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의학계에서 “비만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GETTYIMAGES
아힘 페터스 독일 뤼베크대 교수의 ‘이기적인 뇌’ 이론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체지방은 뇌의 에너지 안정성을 높여 생존에 도움을 준다. 캐나다와 한국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도 과체중(체질량지수(BMI) 22.8~27.5) 집단의 사망률이 가장 낮게 나왔다. 저체중군 생존율은 고도비만군에도 못 미쳤다.
뇌의 주요 성분은 지방
뇌를 이루는 성분은 60% 이상이 지방이다. 뇌 구조를 지지하는 데는 콜라겐이 핵심 역할을 한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적정량의 지방이 있어야 뇌혈류와 에너지 대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돼 신경세포 손상이 줄어든다고 설명한다. 저체중 노인의 경우 뇌에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물론 비만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내장지방형 비만이나 대사질환을 동반한 비만은 심혈관질환과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피하지방이 체내에 적절히 분포한 ‘건강한 비만’, 즉 BMI 기준으로는 비만에 해당하지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등 대사 지표가 정상 범위에 속하는 상태에서는 신경호르몬이 염증 반응을 적절히 통제해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노화연구소도 노년기에 체중을 과도하게 줄이면 치매 발병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마르면 건강하다”는 통념이 뇌 건강에는 꼭 맞지만은 않는 셈이다.
건강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렇다 보니 자극적인 다이어트 정보에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과학은 흑백논리가 아니다. 치매 예방 관점에서 체중은 뇌와 심혈관 건강의 균형 지표다. 체중계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건강한 체지방을 유지하는 것이 뇌 건강을 지키는 실질적 해법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