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왼발이 분질러진 까닭은
미켈란젤로가 망치를 집어들었다. 끌을 두들기는 나무망치가 아니라 어린아이 머리통만큼 육중한 쇠망치였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지난 8년 동안의 땀과 수고, 한숨과 절망이 굵게 팬 이마 주름 사이로 스쳐 지났다. 망치 자루를 붙들고 …
200110182004년 12월 30일볼품없고 땟국 흐르는 ‘사랑의 신’
피렌체 피티 미술관에는 독특한 그림이 하나 걸려 있다. 보볼리 정원 쪽을 보면서 길게 뻗은 회랑을 몇 개 지나고 나서 마지막 전시실에 걸려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에로스. 사랑의 신이다. 그런데 무척 고단한 표정으로 세상 없이 잠…
200110042004년 12월 28일하늘에 영광, 땅에는 평화
예수는 참 파란 많은 존재였다. 신성이 육신을 입고 세상에 난 것부터 예사롭지 않지만, 그의 삶은 고비마다 극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예수는 잘 알려진 대로 십자가에 못박혀 죽음을 맞았다. 보리수나무 아래 느긋하게 누워 입멸한 붓다…
200112272004년 12월 14일‘사랑의 여신’ 흉내낸 ‘승리의 여신’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고대 유물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참에는 목이 달아난 여신이 하나 서 있다. 사모트라케의 니케. 승리의 소식을 전하는 반가운 전령이다. 가까이 다가서면 날개 깃털 사이로 바람소리가 요란하다. 푸른 하늘을 헤집으며 들…
200112132004년 12월 02일짙은 관능 뒤에 숨은 따끔한 교훈
어여쁜 그림이다. 둘러앉은 소년들도 사랑스럽다.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하며 옥처럼 매끈한 피부는 갓 쪄낸 찹쌀떡처럼 싱그럽고 찰지다. 소년 셋이 악기 하나씩 들고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림 왼쪽 구석에 날개 달린 아모르는 화살통을 …
200111292004년 11월 24일메디치 가문과 영욕 함께한 조각상들
꿈의 도시 피렌체. 조각가 첼리니의 까마득한 선조가 로마 시대 카이사르의 명에 따라 숙영지를 구하러 돌아다니다가 들꽃이 만발한 너른 땅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가 훗날 퇴역해 아르노 강변에 촌락을 이룬 것이 꽃의 도시라는 이름의 유래…
200111152004년 11월 19일레오나르도의 자화상은 가짜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있다(그림 1). 되는대로 뻗친 허연 눈썹 아래 눈빛이 형형하게 빛나고 한 발이나 되는 턱수염이 휘날리는 백발의 현자 같은 모습이다. 레오나르도의 자화상으로 알려진 이 그림이 실제로…
200111012004년 11월 16일촌스런 자세, 눈부신 장식 … 女神이 맞나?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를 고전기라고 부른다. 예술과 문예의 황금시대다. 이 고전기 최고의 예술가를 한 명만 꼽으라면 누구일까? 후대 사람들은 주저 없이 피디아스를 떠올렸다. 물론 붓의 신기를 이룬 화가 아펠레스나 파르테논 신전을 지…
200202142004년 11월 15일계절의 바다에 던진 촘촘한 시간의 그물
탁자 위에 등나무로 짠 꽃병 하나. 그리고 꽃병에 듬뿍 꽂힌 꽃들. 브뤼겔의 그림에는 뾰족한 게 없다. 그게 전부다.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처럼 비극적이지도, 헤라클레스의 용맹처럼 호쾌하지도 않다. 그림 속에 성서나 신화의 사연 한 …
200201312004년 11월 10일‘미션 임파서블’ 완수 달콤한 휴식
1546년, 로마를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고대의 폐허 더미에서 높이 3m를 웃도는 근육질의 대리석이 튀어나온 것이다. 팔다리가 부러지기는 했지만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한 헤라클레스 입상이었다. 돈 주고도 못 산다는 파로스…
200201172004년 11월 05일‘세상의 배꼽’위에 펼쳐진 걸작들의 향연
고대 로마인들에게 묻는다면 두말없이 카피톨리눔 언덕이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실제 높이가 가장 높아서가 아니라 세상이 다 우러러보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로마의 으뜸신 유피테르를 비롯해 유노와 미네르바까지 주신 삼총사의 신전을 다 모신…
200204112004년 10월 27일아기 예수, 마리아의 배 속으로 날아들다
날개 달린 천사가 마리아를 찾았다. 천사는 하느님의 말씀을 전하는 심부름꾼이다. 무슨 볼일일까? 마리아는 갓 약혼하고 친정이 있는 나사렛에 혼자 돌아와 있었다. 약혼자 요셉은 호적정리를 위해 고향 베들레헴으로 떠난 후였다. 돌이켜보…
200203282004년 10월 22일술잔이 비었다. 촛불이 꺼졌다. 인간은 말이 없다.
정물화는 네덜란드어로 ‘스틸레번’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는 뜻의 스틸과 ‘눈앞에 두고 그린다’는 뜻의 레번이 합쳐진 말이다. 독일어 ‘슈틸레벤’은 네덜란드어와 의미가 같다. 그러나 프랑스어인 ‘나튀르 모르트’는 ‘죽은 …
200203142004년 10월 20일불후의 명작이 넝마쪼가리로 변하다
레오나르도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미술의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아무리 미술과 담 쌓고 사는 사람도 “아, 그거!” 하는 그림이니 건축으로 치면 바벨탑, 조각 작품 가운데는 고대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상쯤에 비길 만하다. …
200207182004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