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로 온 나라가 흉흉하다. 모바일 메신저를 타고 여러 루머(rumor)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정부 당국은 루머가 확산하자 과거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대응’과 ‘법적 처벌’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런 당국 태도는 불신의 불씨를 더욱 지피는 셈이 됐다. 시간이 갈수록 루머는 더욱 다양해지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세월호 사고 때도 피해자 가족들은 루머로 두 번의 고통을 겪어야만 했다. 아직도 몇몇 세월호 관련 루머는 진실인 양 사람들 사이를 떠다닌다.
루머는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루머는 그냥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발생하는 상황이 있고, 기능도 있다. 루머 연구자들은 루머가 ‘모호’하거나 ‘위협’이 되는 사건 또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호성은 중요한 문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기피하고 확실성을 선호하는 존재다. 상황에 맞는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모호성은 인과관계를 흐리게 만든다. 위협도 그렇다. 위협적 상황이란 ‘인간이 자신의 안위나 자아 인식이 손상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상황’을 뜻한다(루머 전문가 니컬러스 디폰조, 프라산트 보르디아 교수). 메르스 관련 루머는 모호성과 위협적 상황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실례다. 루머는 또한 그 나름의 ‘그럴듯함’이 있다. 낮은 수준의 정보나 출처가 가진 권위를 이용해 내용이 만들어진다.
다음은 6월 3일 어느 지방 도시에서 퍼진 메르스 관련 내용이다. 문장이 문법적으로는 어색하지만 여기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동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다. 사람들 많은데 가지 말고, 아는 누나, 동생, 지금 전화 왔는데, 동생 친구 질병관리본부 다니는데, ◇◇동 사는 중국 출장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는데, □□에서 쉬쉬한다. 대기업에 다니고 어딘지 안 알려준다.’
이 문자메시지의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는 ‘질병관리본부에 다니는 동생 친구’다. 정보 발신자가 동생의 친구이고, 그는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한다. 세월호 다이빙벨 논란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정부가 다이빙벨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꽤 근거 있어 보이는 루머가 나돌았다. 근거 없는 루머는 없다. 루머가 가진 문제가 바로 여기 있다. 루머는 중요한 정보를 다루면서도 ‘검증’을 하지 않는다.
투자 세계에서도 루머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수많은 투자 의사결정이 루머에 의해 이뤄진다. 기획 부동산, 금융 피라미드 등 적잖은 금융 사기들이 끊임없이 출몰하는 이유는 사기꾼들이 루머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기가 아닌 합법적인 투자에서도 루머는 큰 힘을 발휘한다. 주식시장의 루머를 연구하기 위해 주식중개인을 인터뷰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디폰조 교수, 1994년).
디폰조 교수는 7가지로 그 특징을 정리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루머 출처를 진실성을 위한 신호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 기업 고위임원이 내 친구의 친구인데, 이 정보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같은 식이다. 루머 내용에서는 고위직이 나오지만, 반대로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은 대부분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지위를 정보로 이용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루머를 유포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나온 정보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나온 정보는 신뢰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자를 더 믿게 된다. 이는 증시에서 인수합병(M·A)이나 토지 사기 루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일례로 ‘정부 요직에 근무하는 사람의 친인척이 그를 대신해 어느 지역 땅을 샀다’는 식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루머를 듣는 빈도수나 루머를 반박하는 내용을 들은 정도에 따라서도 태도가 바뀐다. 처음에는 의심했다가도 몇 번 반복해 듣거나 여러 곳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루머에 끌리게 된다.
루머 관리력 키워야
인간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불확실성에 대한 회피는 불안감으로 이어진다. 공포는 명료한 대상이 있지만 불안은 그렇지 못하다. 불안은 모호성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더욱더 그럴듯한 내용을 가진 루머에 끌리게 된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은 장기 예측과 단기 예측이 불일치하고, 가격 변화의 인과관계가 명료하지 않으며, 때때로 금융위기 같은 커다란 충격(shock)이 와서 시장 참여자들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루머가 태어나 자라나기에 좋은 환경인 셈이다.
주식시장처럼 참여자에 제한이 없는 완전 경쟁 시장에서 루머가 없었던 적은 없다. 이렇게 보면 루머도 시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루머에 의한 투자가 대개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너무나 그럴듯해서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라면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다. 단기간 내에 위험은 적고 수익은 큰 조건의 투자를 제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기꾼으로 간주해도 좋다.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바보임에 틀림없다.”
루머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신만의 투자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규칙 외의 것은 설령 좋은 기회라 하더라도 따르지 않는 것이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자신이 만든 규칙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실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이자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사람들에게 비범한 통찰이나 지능은 필요 없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간단한 규칙을 정해놓고 꾸준히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지금 끝내주는 정보를 들었다면 ‘나의 투자 규칙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디폰조 교수는 “사회가 존재하는 한 루머는 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루머를 인정하고 그에 대응하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투자 세계의 루머는 오로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잘못 관리한 루머는 종종 당신의 호주머니를 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루머는 그냥 태어나지 않는다
루머는 그냥 시중에 떠도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이 발생하는 상황이 있고, 기능도 있다. 루머 연구자들은 루머가 ‘모호’하거나 ‘위협’이 되는 사건 또는 상황에서 발생한다고 한다. 단순한 이야깃거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모호성은 중요한 문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기피하고 확실성을 선호하는 존재다. 상황에 맞는 원인을 찾아야 하는데, 모호성은 인과관계를 흐리게 만든다. 위협도 그렇다. 위협적 상황이란 ‘인간이 자신의 안위나 자아 인식이 손상받을 수 있다고 느끼는 상황’을 뜻한다(루머 전문가 니컬러스 디폰조, 프라산트 보르디아 교수). 메르스 관련 루머는 모호성과 위협적 상황에서 태어난 전형적인 실례다. 루머는 또한 그 나름의 ‘그럴듯함’이 있다. 낮은 수준의 정보나 출처가 가진 권위를 이용해 내용이 만들어진다.
다음은 6월 3일 어느 지방 도시에서 퍼진 메르스 관련 내용이다. 문장이 문법적으로는 어색하지만 여기서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그대로 옮겨 적었다.
‘××동에서 메르스 감염자가 나왔다. 사람들 많은데 가지 말고, 아는 누나, 동생, 지금 전화 왔는데, 동생 친구 질병관리본부 다니는데, ◇◇동 사는 중국 출장자가 메르스에 감염됐는데, □□에서 쉬쉬한다. 대기업에 다니고 어딘지 안 알려준다.’
이 문자메시지의 신뢰성(?)을 높이는 장치는 ‘질병관리본부에 다니는 동생 친구’다. 정보 발신자가 동생의 친구이고, 그는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일한다. 세월호 다이빙벨 논란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정부가 다이빙벨을 쓰지 않는 이유에 대해 꽤 근거 있어 보이는 루머가 나돌았다. 근거 없는 루머는 없다. 루머가 가진 문제가 바로 여기 있다. 루머는 중요한 정보를 다루면서도 ‘검증’을 하지 않는다.
투자 세계에서도 루머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수많은 투자 의사결정이 루머에 의해 이뤄진다. 기획 부동산, 금융 피라미드 등 적잖은 금융 사기들이 끊임없이 출몰하는 이유는 사기꾼들이 루머의 힘을 적절히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기가 아닌 합법적인 투자에서도 루머는 큰 힘을 발휘한다. 주식시장의 루머를 연구하기 위해 주식중개인을 인터뷰한 연구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디폰조 교수, 1994년).
디폰조 교수는 7가지로 그 특징을 정리했는데, 그중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루머 출처를 진실성을 위한 신호로 활용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 기업 고위임원이 내 친구의 친구인데, 이 정보는 확실하다고 말했다’ 같은 식이다. 루머 내용에서는 고위직이 나오지만, 반대로 정보를 유통하는 사람은 대부분 고위직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의 지위를 정보로 이용한다는 점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루머를 유포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으로부터 나온 정보와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나온 정보는 신뢰도 면에서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전자를 더 믿게 된다. 이는 증시에서 인수합병(M·A)이나 토지 사기 루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일례로 ‘정부 요직에 근무하는 사람의 친인척이 그를 대신해 어느 지역 땅을 샀다’는 식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 루머를 듣는 빈도수나 루머를 반박하는 내용을 들은 정도에 따라서도 태도가 바뀐다. 처음에는 의심했다가도 몇 번 반복해 듣거나 여러 곳에서 동일한 이야기를 들으면 그 루머에 끌리게 된다.
루머 관리력 키워야
루머에 의한 투자는 대개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은 장기 예측과 단기 예측이 불일치하고, 가격 변화의 인과관계가 명료하지 않으며, 때때로 금융위기 같은 커다란 충격(shock)이 와서 시장 참여자들을 극도의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만든다. 루머가 태어나 자라나기에 좋은 환경인 셈이다.
주식시장처럼 참여자에 제한이 없는 완전 경쟁 시장에서 루머가 없었던 적은 없다. 이렇게 보면 루머도 시장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루머에 의한 투자가 대개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미국의 저명한 투자 칼럼니스트 제이슨 츠바이크는 개인투자자들을 위해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너무나 그럴듯해서 사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라면 아마 그럴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 아니라 반드시 그렇다. 단기간 내에 위험은 적고 수익은 큰 조건의 투자를 제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사기꾼으로 간주해도 좋다. 그런 말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바보임에 틀림없다.”
루머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자신만의 투자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이 규칙 외의 것은 설령 좋은 기회라 하더라도 따르지 않는 것이다. 투자 결정을 내리기에 앞서 자신이 만든 규칙에 부합하는지를 점검하는 것만으로도 투자 실수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이자 워런 버핏의 스승인 벤저민 그레이엄은 “사람들에게 비범한 통찰이나 지능은 필요 없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간단한 규칙을 정해놓고 꾸준히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이 지금 끝내주는 정보를 들었다면 ‘나의 투자 규칙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자문해야 한다.
디폰조 교수는 “사회가 존재하는 한 루머는 사라질 수 없다”고 말한다. 루머를 인정하고 그에 대응하면서 관리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투자 세계의 루머는 오로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잘못 관리한 루머는 종종 당신의 호주머니를 털 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