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그랜홈 미시간주 주지사.
미시간주의 경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제니퍼 그랜홈 주지사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2002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시간주 주지사에 취임한 그는 취임 당시 40억 달러에 이르던 재정적자를 2년 만에 말끔히 해소했다. 또 낭비성 예산을 아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던 35만명에게 보험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미시간주는 ‘2005년 주정부 업적 평가’에서 51개 주 가운데 3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그랜홈 주지사는 최근 하버드 케네디스쿨 포럼에 참여해 미시간주의 경제상황과 위기극복 방안을 소개했다. 원론적으로는 외국기업 유치나 첨단산업 육성 등 국내에서도 많이 듣던 이야기였다. 하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그의 ‘경영전략’은 국내 지방자치단체들과는 여러모로 달랐다.
우선 환경보호와 주민 삶의 질 향상을 상당히 강조했다. 그랜홈 주지사는 “도로와 다리 등 SOC(사회간접자본)를 현대화하는 것 못지않게 오염된 지역을 정화해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외국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미시간주의 호수들을 청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특별법을 제정,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고 말했다.
교육과 인적 자원 육성에 대한 의지도 강했다. 그는 “경쟁력을 키우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받은 인력”이라며 “이를 위해 역대 최고 수준의 공립학교 지원 예산을 편성했으며, 전국 최초로 미시간주에 진학하는 모든 대학생들에게 첫 2년간 4000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일자리 13만개 창출 … 한국 지자체 어떤가
젊은이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행정에 반영하는 데도 적극적이었다. 그랜홈 주지사는 연설을 마무리하며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18~35세의 젊은이들이 직접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쿨 시티 플래닝(Cool City Planning)’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이를 통해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새로운 예술 지원금을 설립하는 등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 미시간주는 더 많은 젊은 아이디어를 기다리고 있다. 미시간주로 오라.”
한국은 어떤가. 대부분의 지자체가 ‘지역발전=개발사업 유치’라는 개발지상주의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호화찬란한 시 청사와 학예회 수준의 행사만 펼쳐지는 문예회관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로 건설업자들의 배는 잔뜩 불리지만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낭비성 예산을 아껴 ‘부실도시락’의 질을 높이려는 지자체도 없어 보인다. ‘견문을 넓힌다’는 명목으로 수억원씩 들여 시청 직원의 외유를 보내면서도 정작 시민들의 창의와 아이디어는 활용할 줄 모르는 지자체들. 이들 가운데 젊은이들에게 “우리 지역으로 오라”고 자신 있게 손짓할 수 있는 지자체가 얼마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