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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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이한 양자역학 이해하려고 하지 마!”

  • |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입력2018-01-02 18: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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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욱의 양자 공부
    김상욱 지음/ 사이언스북스/ 308쪽/ 1만7500원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안전하게 말할 수 있다.” 

    유명한 물리학자이던 고(故) 리처드 파인먼의 이 말은 역설을 위한 수사(修辭)가 아니다. 실제로 양자역학은 물리학자들에게도 어렵다. 저자의 표현대로 동네 할머니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자역학이 어려운 건 바로 인간의 직관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한 개의 전자가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날 수 있다’는 양자역학의 가장 기본 명제는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이 말을 바꾸면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개의 문을 지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걸까. 좀 더 나아가 “(전자의 움직임을) 쳐다보면 하나의 구멍만 통과하고, 쳐다보지 않으면 2개의 구멍을 동시에 지난다”는 대목에 이르면 ‘사기’라고 느낄 만하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조차 끝내 이 ‘사기’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 

    양자역학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인 고 닐스 보어는 인간의 직관, 상식, 경험이 양자역학을 받아들이는 데 방해가 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보어는 양자역학의 중요 개념인 ‘정상 상태’와 ‘양자 도약’을 제시했다. 



    이를 한 사례로 풀어쓰면 ‘전자가 하나의 궤도에서 다른 궤도로 순간 이동한다’는 것인데, 마치 지구를 돌던 달이 순식간에 화성을 돌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개념이라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자역학은 우리의 직관이 작용하는 거시세계와 원자가 존재하는 미시세계로 구별된다. 

    어떤가. 여기까지 따라올 수 있었나. 그렇다면 양자역학에 대한 이해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 보어와 하이젠베르크가 함께 만들어 양자역학의 표준 해석이 된 ‘코펜하겐 해석’을 거쳐, 양자역학 주창자들과 아인슈타인-슈뢰딩거 연합의 공개토론 대결인 ‘솔베이 회의’ 등을 설명하며 양자역학으로 조금씩 더 깊이 들어간다. 

    책 후반으로 갈수록 결어긋남, 스핀, 띠 이론, 양자생물학, 양자컴퓨터 등 내용이 조금씩 더 어려워진다. 재미있는 역사와 쉬운 비유를 통해 양자역학의 진화를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은 그만큼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저자의 표현처럼 너무 이해하려고 하면 우울증이 올 수도 있다. 몇 차례 정독해 ‘띄엄띄엄’ 양자역학의 윤곽을 그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인 듯하다. 여기에 ‘양자 역학 사용 설명서’ 코너는 양자역학을 깔끔하게 정리해 한 번 더 복습할 기회를 준다. 또 유명 과학책 제목을 패러디한 ‘양자 세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가이드’ 코너에서는 양자역학을 다룬 대중서적들을 찬찬히 설명해놓았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렇게 기이하고 어려운 양자역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양자역학은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을 설명하고, 우리는 양자역학 없이 살 수 없다.”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그렇다면 책에서 답을 찾아보길 권한다.

    책 읽기 만보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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