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한 흰 살결 ‘혀의 감동’
절기상 백로(白露)에는 하얀 이슬이 비치고, 고추잠자리 떼 날개에 투명한 하늘이 비치는 시기다. 가을 손님이 먼 데서 오면 무엇으로 대접할까. 단연코 나는 쏘가리(所加里)회와 쏘가리탕을 내올 것이다. 선암사와 송광사, 섬진강 중심점…
200009212005년 06월 22일달착지근함에 취하는 고구려의 정취
경기도 남양주시에 가면 ‘술 취하는 돌’이 있다. 이름하여 ‘醉石’(취석)이다. 대한민국 술꾼이라고 자처한다면, 그 빗돌과 마주앉아 대작 한번 해볼 만하다. 와부읍 덕소리 석실마을에 있는데, 취석의 원 주인은 근처에 묻힌 김상헌(1…
200009212005년 06월 22일‘아삭아삭’ 가을 입맛이여
봄은 서해안의 주꾸미철이요, 가을은 남해안의 전어철이다. 또는 봄은 서해 칠산의 조구(조기) 둠벙이요, 가을은 망덕포구의 전어(箭魚) 둠벙이란 말이 있다.가을의 별미를 알리는 시절 음식으로는 전어회나 전어구이를 따를 만한 것이 없다…
200009142005년 06월 20일어머니 손맛과 정성 “김치 없인 못 살아”
언제부터 김치를 먹어왔을까. 김치의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구구하다. 반면 김치가 한국을 대표하는 식품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금처럼 고춧가루 양념에 버무린 김치는 18세기에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고추…
200506212005년 06월 17일실처럼 일어나는 담백한 육질
구불구불 추성골을 기어올라 벽송사(碧松寺)에 닿았다. 일주문도 없는 장승각 앞에서 또 한번 자지러지게 웃는다. 변강쇠가 불땀을 놓아 타다 만 장승 두 개가 그 장승각 안에 보관돼 있다. ‘기물타령’이 떠올라 이번엔 너털웃음까지 웃는…
200012282005년 06월 13일맵고 지릿한 남도의 맛
눈보라치고 바람부는 날씨면, 흑산어장의 100m 수심이 뒤집어지고 뻘밭이 뒤집혀 홍어가 주낚을 물고 줄줄이 올라온다. 따라서 홍어의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할 때다.그러나 사정이 달라졌다. 홍어 주낚 배가 흑산도에 네 척, 홍도에 두 …
200012212005년 06월 10일목젖을 치는 달콤 쌉싸름한 淸酒
경부고속도로에서 청주 시내로 들어서는 길가에 도열한 플라타너스 가로수는 늘 풋풋하고 상큼하다. 어떤 환영 행사보다도 따뜻하고, 어떤 환영객보다도 반갑다. 이제 그 거리엔 낙엽들이, 환영 행렬 뒤로 날리는 색종이처럼, 온통 휩쓸고 있…
200012212005년 06월 10일‘자연의 氣’ 듬뿍… 영양도 만점
입동이 지나면서 날씨가 쌀쌀해지고 밤이 길어지면 자신도 모르게 뱃속에서 꼬르륵 꼬르륵 하는 소리가 새어 나온다. 이때쯤이면 광에서 늙은 호박을 꺼내어 꿀단지나 호박떡을 만들어 깊어가는 겨울밤의 출출함을 달래주던 기억이 새롭다.박은 …
200012142005년 06월 07일입안에 착착 감기는 뽀얀 국물
‘걸랑, 고거리, 고들개, 곤자소니, 구녕살, 꾸리, 다대, 달기살, 대접살, 도래목정, 둥덩이, 떡심, 만하바탕, 만화, 멱미레, 발채, 새창, 서대, 서푼목정, 설낏, 설밑, 수구레, 홀떼기, 이보구니….’이보구니는 소잇몸살, …
200012072005년 06월 03일맛으로 멋으로 五感 배부른 저녁
서울 강남에서 강북으로 들어서면 어딘지 모르게 포근하다. 계획된 도시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동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공간이어서 사람 냄새가 나는 모양이다. 그 안에서 얽히고설켜 있는 옛것과 새것 사이의 긴…
200506072005년 06월 03일철 만난 은갈치 담백한 그 맛
어느 시인은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가 아름답다’고 했다. 도도한 억새의 물결이 바람과 어울려 400여 오름을 덮고, 정당벌립에 두툼한 갈옷을 입은 테우리들의 말(馬) 모는 소리가 들리는 듯싶다. 나는 재작년에 우리 꽃만을 모아…
200011302005년 06월 01일담백하고 쫄깃… 바다의 황태자
‘썩어도 도미’라는 말은 일본인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다. 왕소금을 발라 구워도 좋고 매운탕이나 죽, 생선회로도 도미를 능가할 물고기는 없다.오죽했으면 궁중에서 ‘도미면’을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고 했을까. 승기악탕이란 춤과 노래보…
200011232005년 05월 31일진하고 단맛 도는 자주색 와인
전국에 농민이나 농민 단체가 운영하는 술도가가 70개가 넘는다. 직접 재배한 과일, 약초, 채소, 곡물 따위를 원료로 하는데 그 중에서 포도로 술을 빚는 곳으로 경상북도 경산시에 경상포도조합이 있다. 국산 와인, 곧 국산 포도주를 …
200011232005년 05월 31일피곤하다구? 돼지고기가 ‘캡’이야
구제역 발생에 따른 돼지고기 수출 중단과 사육 마리수 증가 등으로 산지 돼지가격이 사육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크게 떨어져 양돈농민들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1월 들어 산지 돼지값은 마리당 10만5000원으로 올들어 최고 수…
200011232005년 05월 30일장수강 뻘밭의 고단백 강장제
배얌댱어(뱀장어)는 고단백 강장제로서 여름 더위지기로 이름높았다. 구이보다는 중탕의 약재로 명성을 떨쳤다. 이질과 설사에 허약해진 기를 보강했다는 일화는 서유영(徐有英)의 ‘금계 필담‘에도 나와 있다. 지금은 그 맥이 끊겨서 맛보기…
200011162005년 05월 30일“우리 집? TV 안 나가도 맛있어”
서울 중구의 한 ‘먹자’골목. 닭칼국수, 설렁탕, 매운탕, 회, 불닭 등 온갖 음식점들이 모여 있고, KBS MBC SBS 등 방송사 로고와 방송인들의 얼굴이 인쇄된 현수막이 먼저 손님을 맞는다. 이른바 ‘TV 출연 맛집’임을 알리…
200505312005년 05월 27일스물여섯가지 맛 황홀한 ‘五色’
우리 음식 가운데 극채색(極彩色)의 미를 띠고 나타난 것이 구절판(九折坂)과 폐백 음식이라면 간색(間色)의 미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 다식(茶食)이다.이것들은 맛과 멋에서 볼 때 오미오색(五味五色)을 미감과 정서로 승화시킨 것이며 메…
200011022005년 05월 17일쫄깃쫄깃 감기는 맛 “복갈비 끝내줘요”
시원하고 담백한 것을 먹고 싶을 때 찾는 음식이 복국이다. 복국의 참맛은 뭐니 뭐니 해도 맑은 국물에서 나온다. 훌훌 떠먹는 따스한 국물의 뒷맛이 한없이 깨끗하고 시원하다. 게다가 미나리에서 퍼져나오는 은은하고 상쾌한 향은 산뜻함…
200505172005년 05월 12일‘족편’ 한 점에‘이화주’ 한 잔 “아~ 조오타”
서울에 살면서도 서울 전통 음식을 맛보기가 쉽지 않다. 서울은 각지에서 온 이들이 많아 여러 지방의 음식이 총집합된 곳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1970년대 이후 남도의 조리법이 보편화되면서, 진하고 강한 맛이 서울 사람들의 입맛을 지…
200504262005년 04월 19일자장면의 추억… “입맛대로 골라 골라”
‘불을 갖고 논다’.이것이 바로 중국요리의 특징일 것이다. ‘쉭’ 소리가 날 만큼 강한 불로 순식간에 재료들을 익혀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불춤을 보는 듯하다. 그런 인상이 강해선지 중국요리 하면 먼저 불을 떠올린다. 사실 …
200504122005년 04월 0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