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따라 화성 가는 LG엔솔 배터리

K-배터리, 최고 기술력으로 ‘트럼프 리스크’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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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11-1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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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지구를 넘어 화성으로 뻗어나간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우주선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납품하기로 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스페이스X 우주왕복선 ‘스타십’에 탑재될 전력 공급용 배터리의 납품을 의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십은 화성 탐사를 목적으로 개발된 우주선으로 10월 13일(현지 시간) 다섯 번째 지구 궤도 시험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IRA 투자 공화당 지역구에 몰려

    [LG에너지솔루션 제공]

    [LG에너지솔루션 제공]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배터리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녹색 사기”라고 부르며 관련 보조금 폐지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IRA 보조금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IRA가 폐기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상당한 만큼 급격한 변화는 없으리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는 이 같은 불확실성을 기술력으로 헤쳐 나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스페이스X의 계약 소식은 K-배터리 기술력을 입증한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우주선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전기차에 쓰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LG에너지솔루션이 스페이스X 모회사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고 그간 수많은 테스트를 거친 만큼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주선의 경우 배터리가 보조동력원으로 사용돼 공급 물량 자체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최첨단 우주항공 분야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사용된다는 것만으로 사실상 최고 수준 기술력을 입증받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동안 스페이스X는 주로 자체 생산한 배터리를 우주선에 탑재했다.

    공화당 지역구에 IRA 관련 투자가 대거 이뤄진 만큼 IRA 폐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분석도 있다. 유명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11월 11일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린 좌담회에서 “IRA 수혜의 80%가 공화당 의원 주(州)로 갔고, 올해 공화당 의원 18명이 IRA 폐기에 반대하는 서한을 냈는데 이 중 3분의 2 이상이 당선한 만큼 폐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2022년 하원 구성 기준으로 공화당 지역구에 투입된 IRA 자금은 1610억 달러(약 226조4400억 원)로 민주당 지역구(420억 달러·약 59조700억 원)에 비해 4배 가까이 많았다. IRA 폐기가 도리어 트럼프 당선인의 지지 기반에 반하는 양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앞서 8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8명은 같은 당 마이클 존슨 하원의장에게 IRA를 폐기하더라도 에너지 사업 관련 세액공제는 내버려둘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해당 세액공제를 없애면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해 지금까지 투입된 세금마저 환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겼다. 서안을 주도한 앤드루 갈바리노 하원의원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지만 관련 취지에 공감하는 공화당 하원의원이 10여 명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IRA 세액공제를 없애려면 의회 협조가 필요하다. 재무부가 IRA 관련 시행 규칙 등을 바꾸는 식으로 해당 문제에 접근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법적 다툼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AMPC 관련 우려 지나쳐”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가동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는 배터리 공장 조감도. 이번 미국 대선에서 7‘대 경합주’로 분류된 애리조나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LG에너지솔루션이 2026년 가동 목표로 미국 애리조나주에 짓는 배터리 공장 조감도. 이번 미국 대선에서 7‘대 경합주’로 분류된 애리조나주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배터리 업계 역시 미국 첨단제조 생산 세액 공제(AMPC) 등 IRA 관련 정책이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11월 13일 “(일각의 AMPC 혜택 축소 우려는) 너무 지나친 가정”이라며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도 11월 1일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모든 회사가 미국 대선 후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고 잘 대응하려 한다”며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배터리 3사의 AMPC 의존도가 상당한 만큼 관련 우려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올해 배터리 3사 가운데 AMPC를 제외하고 흑자를 달성한 곳은 삼성SDI뿐이다(그래프 참조). LG에너지솔루션 역시 3분기 기준 영업이익 8009억 원을 기록했지만 같은 기간 1조1027억 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SK온은 2111억 원 보조금 지원을 받고도 7676억 원 적자를 봤다.

    ‌전문가들은 “IRA가 개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배터리 업계가 비즈니스 모델을 좀 더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한국 배터리 기업의 경우 미국 정부 보조금이 조금만 줄어도 적자로 돌아설 수 있는 만큼 ESS(에너지저장장치) 등 다양한 시장에 적극 진출해 리스크를 줄이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정책 방향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 플랜B를 세워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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