뚫고’(1925)의 한 대목이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국운이 걸려 있었다는 러시아 발틱함대와 결전을 앞두고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군국주의로 치닫던 당시 일본에서 식민지 조선의 옛 장수를, 그것도 일본에게 치명적 패배를 안겨준 이순신을 영웅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뿐 아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남 진해에 주둔해 있던 일본 해군이 매년 이순신을 모시는 사당인 통영 충렬사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는 참석자의 증언이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1954)에 등장한다.
저자는 아이러니한 일본인의 이순신 추앙의 근원을 추적해간다. 조선에서도 한때 거의 잊혔던 이순신을 300년 뒤 근대 일본의 군인과 지식인이 어떻게 알고 숭상했을까. 또 현대에 들어와서도 한국사를 깎아내리기 바쁜 일본 교과서들이 이순신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류성룡의 ‘징비록’이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일본에 밀반출된 것과 걸출한 장수라면 적장이라도 인정해주는 일본 문화 등을 세세하게 따져가며 ‘이순신 현상’을 분석한다. 특히 왜군 수군을 격멸한 이순신의 학익진법과 발틱함대를 궤멸한 도고 헤이하치로 장군의 정(丁)자 전법을 대비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반면 이순신은 일본(왜)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적들과는 같은 하늘 아래 살지 않기로 맹세했다”는 언급처럼 이순신의 ‘왜 혐오증’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순신이 겪은 온갖 수난은 왜의 이간질로부터 비롯됐고, 그의 충성심에 비춰볼 때 나라를 짓밟은 적을 증오하지 않으면 싸워 이길 원동력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도고는 국가와 국민의 전폭적 지원 아래 러시아 함대에 맞서 대승을 거둔 데 비해 이순신은 국왕의 편견은 물론, 당파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극형 위기까지 몰린 것을 극복하며 7년간 20여 차례 전투를 모두 이겨 조선을 구했다. 저자는 이 같은 이순신의 위대함을 일본인의 추앙을 통해 반추해보는 것은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얻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
캐나다 밴쿠버 시내에 가면 ‘밴시티(Vancity)’라는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용협동조합인 밴시티는 은행 못지않은 존재감과 기능을 갖고 있다. 이들의 홍보문구는 ‘착하게 돈을 번다(make good money)’이다. 더 많은 이윤이 아닌,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이득이 되겠다는 밴시티에는 조합원 52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밴시티 같은 조합원 금융이 한국에도 있다. 전국 900여 곳에 60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신협이다. 1960년대 고리사채로 고통 받는 서민의 자금난을 해소하고자 설립돼 현재 자산 규모가 82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위상과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편이다. 이 책은 신협 900여 곳 가운데 건전 경영을 통해 지역민과 이익을 나누는 19곳의 경영 노하우와 혁신 사례를 살폈다. 담보가 부족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에 적극 대출해주는 서울 동작신협, 전주 파티마신협은 물론, 아트센터와 어린이집 등 복지 제공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전국 자산 규모 1위 대구 청운신협 등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다. 이 밖에 신협이 어떤 조직인지, 조합원은 어떻게 되는지를 소개하고 신협의 금융상품과 취업 방법 등도 알려준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일본인과 이순신
이종각 지음/ 이상/ 272쪽/ 1만5000원
“당연히 세계 제1의 해장(海將)인 조선의 이순신을 연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인격, 그의 전술, 그의 발명, 그의 통제술, 그의 지모와 그의 용기. 어느 한 가지 상찬하지 않을 것이 없다.”
충무공 이순신을 영웅으로 묘사하는 이 글은 놀랍게도 일본 해군 소좌 출신인 가와다 이사오의 소설 ‘포탄을 뚫고’(1925)의 한 대목이다.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국운이 걸려 있었다는 러시아 발틱함대와 결전을 앞두고 주인공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군국주의로 치닫던 당시 일본에서 식민지 조선의 옛 장수를, 그것도 일본에게 치명적 패배를 안겨준 이순신을 영웅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뿐 아니다. 일제강점기 당시 경남 진해에 주둔해 있던 일본 해군이 매년 이순신을 모시는 사당인 통영 충렬사를 찾아 제사를 지냈다는 참석자의 증언이 일본 월간지 ‘문예춘추’(1954)에 등장한다.
저자는 아이러니한 일본인의 이순신 추앙의 근원을 추적해간다. 조선에서도 한때 거의 잊혔던 이순신을 300년 뒤 근대 일본의 군인과 지식인이 어떻게 알고 숭상했을까. 또 현대에 들어와서도 한국사를 깎아내리기 바쁜 일본 교과서들이 이순신 이야기를 빼놓지 않고 다루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류성룡의 ‘징비록’이 도쿠가와 막부 시절 일본에 밀반출된 것과 걸출한 장수라면 적장이라도 인정해주는 일본 문화 등을 세세하게 따져가며 ‘이순신 현상’을 분석한다. 특히 왜군 수군을 격멸한 이순신의 학익진법과 발틱함대를 궤멸한 도고 헤이하치로 장군의 정(丁)자 전법을 대비하는 대목은 흥미롭다.
반면 이순신은 일본(왜)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이 적들과는 같은 하늘 아래 살지 않기로 맹세했다”는 언급처럼 이순신의 ‘왜 혐오증’은 극에 달해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순신이 겪은 온갖 수난은 왜의 이간질로부터 비롯됐고, 그의 충성심에 비춰볼 때 나라를 짓밟은 적을 증오하지 않으면 싸워 이길 원동력을 찾지 못했을 것이다.
도고는 국가와 국민의 전폭적 지원 아래 러시아 함대에 맞서 대승을 거둔 데 비해 이순신은 국왕의 편견은 물론, 당파 싸움의 틈바구니에서 극형 위기까지 몰린 것을 극복하며 7년간 20여 차례 전투를 모두 이겨 조선을 구했다. 저자는 이 같은 이순신의 위대함을 일본인의 추앙을 통해 반추해보는 것은 치욕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교훈을 얻고자 함이라고 밝혔다.
따뜻한 금융, 희망을 그리다
배미정 · 성초롱 · 박윤예 지음/ 레인메이커/ 312쪽/ 1만5000원
캐나다 밴쿠버 시내에 가면 ‘밴시티(Vancity)’라는 간판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신용협동조합인 밴시티는 은행 못지않은 존재감과 기능을 갖고 있다. 이들의 홍보문구는 ‘착하게 돈을 번다(make good money)’이다. 더 많은 이윤이 아닌, 지역사회와 공동체에 이득이 되겠다는 밴시티에는 조합원 52만 명이 참여하고 있다. 밴시티 같은 조합원 금융이 한국에도 있다. 전국 900여 곳에 600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신협이다. 1960년대 고리사채로 고통 받는 서민의 자금난을 해소하고자 설립돼 현재 자산 규모가 82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시중은행에 비해 위상과 브랜드 이미지가 낮은 편이다. 이 책은 신협 900여 곳 가운데 건전 경영을 통해 지역민과 이익을 나누는 19곳의 경영 노하우와 혁신 사례를 살폈다. 담보가 부족한 사회적 기업과 협동조합에 적극 대출해주는 서울 동작신협, 전주 파티마신협은 물론, 아트센터와 어린이집 등 복지 제공으로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전국 자산 규모 1위 대구 청운신협 등 다양한 사례가 실려 있다. 이 밖에 신협이 어떤 조직인지, 조합원은 어떻게 되는지를 소개하고 신협의 금융상품과 취업 방법 등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