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5월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받아 정신없이 지낼 때였습니다. ‘하느님보다 계급이 두 단계 높다’는 병장이 이등병, 일등병 전원을 집합시켰습니다.
OO상병은 군생활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소위 ‘고문관’이었습니다.
아무도 그를 챙겨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훈련을 나갈 때도, 회식을 할 때도 그는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었습니다. 그가 휴가를 나가기라도 하면 “어휴 그 자식 상판대기 안 봐서 속이 다 시원하다”는 원색적인 비아냥거림이 터져 나왔습니다.
군대를 계급사회라고 합니다. 사회에서 만나면 한주먹도 안 될 거 같은 녀석도 나보다 군 생활을 빨리 시작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상급자 대우를 해줘야 하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이런 군대에서 가장 큰 죄가 바로 항명죄입니다. 전장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군인이기에 어떤 조직보다 상급자의 영(令)이 중요합니다. 그런 군대에서 자신의 권위는 상급자가 이를 인정하고, 하급자가 군소리 없이 따를 때 유지됩니다.

최근 벌어진 해병대 총기난사 사건에서 ‘기수열외’가 다시 한 번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기자가 군을 제대한 지 십여 년이 다 됐지만 악습은 여전한가 봅니다. 군대에 사회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댈 수는 없지만, 진정한 강군을 만들려면 이런 악습부터 해결하는 것이 시급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