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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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할까

[돈의 심리] 한계 뛰어넘게 만드는 돈의 효과… 놀이나 예술 등에는 방해 요소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3-08-20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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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하게 하거나, 지금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하게 할 때 일반적인 보상 수단은 돈이다. “이거 하면 돈 줄게” “더 잘하면 돈을 더 줄게” 등으로 유혹한다. 일을 더 잘했을 때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한 학생에게도 시험을 잘 보면 돈이나 선물을 준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정말 돈을 더 받으면 더 열심히 할까.

    사람들은 돈으로 보상을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한다. [GETTYIMAGES]

    사람들은 돈으로 보상을 받으면 더 열심히 일한다. [GETTYIMAGES]

    철봉 매달리기 실험

    이에 관한 대표적인 연구로 1950년대 로버트 슈와브 미국 뇌파학 박사 연구팀의 철봉 매달리기 실험이 있다. 연구팀은 먼저 남자들이 철봉에 얼마나 오래 매달리는지 측정했다. 오래 버티는 사람도 있고 못 버티는 사람도 있지만, 평균 50초가량 매달렸다. 그다음에는 매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힘내” “조금만 더”라며 응원을 보냈다. 조금이라도 더 매달려 있을 수 있도록 정신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그렇게 하니 시간이 조금 늘어 평균 75초가량 철봉에 매달려 있었다. 주변의 격려, 응원, 정신적 지원 등에 힘입어 50% 정도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그다음에는 지난번보다 더 오래 매달리면 5달러씩을 준다고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기가 몇 초 동안 매달려 있는지 스스로는 알지 못했다. 그냥 스스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는 것이었다. 그런데 돈을 준다고 하니 사람들이 더 오랜 시간 매달렸다. 기록은 120초 가까이 됐다. 그냥 매달리기를 할 때보다 2배 이상 더 오래 매달렸고, 정신적인 응원과 격려만 할 때보다도 50% 정도 더 매달렸다. 돈을 주면 사람들은 더 열심히 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물론 사람들이 돈을 주기 전에는 열심히 매달리지 않다가 돈을 준다고 하니 더 열심히 매달린 건 아니다. 그냥 매달리기를 할 때도, 응원을 받으며 매달리기를 할 때도 최선을 다해 오래 버텼다. 일부러 힘을 빼거나 게으름을 피우거나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돈을 준다고 하니 더 오래 매달릴 수 있었다. 최선을 다했다고 하지만 그 수준이 달랐던 것이다. 이처럼 돈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 더 열심히 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 돈은 사람으로 하여금 더 열심히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을까. 이에 대한 유명한 연구가 에드워드 데시 미국 로체스터대 사회심리학 교수의 큐브 맞추기 실험이다. 데시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에게 소마큐브를 하게 했다. 소마큐브는 다양한 모양의 조각들로 특정 모양의 큰 조각을 만드는 퍼즐로, 쉽지 않고 맞추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연구팀은 학생들에게 과제 4개를 부여했으며, 소마큐브를 맞추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보다 적은 13분을 줬다. 제한 시간 13분이 끝난 뒤 휴식 시간이 주어졌고, 실험방에는 휴식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도구가 준비돼 있었다. 연구자들은 휴식 시간에 학생들이 무엇을 하는지 관찰했다. 학생들은 퍼즐을 맞추는 데 재미를 느껴 휴식 시간에도 계속해서 소마큐브에 매달렸다.

    휴식 시간이 끝나고 실험 참가자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눠 2차 실험에 들어갔다. 첫 번째 그룹에는 큐브 모양 하나를 맞출 때마다 상금 1달러씩을 준다고 했다. 이 실험은 1971년에 진행됐는데, 당시 1달러는 현재 몇만 원 가치가 있다. 두 번째 그룹에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1차 실험과 똑같은 제한 시간만 뒀다. 세 번째 그룹에는 소마퍼즐 하나를 맞출 때마다 칭찬을 해줬다. 즉 퍼즐을 맞추면 첫 번째 그룹에는 돈을 줬고, 세 번째 그룹에는 칭찬을 했으며, 두 번째 그룹은 그냥 내버려뒀다.



    돈 효과는 단기적

    세 그룹에 다시 한 번 소마큐브를 정해진 시간 안에 풀게 했다. 학생 대부분이 정해진 시간 안에 주어진 4개 과제를 다 풀지는 못했다. 그리고 다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처음 실험에서는 휴식 시간에 모든 학생이 계속해서 큐브에 매달렸다. 그런데 두 번째 휴식 시간에는 달랐다. 다른 조치가 없었던 두 번째 그룹, 그리고 큐브를 맞추면 칭찬을 해준 세 번째 그룹은 휴식 시간에도 계속해서 큐브를 했다. 반면 큐브를 맞출 때마다 돈을 준 첫 번째 그룹은 대부분 휴식 시간에 큐브를 하지 않았다. 미리 준비해놓은 잡지를 보는 등 다르게 시간을 보냈다. 이 첫 번째 그룹도 처음에는 휴식 시간에 열심히 큐브를 하던 학생들이다. 그런데 돈을 주니 휴식 시간에 더는 큐브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세 그룹에 다시 한 번 소마큐브를 맞추게 했다. 다만 처음 했을 때처럼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큐브를 맞췄다고 돈을 주지도 않고 칭찬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첫 번째 그룹은 의욕이 크게 떨어졌다. 소마큐브를 맞추는 데 열심히 집중하지 않았고, 설렁설렁한 모습을 보였다.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두 번째 그룹은 지금까지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칭찬을 해준 세 번째 그룹은 기분이 더 좋아진 상태에서 소마큐브를 맞췄다.

    실험 결과는 분명했다. 돈은 단기적으로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하지만 돈은 소마큐브 자체에 대한 관심이나 집중은 떨어뜨린다. 돈을 받은 학생들은 휴식 시간에 더는 큐브를 가지고 놀지 않았다. 그리고 이후 실험에서 돈을 주지 않자 그 행위 자체에 흥미를 잃었다. 칭찬은 일에 대한 흥미를 증진했지만, 돈은 아니었다. 돈을 받으면 더는 재밋거리가 아니라 일이 된다. 스스로 열심히 하려는 동기가 사라진다.

    순수한 활동에는 부정적

    이후 유사한 연구가 계속 시행됐다. 유치원생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리게 한 실험도 있었다. 그림을 재미있게 그리는 유치원생들에게 그림을 그리면 돈 같은 물질적 보상을 주거나 칭찬을 해줬다. 물질적 보상을 받은 유치원생들은 쉬는 시간에 더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칭찬을 받은 유치원생들은 쉬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그림을 그렸다. 돈, 나아가 물질적 보상은 그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순수하게 재미와 흥미를 느껴서 한 일들에 대해 더는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부정적 역할을 했다.

    많은 학자가 이 큐브 실험과 그림 그리기 실험 결과를 기반으로 돈은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업에서 성과급을 주고 월급을 올려주는 것이 그 일을 정말로 열심히 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오히려 자기 업무에 대한 흥미를 뺐고, 돈을 안 주거나 덜 주면 더는 일하지 않으려 하는 문제를 발생시킨다. 다만, 이 실험 결과들을 바탕으로 기업의 성과급 지급에 반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소마큐브를 맞추는 건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할 수 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스스로 재미있어서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에 대한 보상으로 돈을 주는 것은 오히려 열심히 하지 않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회사 업무는 이런 것들과 다르다. 하루 종일 보고서를 만드는 일, 엑셀에 숫자를 집어넣는 일, 진상 고객을 상대하는 일,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 등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아무도 이런 일들에 흥미와 재미를 느끼며 열심히 하려고 달려들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일들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기업이 유지되고, 사회가 유지될 정도로 그 수가 많지는 않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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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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