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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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덕질, 포토카드로 따라가기

[김상하의 이게 뭐Z?] 외출 필수템 등극… 맛집 가서도 포카 놓고 단체샷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2-04-19 10: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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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깔딱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Z세대는 포토카드를 활용해 알찬 덕질을 한다. [사진 제공 · 김상하]

    Z세대는 포토카드를 활용해 알찬 덕질을 한다. [사진 제공 · 김상하]

    방송인 강유미의 유튜브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채널을 보다 보면 사람의 행동이나 직업의 특징을 콕 짚어 잘 따라 해 “와, 진짜 소름 돋네”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최근 올라온 ‘앨범깡’(앨범을 개봉한다는 뜻) 브이로그가 현실 고증갑이었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가서 영상을 찍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행동이나 말투가 똑같아 소름 돋았다. 앨범깡 브이로그의 공통점인 배속 목소리, 손톱으로 앨범을 톡톡 치는 제스처까지 현실 고증이 안 된 부분이 없었다.

    특히 다이소에서 파는 당근칼은 앨범깡 영상에서 유행처럼 쓰이는 아이템인데, 강유미도 ASMR 영상에서 그걸 사용했다. 앨범깡을 할 때 중요한 포인트는 앨범에 있는 포토카드(포카)다. 최애 포카가 나왔는지, 아니면 교환해야 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앨범깡 영상만 순서대로 따라가도 Z세대가 덕질하는 방법을 알 수 있다.

    앨범깡? 오프깡? 그게 뭔데

    Z세대에게 포토카드는 외출할 때 꼭 챙겨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사진 제공 · 김상하]

    Z세대에게 포토카드는 외출할 때 꼭 챙겨야 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사진 제공 · 김상하]

    앨범깡 유튜브 브이로그를 자세히 보면 오프깡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프깡은 말 그대로 ‘오프라인+깡’으로 오프라인에서 앨범을 사 앨범깡을 하는 걸 말한다. 필자의 회사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 있는데 가끔 알 수 없는 줄이 엄청나게 늘어서 있을 때가 있다. 교보문고 핫트랙스로 이어지는 줄이다. 줄을 서서 산 앨범을 현장에서 언박싱하는 게 오프깡이다.

    오프깡을 하는 이유는 원하는 포카가 잘 나오는 장소가 따로 있어서라고 한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오프깡 후기를 보면 “괜히 광화문 광화문 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쉽게 볼 수 있다. 필자의 친구는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처럼 다양한 장소에서 오프깡을 한다.



    할 수 있는 방식을 총동원해 최애 포카를 뽑았다면, 이제 이 포카를 다치게 할 수도, 절대 그냥 대충 보관할 수도 없다. 보관법도 다양한데 일단 포토카드 바인더를 사야 한다. 직장인이 쓰는 파일철(바인더)을 포토카드 크기로 만든 것으로, 모양이 다양하고 캐릭터 상품도 나와 있다.

    바인더에 담아 정리하거나 톱로더(뚫려 있는 위쪽 입구로 사진이나 카드를 넣어 보관할 수 있는 PVC 재질의 보관함)에 넣는 방식도 있는데, 이를 ‘탑꾸’(톱로더 꾸미기)라고 한다. 포털사이트에서 탑꾸를 검색하면 엄청난 양의 스티커와 글라스데코 제품이 나온다. 이런 작은 소품들을 사서 투명한 톱로더를 하나하나 꾸미는 것이다. 톱로더를 꾸밀 때도 포카와 잘 어울리는 색이나 분위기의 제품을 사야 최애의 잘생김과 귀여움, 예쁨을 담을 수 있다. 탑꾸 영상을 보다 보면 진짜 세상에 금손이 엄청나게 많다는 걸 절감하게 된다.

    밥 먹을 때, 투표할 때

    교환하거나 양도하고 싶은 포카라고 그냥 택배 또는 우편으로 ‘틱’ 보내는 것이 아니다. 공식 포카 양도 영상에 나오는 수많은 소품은 모두 교환을 위해 필요한 것들이다. 포카를 교환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상처가 나지 않도록 투명 바인더에 넣고 포카와 제일 잘 어울리는 색의 포스트잇을 붙인다. 이는 나중에 여기 포토카드가 들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포장을 뜯다 손상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제 플라스틱 재질의 보호지에 포장한 포카를 넣는다. 예쁜 다이어리를 구매해 속지 한 장 한 장을 포장지로 쓸 정도로 포장에도 진심이다. 예쁜 종이에 포장된 포토카드를 넣고 5번 넘게 포장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받는 사람은 포카 하나를 받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선물을 받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수정테이프처럼 생긴 테이프 형태의 풀이나 하트 모양의 에어캡도 포카 교환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잇템’이다.

    이번 대선 때도 어김없이 수많은 투표 인증샷이 올라왔는데, 올해 인증샷 가운데 신기했던 건 탑꾸한 포카를 들고 투표소에 가서 투표 도장을 찍어온 것들이었다. Z세대는 맛집에 가서도 각자가 좋아하는 최애 포토카드를 꺼내두고 음식 앞에서 단체로 인증샷을 남긴다. 덕후인 친구들이 모인다면 자연스럽게 찍게 된다. 트위터뿐 아니라 이제는 인스타그램 피드나 스토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이런 덕후의 마음을 저격이라도 하듯 최애 포카를 들고 가면 그 포카 분위기에 맞는 칵테일을 만들어주는 가게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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