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이 자료에는 어떤 의미가 숨어 있을까. 일각에서는 1인 가구, 즉 1인이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단위가 증가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통계청 사회통계국 인구동향과 이재원 과장은 “미혼자 상당수가 1인 가구를 이룬다”면서 “미혼 인구가 늘면 1인 가구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자료를 1인 가구 증가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그래프 참조). 통계청 ‘장래가구추계 시도편 2010~2035’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415만3000가구)에 불과하지만, 2035년이면 34.3%(762만8000가구)에 달한다. 또한 1인 가구 연령별 분포는 2010년 현재 35~64세(44.2%), 35세 미만(30.4%), 65세 이상(25.4%) 순이지만 고령인구가 늘면서 2035년에는 65세 이상(45.0%), 35~64세(38.3%), 35세 미만(16.7%) 순으로 나타난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표 참조). 2011년 현재 전 세계 1인 가구는 2억4200만 가구로, 그 비율이 13%에 달한다. 1인 가구 비율의 경우, 일본과 미국은 30%에 육박하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는 전체 가구의 약 40% 수준이다. 중국, 인도, 브라질은 1인 가구 수가 적은 편이지만 증가 속 도는 가장 빠르다.
개인주의 확산이 일차적 원인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는 뭘까. 혼자 사는 인구가 현재처럼 많았던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다. 학자들은 많은 사람이 ‘혼자 살기’를 택한 배경에 주목하면서 경제, 문화, 사회적 요인을 짚어본다. 그중에서 “개인 성취와 가치를 중시하는 개인주의가 확산하면서 1인 가구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도 1인 가구 증가 원인으로 ‘개인화’를 꼽는다. “개인 삶을 중시해 대가족으로 살다 핵가족을 택한 것처럼 이제는 1인 가구로 사는 것”이라는 얘기다.
이러한 삶의 개인화 경향은 연구물을 통해 증명된 바 있다. LG경제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한국과 일본의 1인 가구 라이프스타일’에 따르면, 1인 가구는 대체로 개인주의 성향이 높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해 자신을 위한 투자 활동을 많이 한다. 특히 한국 1인 가구는 외모 관리뿐 아니라 그 외 소비활동에 비교적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먹는 데 돈을 아끼지 않는 등 적극적인 식생활을 즐긴다. 이는 한일 양국 3040세대 1인 가구주 각각 200명을 조사한 결과다.
또한 여성의 정체성 강화로 1인 가구가 늘었다는 시각도 있다. 20세기 들어 여성이 교육받고 노동을 하면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게 됐다는 것. 허성우 성공회대 NGO대학원 실천여성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 원인을 묻자 “젊은 여성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경제위기라는 불안정한 시기를 겪으면서 결혼관이 변했고, 시장에서 자립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1인 가구 증가 원인을 분석하는 데서 더 나아가 현상 자체를 사회문제로 주목하기도 한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결혼, 이혼 등을 거쳐 홀로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컨대 하비 조보 시카고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가정을 꾸리지 않고 혼자 사는 것이 ‘사회적 무질서’를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이 점을 입증하려고 그는 하숙집이 많은 동네에서 자살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통계를 제시한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가족을 생활 기본 단위, 즉 ‘정상’이라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라고 여길 때 더 강화된다.
이와 달리 1인 가구 증가를 특별하지 않은 현상, 즉 사회문제로 여기지 않는 연구자도 있다. 에릭 클라이넨버그 뉴욕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서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를 통해 “혼자 살기는 점점 증가하는 보편적 현상이며, 공동체의 중요한 화두로 취급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1인 가구 증가에 대해 사람들이 부정적인 사회문제, 자기중심주의와 파편화 징후, 공적 생활 약화로 해석하는 일을 경계했다.
어쩌면 그의 지적대로 1인 가구는 그야말로 평범한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주위를 돌아보면 평범한 1인 가구가 예상 외로 많다. 과거에는 뭔가 문제 있는 사람이 홀로 산다고 여겼지만, 지극히 평범한 사람도 1인 가구로 산다.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A(31·여)씨 주변에도 1인 가구가 의외로 많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B(38·남)씨는 A씨의 학교 선배. B씨는 대학생 때부터 연애했지만 결혼은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결혼을 후회하는 기혼자보다 행복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부모님이 하도 결혼하지 않는다고 뭐라 해서 결국 3년 전 독립했다. 나만의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내가 좋아하는 모형 자동차, 운동기구를 모아둔 공간에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일상이 바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낄 겨를도 없다. 언젠가부터 여자와 데이트를 하면 (내게) 결혼해서 살 집은 마련했느냐고 노골적으로 묻는다. 자기도 돈을 모아놓지 않았으면서 내게 그런 것을 요구하는 게 황당하다. 가치관이 맞는 여자를 만나 결혼했으면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노후 대책은 아직 없어도, 지금처럼만 살면 나이 들어도 재미있게 잘 살 것 같다.”
서울 시내에서 혼자 밥 먹기는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분식집은 혼자 오는 손님이 전체 손님의 20%가량 된다(왼쪽). 한 대형마트에서 1인용 난방용품을 고르는 소비자.
B씨는 20, 30대 1인 가구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가족구조 변화와 정책적 함의 : 1인 가구 증가현상과 생활실태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1인 가구라 해도 ‘연령별’로 거주자 특성과 생활실태에 차이가 난다. 이는 1인 가구 거주자 4000명을 전화조사하고, 집중연구 대상자인 30대 미혼자 12명, 40, 50대 이혼자 12명, 70대 이상 고령자 11명 총 35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20, 30대 1인 가구 거주자 대부분은 미혼으로 초혼연령 상승에 따라 의도적으로 1인 가구를 택했다. 이들은 전문대 이상 졸업 비율이 높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며, 직장 또는 학업 때문에 혼자 생활하는 만큼 가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일을 힘들어한다. 생계비 마련과 주택 마련 등 경제적 준비가 주요 관심사다. 또한 결혼과 관련해 막연한 부담감, 비현실적 기대감과 목표를 동시에 갖고 있다.
반면 이 보고서에 따르면 40, 50대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다수가 이혼자로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졌고,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지만 아플 때 간호해줄 사람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주요 관심사는 본인 건강과 노후 준비. 경제 상황이 안정적인 여성은 재혼에 대한 기대가 낮고, 같은 상황인 남자는 재혼에 대한 기대가 높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A씨 고모 C(56)씨.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둔 그는 40대 때 이혼하고 50대에 재혼했지만 지금은 혼자 산다. 남편이 아들을 키워 그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이 컸다. 그는 재혼에 실패한 뒤 ‘아들과 같이 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아이를 만나면 늘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아들과 같이 살아보려 했다. 하지만 10여 년간 떨어져 살다 함께 생활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들은 대학 졸업 후 줄곧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노는 것이 습관이 됐는데, 나는 그런 일상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심지어 자립적이던 아들이 내가 아들 이름으로 몰래 저금해둔 돈까지 가져갔다. 내가 항암치료를 받느라 가족 사랑이 절실해 아들과 살면 좋을 줄 알았는데, 서로 힘든 것 같아 각자 살기로 했다. 재혼에 실패하자 이제는 결혼할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냥 편하게 살고 싶다. 아들을 가끔 만나는 것에 더 익숙해진 듯하다.”
그렇다면 60, 70대 1인 가구는 어떤 삶을 살까. 경기 화성시에 사는 A씨 외할머니 D(83)씨. 슬하에 4남2녀를 뒀는데도 홀로 산다. D씨는 젊은 시절만 해도 시부모, 아이들과 함께 살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독립하고 남편이 사망하면서 홀로 남았다.
정책 지원에 나선 지자체
“치매가 와서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증손자를 봤다는 걸 알면서도 아이 이름뿐 아니라, 아이가 있다는 사실도 깜빡한다. 아이들과 함께 살고 싶지만 도시에만 가면 숨이 막힌다. 나는 나대로 살다가 죽고 싶다. 시골집이 아파트처럼 생활하기 편하진 않지만 나한테는 꼭 맞다. 혼자 사는 게 무섭지 않다. 큰아들이 가끔 와서 챙겨준다.”
이런 현상에 대해 진미정 서울대 소비자아동가족학과 교수는 “60대 이상 고령자의 경우, 교육수준이 매우 낮고 대다수가 저축할 여유조차 없이 생활해 미래 전망이 부정적”이라고 설명한다. 연구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배우자 사망 또는 자녀 결혼으로 혼자 생활하는데, 다른 연령층에 비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고 건강에 대한 우려도 높은 편이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증가하자 정책적 지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1인 가구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 수립에 나섰다. 이는 2010년 서울 전체 가구 가운데 1인 가구 비중이 24.4%로, 2인 가족이나 3인 가족에 비해 높은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여성 1인 가구 종합지원 대책’을 발표해 2015년까지 소형 임대주택 2000곳을 만들고 여성전용 주택을 보급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올해부터 ‘여성안심택배 서비스’ ‘방범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도 실시했다.
이러한 정책적 지원은 앞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식생활이 불규칙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기 쉬운 1인 가구는 질병, 안전서비스를 받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다. 안신현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1인 가구에 대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만큼 사회비용도 급증하므로 그에 대한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주택, 가전, 생활용품 등 소비시장 전반에서 1인 가구를 겨냥한 상품이 쏟아진다. 그뿐 아니라 1인 가구 맞춤형 서비스도 등장한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1인 가구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도 늘어났다. 유명 맛집 음식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뿐 아니라 전등을 끄고, 가스밸브를 잠그는 등 원격제어가 가능한 서비스, 더 나아가 사회적 관계 형성을 돕는 앱까지 나왔다.
기존 생활방식대로 사는 사람 눈에는 1인 가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보일 수 있다. 이전에 볼 수 없던 생활양식이 급속도로 확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1인 가구 증가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다. 포유동물을 비롯한 동물 대부분이 평상시에는 혼자 살다가 짝짓기를 할 때만 함께 산다. 생물학자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발언에 주목해보자.
“생명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무척 당연하다. 최초 인간도 혼자 살았을 개연성이 크다. 모여 살면 이점이 있지만 군집생활에 따른 관계 문제, 질병 전염 위험에 따른 스트레스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1인 가구가 증가한다고 걱정할 것은 없다. 혼자 사는 개인이 증가한다고 사회가 급격히 퇴보하거나 전진하는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진화 과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