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 상권으로 자리 잡은 성동구 성수동 일대. 옛 공업지대의 흔적과 이를 리모델링한 카페, 새로 들어선 오피스 건물이 공존한다. [조영철 기자]
연남동·압구정로데오 뛰어넘는 성수동 상권
그중에서도 성수동이 최근 젊은이 사이에서 최고 핫 플레이스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요즘처럼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성수동이 10년 가까이 꾸준히 변화·발전하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무엇일까. 성수동 사례를 중심으로 좋은 상권은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하는지 분석해보자.상권이 오랫동안 발전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조건은 평지와 골목의 조합이다. 미국처럼 국토가 넓은 나라와 달리 한국에서는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에서도 대중교통 여건이 좋고 걷기 편한 평지에 핵심 상권이 형성된다. 성수동은 물론, 연남동이나 망원동, 신사동 가로수길, 압구정로데오, 을지로, 서촌, 경기 수원시 행궁동 같은 수도권 상권은 대부분 평지에 자리한다. 이런 점은 이웃 나라 일본 도쿄의 주요 상권도 마찬가지다. 개성 있는 가게들이 상권을 형성하고 많은 방문객이 유입되려면 대로(大路)가 아닌 소로(小路)로 이뤄진 골목이 훨씬 유리하다. 가령 테헤란로나 광화문, 종로 등 대로변은 큰 도로 때문에 상권이 단절되기 마련이다. 반면 가로수길이나 연남동, 성수동, 수원 행궁동 같은 골목상권은 소로가 이어지고 서로 만나면서 개성 있는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기 쉽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통이 일상화된 시대, 이면도로 상가라는 점은 더는 핸디캡이 아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의 골목길. 평지에 형성된 작은 골목길은 핵심 상권이 들어서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홍중식 기자]
대박 상권의 세 번째 조건은 지역만의 다채로운 매력과 개성이다. 성수동은 서울숲과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지리적 장점에 더해 뚝도시장, 수제화골목 등 특색 있는 상권을 갖췄다. 공장이 있던 자리에 다양한 문화공간이 들어선 점도 성수동의 특징이다. 최근 서울시가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를 개발 착수 전 2년 동안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원 행궁동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과 수원시립미술관 등이 자리해 역사적·문화적 개성이 뚜렷하다. 한국관광공사 집계에 따르면 행궁동은 경기 남부권에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이나 판교동보다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한 핫 플레이스다. 올해 상반기 행궁동 방문객은 월평균 137만911명으로, 같은 기간 판교신도시 핵심 상권 판교동(66만7611명)의 2배에 달했고 분당 핫 플레이스인 정자동(127만여 명)보다도 많았다.
낮엔 직장인, 밤엔 외지 방문자 ‘더블 수요’
롱런하는 상권의 네 번째 비결은 탄탄한 소비층을 갖춘 배후 지역이다. 어느 상권이든 도시가 발전해가면 교통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함께 발전한다. 부동산 투자의 핵심은 미래 가치 전망이기에 특정 상권의 임대료가 상승할 여지가 없다면 서서히 쇠락하게 된다. 따라서 상권 내 점포들이 안정적 매출을 계속 올리는 데 필요한 주거지와 오피스 타운이 밀집돼 있을수록 유리하다. 이런 시각에서 분석해도 성수동 상권 입지는 상당히 우수하다. 오피스 밀집 지역은 대부분 유동인구가 적은 주말에는 공동화 현상을 겪게 마련이다. 반면 성수동은 낮에는 오피스 타운에서 근무하는 직장인의 소비가 많고, 저녁과 주말에는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의 소비가 이어진다. 특정 요일이나 시간대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으면서 매출이 골고루 발생하는 것이다.성수동은 국내에서 최고 구매력을 가진 주거지 강남으로 영동대교, 신분당선을 통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트리마제, 한화갤러리아포레, 아크로서울포레스트 등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자리해 주거지로서도 인기가 높다. 향후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되면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고급 주거지로서 위상이 더 확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 성수동은 좋은 상권의 교과서와도 같은 지역으로서 강남 못지않은 핵심 지역으로 발돋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