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TV키드’입니다. ‘흑백 브라운관에, 손으로 돌려야만 탁탁탁 돌아가는 동그란 채널이 있던 그 시절부터 리모컨만 누르면 언제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열어볼 수 있게 된 지금까지 당신의 가장 큰 데이트 상대는 TV였습니다. 유머1번지’ ‘청춘만만세’ ‘전격Z작전’ ‘가요톱텐’…. 화면 속에는 언제나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넘쳐났습니다. 어려서는 “그만 보고 가서 공부해라”라는 어머니 말씀에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야 했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타박하는 이들에게 “TV만큼 저렴한 비용으로 높은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레저가 또 있느냐”는 모토를 또박또박 설파해온 당신입니다.
사실 12월 1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송년회로 분주한 연말 시즌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간혹 마음속에 간직한 배우가 새로 생기는 채널의 신작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포털사이트에서 열어봤을 뿐입니다. 저렇게 출연료가 올라가면 연예인들만 살판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군요. 그런데 이런, 어느새 12월 1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당신으로서는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날부터 매일 24시간 드라마와 예능, 뉴스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쏟아내는 채널이 네 개나 늘어난다니까요. 골라먹는 재미를 강조하는 채널이 있는가 하면,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잡은 곳도 있고, 톡톡 튀는 감각을 자랑하는 방송도 있답니다. 어쩌면 이제는 매달 1만5000원씩 내가며 영화와 드라마를 다운받던 P2P 사이트를 정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볼거리가 볼 시간에 비해 너무 많아지는 건 아닐까, 짐짓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돌이켜보면 이런 걱정이 처음은 아닌 듯도 싶습니다. 시험공부 때문에 놓친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언제든 열어볼 수 있게 된 10여 년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케이블채널이 새로 생겼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MBC와 KBS밖에 없던 세상에 SBS가 처음 생겼을 때도 비슷했던 것 같네요. 그렇지만 그때마다 당신은 뭐가 재미있고 뭐가 재미없는지 재빨리 간파해내곤 했죠. 직장 선후배 중 어느 누구도 ‘슈퍼스타K’에 관심 없던 지난해 여름, 누구보다 먼저 김그림과 김보경의 ‘슈퍼위크 혈전’을 침 튀기며 전도하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한번 어느 프로그램에 꽂히면 무조건 전편을 ‘본방사수’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간의 습관은 바뀔 듯합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 평론가들이 별점을 매기듯, 오늘 저녁에는 어느 방송이 가장 재미있을지 미리 보고 비교해주는 매체가 있다면 대박 나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럴게 아니라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잠깐의 상상은 금세 헛웃음으로 바뀝니다. TV를 보는 게 정말로 ‘일’이 된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아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TV키드입니다. 새로운 채널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어린 시절 그 프로그램처럼 당신의 영혼에 깊은 추억을 남기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한 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또 누가 알겠습니까, ‘맥가이버’와 ‘반올림’의 옥림이,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한방에 잊게 해줄 멋진 주인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입니다.
사실 12월 1일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송년회로 분주한 연말 시즌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간혹 마음속에 간직한 배우가 새로 생기는 채널의 신작 드라마에 출연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포털사이트에서 열어봤을 뿐입니다. 저렇게 출연료가 올라가면 연예인들만 살판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했군요. 그런데 이런, 어느새 12월 1일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당신으로서는 흐뭇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날부터 매일 24시간 드라마와 예능, 뉴스와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한자리에서 쏟아내는 채널이 네 개나 늘어난다니까요. 골라먹는 재미를 강조하는 채널이 있는가 하면,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잡은 곳도 있고, 톡톡 튀는 감각을 자랑하는 방송도 있답니다. 어쩌면 이제는 매달 1만5000원씩 내가며 영화와 드라마를 다운받던 P2P 사이트를 정리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볼거리가 볼 시간에 비해 너무 많아지는 건 아닐까, 짐짓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득 돌이켜보면 이런 걱정이 처음은 아닌 듯도 싶습니다. 시험공부 때문에 놓친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언제든 열어볼 수 있게 된 10여 년 전에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고, 케이블채널이 새로 생겼을 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MBC와 KBS밖에 없던 세상에 SBS가 처음 생겼을 때도 비슷했던 것 같네요. 그렇지만 그때마다 당신은 뭐가 재미있고 뭐가 재미없는지 재빨리 간파해내곤 했죠. 직장 선후배 중 어느 누구도 ‘슈퍼스타K’에 관심 없던 지난해 여름, 누구보다 먼저 김그림과 김보경의 ‘슈퍼위크 혈전’을 침 튀기며 전도하던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한번 어느 프로그램에 꽂히면 무조건 전편을 ‘본방사수’해야 직성이 풀리는 그간의 습관은 바뀔 듯합니다.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 평론가들이 별점을 매기듯, 오늘 저녁에는 어느 방송이 가장 재미있을지 미리 보고 비교해주는 매체가 있다면 대박 나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럴게 아니라 내가 한번 만들어볼까…?’ 잠깐의 상상은 금세 헛웃음으로 바뀝니다. TV를 보는 게 정말로 ‘일’이 된다면 지금처럼 재미있을 리 없다는 걸 잘 아는 까닭입니다.
당신은 TV키드입니다. 새로운 채널의 새로운 프로그램이 어린 시절 그 프로그램처럼 당신의 영혼에 깊은 추억을 남기게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분명한 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당신을 만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또 누가 알겠습니까, ‘맥가이버’와 ‘반올림’의 옥림이, ‘하얀거탑’의 장준혁을 한방에 잊게 해줄 멋진 주인공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