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GETTYIMAGES]
영대 드디어 라이머의 어릴 적 트라우마를 찾았나요?
현모 아뇨. 제가 몇 주째 눈이 터질 것처럼 아팠는데, 드디어 원인을 알았어요.
영대 오! 잠을 못 자서 그런 거 아니었어요?
현모 예전에도 눈 주위 뼈가 아픈 적이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눈을 많이 써서 그런가 하고 넘어갔거든요. 무리해서 아픈 거라고 생각해 안과에 안 갔어요.
영대 인공눈물이라도 넣으면.
현모 이번에 계속 안구가 쥐어짜듯이 아파서 괴로워했더니, 누군가 안압 문제일 수 있으니 안과에 한 번 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왜 그동안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영대 바빠서 그런 거죠. 참을성이 너무 많아도 병을 키울 수 있어요.
현모 맞아요. ㅜㅜ 시간을 내서 병원에 갔더니 세상에! 안압은 정상이고 편두통이었어요!
영대 잉? 어떻게요?
현모 여태껏 저는 두통이라고는 없는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정확히 말하면 눈으로 오는 안성편두통이래요. 그 영향으로 눈이 마르고 통증이 눈에서 느껴지는 거였어요. 그래서 증상이 심할 땐 편두통약 한두 알만 먹으면 나아진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사서 먹었더니 진짜 한결 편안해졌어요. 그동안 왜 그리 미련하게 참았는지. ㅠㅠ
영대 이제 알았으니 다행이네요. 어쨌든 편두통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 받고 신경 쓰면 오는 거니까, 잘 주무시고 좀 쉬세요.
현모 네, 제일 어려운 ENG 촬영이 끝나서 이제 훨씬 편해졌어요.
영대 또 새로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있던데요?
현모 맞아요. 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맡았어요! ‘결혼에 진심’이라고, 벌써 첫 녹화도 했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빠져들더라고요. ^^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리얼리티 연애프로그램 ‘나는 SOLO’. [SBS 홈페이지]
현모 어머 진짜요? 몰랐어요. ㅋㅋㅋㅋ 서바이벌 예능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 하긴 이것도 일종의 서바이벌이긴 하네요.
영대 심지어 일본에서 대단히 히트한 ‘테라스 하우스’ 시리즈도 재밌게 봤고, 미국에서 만든 ‘연애 실험: 블라인드 러브’ 같은 것도 봤어요. ㅋㅋㅋ 이건 상대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채 서로 목소리만으로 연애감정을 키우다 마지막에 얼굴을 공개하는 실험적인 콘셉트인데, 달라지는 여러 반응이 ‘꿀잼’이었어요.
현모 오호, 거의 전문가시네. 전 예전에 ‘베첼러’ 시리즈 본 게 다거든요. 근데 업계 얘기로는 현재 론칭을 앞둔 리얼리티 연애 예능이 스무 편이 넘는다는 소리가 있어요. 대체 왜 이렇게 요새 리얼리티 연애 예능이 인기죠?
영대 글쎄요. 일단 저는 항상 아내랑 같이 보는데, 다양한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심리를 분석하는 재미가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직장인들이 나오는 게 리얼하고 쫄깃하더라고요. 공감도 되고요.
현모 그야 그렇죠. 일반 회사원들이 나오는 게 ‘찐’이죠.
영대 요즘은 개인 홍보 목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이들도 많더라고요. 그런 건 조금 선정적이거나 지나치게 외모만 부각하기도 해서 거부감이 들어요.
현모 제가 진행하는 프로도 일반인들이 출연하는데, 모든 게 생생해서 완전 몰입돼요. 게다가 결혼이 정말 하고 싶어서 나오신 분들이라, 단기가 아니라 장기 프로젝트거든요. 100% 리얼인 거죠. 다음 회차가 궁금해 죽겠어요.
영대 저도 챙겨봐야겠네요.
현모 물론 저도 관찰예능의 카메라 반대편 출연자 입장이 여러 번 돼봤던지라, 어느 정도 흐름에 맞게 방대한 편집이 이뤄졌다는 건 감안하고 보긴 해요. 또 화면에 보이는 것만으로 인물이나 상황을 판단하지 않으려고 경계하기도 하고요. 어찌됐건 제가 이제는 연애를 할 수 없는 유부녀이다 보니 그 설렘과 떨림, 두근거림이 무척 흥미진진하더라고요.
영대 그죠. 기혼자뿐 아니라 싱글에게도 그런 대리만족의 기쁨이 있을 거예요. 모니터를 통해 다양한 군상을 보고 연애 지식과 경험을 쌓음으로써 그것에 따르는 아픔이나 책임, 상처를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현모 한편으로는 지금 내 옆에 있는 파트너와 함께 해보고 싶은 것들도 나오더라고요. 예를 들어 제가 맡은 프로에서는 우도로 청춘남녀들이 여행을 가는 장면이 나와요. 풍광이 무척 예뻐서 남편이랑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지더라고요. 아직 우도를 못 가봤거든요.
영대 그것도 맞죠. 데이트 장소에 대한 팁이나 이성을 대하는 노하우 같은 것들을 배우고 학습할 수 있으니까요. 한편으로는 본인이 직접 인간관계를 겪지 않고 모니터로만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헤어지는 젊은이가 늘어나는 거 같긴 해요. 누군가와 직접 대화하고 소통하고, 갈등이 닥치면 함께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인간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성장하는 건데 말이죠. TV, 인터넷 속 캐릭터나 등장인물을 통해 그런 경험을 대신하고 전부 해봤다고 착각할 수도 있잖아요.
현모 그렇긴 해요. 리얼리티라는 장르도 어디까지나 다큐가 아닌 예능이잖아요. 그 속에서 펼쳐지는 드라마를 보며 그것이 연애의 전부라고 믿고 자칫 불필요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키울 수 있으니까요.
영대 그거 아세요? 요리 레시피 알려주는 ‘쿡방’도 요리가 취미인 사람만 즐겨 보는 게 아니라, 요리를 전혀 안 하면서 그냥 가만히 누워서 보기만 하는 시청자도 많다는 거!
현모 그럼요. 누가 그걸 보면서 일일이 따라 하겠어요. 눈으로 보는 재미, 귀로 듣는 재미에 넋 놓고 보는 거죠. 바쁘잖아요. 어찌 보면 젊은 세대가 점점 더 실제 연애보다 연애 예능을 좋아하는 이유도 갈수록 경쟁만 치열해지고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기는 힘들어지기 때문일 거예요. 수많은 미지의 리스크에도 순수하게 낯선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고 또 충분히 아파하기에는 시대가 그런 감정적 여유와 사치를 허락하지 않는 거죠. 자기 한 몸 편히 쉬기도 어려우니.
영대 틀린 말이 아닌 거 같아서 씁쓸하네요. 볼거리가 많다는 건 그만큼 풍요로운 느낌이라 참 좋은데, 그 이면에는 우리 스스로의 체험을 자꾸만 외주 맡기는 것 같은 부분도 있으니까요.
현모 과거에는 책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서 우리의 좁은 견문을 넓혀주고 시야도 확장해줬는데, 지금은 콘텐츠가 지나치게 많아서 문제인지도 모르겠네요. 미래에는 평면적 시청이 VR 체험으로까지 발전할 테고요.
영대 흠… 그래도 나이 들어 거동이 불편해져도 심심할 일은 없겠네요.
현모 어휴,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만 살아 있다면 24시간도 부족하죠!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