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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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디(BYD) 앞세운 중국의 ‘전기차 굴기’

판매량은 이미 테슬라 추월… 머스크도 “상당한 경쟁력” 인정

  • 김지현 테크라이터

    입력2023-11-16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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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그들의 자동차는 상당히 경쟁력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월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서 “비야디(BYD) 자동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자 내놓은 답이다. 12년 전인 2011년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기자가 BYD를 테슬라의 잠재적 경쟁자로 언급하자 일소에 부친 머스크였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선두 주자 테슬라와 비교해 우스운 추격자에 불과하던 BYD가 이제 위협적인 라이벌이 됐음을 보여준 장면이다.

    비야디(BYD) 전기차 ‘쑹(宋) 플러스’(왼쪽). 테슬라 전기차 ‘모델Y’. [BYD 제공, 테슬라 제공]

    비야디(BYD) 전기차 ‘쑹(宋) 플러스’(왼쪽). 테슬라 전기차 ‘모델Y’. [BYD 제공, 테슬라 제공]

    BYD 비웃던 머스크, 12년 만에 거둔 웃음

    2003년 설립된 테슬라는 첫 번째 전기차 로드스터를 2008년 출시해 친환경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2015년에는 세계 최초로 반(半)자율주행 기능 오토파일럿을 전기차에 탑재해 주목받았다. 전기차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최근 태양광 패널을 비롯한 에너지 산업에도 진출한 테슬라는 ‘혁신 기업’이라는 평이 늘 뒤따른다. 테슬라의 사업 행보를 놓고 ‘거품’이라는 혹평도 적잖지만, 모빌리티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폭제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테슬라 돌풍은 길게는 한 세기, 짧아도 수십 년 업력을 가진 ‘고인물’ 위주던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주자들이 뛰어드는 계기가 됐다. 테슬라 출신 멤버들이 2007년 설립한 ‘아티바’는 ‘루시드 모터스’로 이름을 바꾸고 2021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니오’(중국명 ‘웨이라이’)는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굴지 기업으로부터 대대적인 투자를 받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리비안’ ‘피스커’ ‘니콜라’ 같은 스타트업도 제2 테슬라를 꿈꾸며 전기차 시장에 참전했다. 문제는 테슬라 팔로어 기업 상당수가 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테슬라의 성공을 보고 거액을 유치해 기세를 올렸으나, 아이디어만으로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은 쉽지 않다. 상용화에 실패하거나 저조한 판매량으로 파산 신청을 검토하는 전기차 업체가 적잖다.

    그런 점에서 BYD는 후발 주자로선 이례적으로 테슬라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전기차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BYD 모체는 1995년 설립된 리튬이온 배터리 업체로, 2003년 친촨자동차를 인수해 모빌리티 산업에 뛰어들었다. 이 같은 특성상 오랫동안 자동차 메이커보다 배터리 사업자로서 존재감이 컸다. 특히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급자로 명성이 높았다. 태양광 패널 시장에서도 중국 선두 기업으로,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다양한 특허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완성차 메이커로서, 전기차 브랜드로서 후발 주자인 BYD는 이미 어떤 면에서는 왕좌에 올랐다. 올해 상반기 전 세계에서 전기차 130만여 대를 판매해 테슬라를 제치고 지난해에 이어 1위에 오른 것이다. 2020년 41만 대였던 BYD 자동차 판매량은 2021년 73만 대, 지난해 186만 대를 기록했다. BYD는 순수 전기차(BEV)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가지 모델을 출시하고 있어 순수 전기차만 내놓는 테슬라와 판매량을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 다만 성장세가 맹렬하고, 판매량만 놓고 보면 지난해를 기점으로 이미 테슬라를 제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BYD의 사업 구조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테슬라와 달리 완성차 업체들과 거래가 많다는 점이다. 가령 도요타의 첫 전기 세단이자 중국 시장 전용 모델 bZ3는 BYD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BYD 자회사 푸디모터의 전기모터를 탑재했다. 전통 자동차 산업 1위 기업 도요타와 전기차 시장 판매량 1위 BYD의 협업인 것이다. 이처럼 BYD는 하드웨어 플랫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종의 주문자 생산방식의 전기차 파운드리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테슬라 우위

    물론 BYD의 자율주행이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아직 테슬라와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BYD는 지난해 자사 전기차에 자율주행 기능을 도입했지만 아직 완성도가 경쟁 업체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차량 운영체계(OS)의 경우 자체 OS로 구동되지만, 그 속살을 보면 안드로이드 기반인 데다 구동 속도와 기능 모두 낮은 편이다. BYD는 부족한 소프트웨어 역량을 외부 업체와 제휴로 해결하고 있다. 중국의 대표 검색서비스 업체 바이두는 2013년부터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에 적극 투자 중인데, 지난해 ‘로보택시’(무인택시) 사업 면허를 획득해 BYD와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공유 자동차 기업 다다오융처도 가세해 중국 내 자율주행 사업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BYD는 엔비디아와 지능형 차량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협력에도 나섰다.

    BYD로 상징되는 중국의 전기차 굴기는 파죽지세다.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는 전기차 기업 사이리스와 합작해 전기차 ‘아티오’를 출시했다. 화웨이가 개발한 스마트폰 OS ‘훙멍’이 차량용 소프트웨어로 탑재된 모델이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도 전기차 법인을 설립해 내년부터 본격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의 또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는 인도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업계의 발 빠른 행보는 전체 산업과의 관계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자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미·중 디커플링 시대 총아로 떠오른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향후 전기차의 핵심 경쟁력은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품질이 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 중국산 자동차는 명품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의 기술패권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의 경쟁력이 접목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심지어 BYD는 이미 전기차 하드웨어 측면에서 테슬라와 호각을 다툰다. 당장 판매량이 주춤하는 등 부침은 있을지언정 친환경차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류가 될 것은 자명하다. BYD를 위시한 중국 전기차 산업의 굴기는 한국으로선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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