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닷새간 독일 베를린에서 국제가전박람회(IFA)가 열렸다. [IFA 제공]
9월 1일부터 5일까지 열린 ‘IFA 2023’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전 세계 주요 가전제품 기업이 참가했다. 올해로 99주년을 맞은 IFA에는 세계 최대 가전 소비시장으로 꼽히는 유럽을 겨냥한 신제품이 대거 전시됐다. 중국 기업이 1293개나 참가해 물량공세를 펼친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존재감을 보였다.
삼성전자(왼쪽)와 LG전자는 IFA에서 나란히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세탁건조기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제공, LG전자 제공]
유럽시장 주목하는 국내 가전업계
삼성전자는 ‘의미 있는 연결(Connections That Matter)’을 주제로 참가 기업 중 최대 규모인 6026㎡의 부스를 열어 여러 독자기술이 적용된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AI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이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세탁물 무게 및 오염도를 측정해 물과 세제 사용량을 정하는 신형 세탁기가 대표적 예다. 내부 카메라로 식재료를 인식해 레시피를 제안하는 ‘비스포크 AI 오븐’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LG전자는 IFA에서 워시타워, 식기세척기, 인덕션 제품군에 속하는 다양한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선보였다. 특히 이들 제품을 결합한 소형 모듈러 주택 ‘LG 스마트코티지’ 체험공간을 조성했다. 대용량 세탁기와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를 합쳐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세탁건조기’, 전원을 제외한 모든 연결선을 없앤 무선 올레드 TV인 ‘LG 시그니처 올레드M’, 문을 열지 않고도 내부를 볼 수 있는 ‘듀얼 인스타뷰 냉장고’ 등 LG전자의 시그니처 2세대 제품들도 선보였다.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을 겨냥해 출시한 냉장고 ‘비스포크 프렌치도어’(왼쪽)와 LG전자가 IFA에서 전시한 ‘LG 무드업 포레스트’. [삼성전자 제공, LG전자 제]
스마트홈 생태계 조성 위해 협력
이번 IFA에서는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협력하는 다소 이례적인 모습도 관측됐다. 양사 제품을 서로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양사는 지난해부터 주요 글로벌 가전 기업과 함께 스마트홈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15개 글로벌 가전제품 기업이 참여해 설립된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가 그 무대다. 삼성전자가 HCA 대표 의장사를 맡았고 LG전자도 의장사로 활동하고 있다.이미 사물인터넷 업계에서는 한발 앞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애플,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기기 간 통신 표준인 ‘매터’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통신 표준이 자리 잡으면서 빅테크 기업의 스피커를 사용해 스마트 전구나 조명을 작동하는 것 등이 가능해졌다.
이에 가전업계에서는 “디바이스 주도권을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경쟁 기업들이 손을 맞잡은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스마트싱스’ ‘LG씽큐’라는 스마트홈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튀르키예 가전제품 기업 베스텔, 파트너 브랜드 샤프와 서비스 연동을 시작한다. LG전자 역시 HCA 회원사 전반으로 가전기기 연동을 확장할 계획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 주력 제품군 중심으로 기기 연동 대상을 확대해간다는 구상이다.
유미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9월 2일(현지 시간) IFA 행사장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HCA 연결을 통해 LG전자 제품을 보고 컨트롤할 수 있다”며 “여기에 더해 당사 AI 서비스 등을 HCA를 통해 (타사에 적용하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 역시 다음 날 행사장에서 “현재까지는 서로 경쟁사의 상세 기능을 알 수 없어 기본적인 기능만 프로토콜이 정의돼 있다”면서도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런 게 되면 좋지 않겠냐’고 역제안을 해오면 당연히 진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향후 에너지 절약 기능, AI 기능 등 각사의 다양한 고유 기능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LG전자는 IFA에서 ESS(에너지저장시스템)를 적용한 ‘넷 제로 하우스(net zero house)를 선보였다. [LG전자 제공]
“각 브랜드 강점 재인식될 것”
스마트홈 시장은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이 2020년 608억 달러(약 81조 원)에서 2025년 1785억 달러(약 238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5년 동안 관련 시장이 193.6% 성장하리라 분석한 것이다.글로벌 가전업계에 나타나는 기기 연동 움직임을 단순 협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가전업계가 HCA 아래 하나로 뭉치고 있지만 향후 이 안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여러 기업의 가전제품을 스마트홈 서비스를 통해 연동해 사용하면서 각 브랜드의 강점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강화될 수 있고, 이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 강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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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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