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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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활황장, 폭락장 전조일 수도

[김성일의 롤링머니] 투자 세계엔 ‘영원한 승자’ 없어… 흔들려도 버티는 포트폴리오 중요

  • 김성일 업라이즈투자자문 대표

    입력2025-11-10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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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는 10월 한 달간 19.9% 상승하며 10월 31일 4107.50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시스

    코스피는 10월 한 달간 19.9% 상승하며 10월 31일 4107.50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시스

    올해 한국 증시는 역사적 이정표를 남겼다. 코스피가 10월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포인트를 넘어섰고, 31일에는 전주 대비 4%p 이상 오른 4107.50으로 장을 마감했다. 또한 10월 한 달간 19.9% 상승해 최근 20년 가운데 월별 수익률 1위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에는 85.6% 폭등하며 전 세계 증시 가운데 최고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이웃 나라 일본과 중국은 각각 33.8%, 2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이보다 낮은 17.5% 상승했다. 

    국내 증시 연초 이후 86% 급등

    한국 증시를 둘러싼 투자자들의 심리를 보면 그 변화가 너무나 극적이라 흥미롭다. 투자자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할 정도로 한국 주식을 외면했다. 소위 ‘전문가’로 불리는 이들은 유튜브와 각종 매체에서 “미국에 10년만 묻어두라”거나 “미국 3대장 지수(S&P500, 나스닥100, 미국배당다우존스)만 사서 모으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들 지수는 모두 미국 주식시장에 기반한 상품이라 특정 구간을 제외하면 서로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쉽게 말해 미국 주식시장이 좋지 않으면 모두 낮은 성과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미국만 믿고 가면 된다”는 식의 조언이 쏟아졌고, 많은 초보 투자자가 이를 그대로 따랐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했다. 연초 급락 우려에도 한국 증시는 상승했으며, 특히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증시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자 그동안 미국 주식만 외치던 이들은 침묵했고, 일부는 말을 바꿔 “신흥국도 유망하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신흥국 투자는 언급조차 하지 않던 이들이 지금은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하지만 그들 역시 ‘최근성 편향(Recency Bias)’의 피해자일 뿐이다. 최근 성과를 일반화해 미래도 같으리라고 믿는 오류에 빠졌던 것이다. 그들의 말을 막연히 믿고 따랐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앞으로 미국에 올인할 것인가, 아니면 신흥국으로 갈아탈 것인가.

    실제로 데이터를 분석하면 흥미로운 결과가 나온다(표 참조). 기간은 신흥국 주식의 대표 지수인 MSCI EM(이머징마켓지수)이 도입된 1987년 12월 31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로 정하고, 미국과 신흥국의 성과를 5년 단위로 비교했다. 먼저 미국은 1990년대 후반, 2010년대 초반, 2010년대 후반, 그리고 2020년대 초반에 신흥국을 앞섰다. 반면 신흥국은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 2000년대 전반에 걸쳐 미국을 압도했다. 즉 특정 지역이 영원히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기마다 주도권이 바뀌어 온 셈이다.

    2010년 이후 투자를 시작한 사람들에게는 미국 주식만 상승하는 세상이 당연해 보였을 것이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약 15년간 S&P500은 신흥국을 압도하는 성과를 보였다. 2022년 챗GPT가 세상에 나오면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위주로 미국 기술주의 성장 스토리가 더욱 거세게 퍼져 나갔다. 하지만 이는 ‘최근성 편향’의 전형적 사례다. 미국 기술기업이 전 세계를 압도한 것은 최근 일이 아니다. 2000년에도 미국 나스닥 기업들은 인터넷 기술을 만들어내며 전 세계에 혁신이 무엇인지 보여줬고, 그 전에도 미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최근 수년간의 주가 상승과 그럴듯한 기술 성장 서사(스토리텔링)가 미국 투자 신화를 공고히 했다. 



    “미국만 믿고 가면 된다”고 했지만…

    그런데 올해 들어 신흥국 주식 수익률은 미국을 크게 앞서고 있다. MSCI EM은 연초 대비 약 27.4% 상승했고(블룸버그 기준), 같은 기간 S&P500은 17.5% 상승에 그쳤다. 특히 신흥국 중에서도 한국 코스피는 연초 이후 상승률이 86%로 단연 선두다. 투자자들의 코스피 기대치는 이미 5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있으며, 증권사 보고서는 그 시점을 12개월 이내라고 낙관한다. 하지만 이런 현상 역시 최근성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금 주가가 많이 오르니 한국 경제의 근본 체력이 아닌, 단기 상승에 근거한 낙관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신흥국 랠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특정 시점 성과를 근거로 “이제 미국은 끝났다”거나 “신흥국 시대가 왔다”는 식의 단정은 위험하다는 점이다. 시장은 예상보다 더 오래 오르고, 또 급격히 떨어진다. 중요한 점은 방향을 맞히는 게 아니라, 어느 쪽이 흔들려도 버틸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일이다.

    주가는 본질적으로 순환하고, 상승장은 언제든 조정과 함께 끝난다. 급락장이 급등장을 불러오듯이 활황장은 폭락장의 전조일 수 있다. 투자 세계에는 ‘확실한 지역’이나 ‘영원한 승자’가 없다. 2000년대 초반 신흥국 붐이 일었을 때도, 2010년대 미국 독주가 시작됐을 때도 모두 그랬다. 달도 차면 기운다. 금융시장에는 ‘평균 회귀(Mean Reversion)’가 분명히 존재한다. 

    최근 상승장이 판단을 흐리고 있지는 않은가. 투자에서 가장 큰 적은 시장이 아니라 ‘자신의 확신’일지도 모른다. 초보투자자라면 시장의 상승을 취하면서 동시에 하락에 대비할 수 있는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투자법도 고민해보기 바란다. 균형 잡힌 자산배분은 변동성 시대 유일한 방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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