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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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for you

장인의 가슴으로 만든 최고 와인

그르기치 힐스 샤르도네

  • 김상미 와인칼럼니스트 sangmi1013@gmail.com

    입력2017-08-21 17:3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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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도알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면 포도의 당도를 알 수 있다.” 미국 최고 와인 산지 나파 밸리(Napa Valley)를 상징하는 인물인 마이크 그르기치(Mike Grgich)가 한 말이다. 그르기치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그르기치 힐스(Grgich Hills) 와이너리 설립자다. 1923년 크로아티아에서 태어난 그가 미국 와인메이커가 되기까지 겪은 삶의 여정은 그의 와인만큼이나 감동적이다.

    와인메이커 가문 태생인 그르기치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대에서 와인을 공부했다. 하지만 그가 와인메이커로서 꿈을 펼치려 할 때 크로아티아가 공산화가 됐다. 와인을 만들기 불가능해지자 그르기치는 학생 비자를 취득해 서독으로 갔고 이후 미국으로 이주할 기회를 모색했다. 그르기치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나파 밸리 개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리 스튜어트였다. 스튜어트가 제공한 비자로 1958년 그르기치는 미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1976년 파리에서 열린 블라인드 테이스팅은 그르기치를 세계적 와인메이커로 올려놓았다. 당시 그르기치는 샤토 몬텔레나(Chateau Montelena)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가 만든 샤르도네(Chardonnay) 와인 1973년산이 프랑스 전통 샤르도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후 그르기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그는 커피 사업가 오스틴 힐스와 손잡고 두 사람의 성을 따 그르기치 힐스 와이너리를 세웠다.

    그르기치 힐스는 설립되자마자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설립한 해 만든 샤르도네 와인 1977년산이 세계 각지에서 참가한 221개 와인을 꺾고 국제샤르도네대회(Great Chardonnay Showdown)에서 1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그르기치를 ‘샤르도네의 왕’이라 불렀다.

    그르기치 힐스의 최근 빈티지인 샤르도네 2013년산을 맛보면 와인이 탄탄하면서도 부드럽고 묵직하다. 복숭아와 멜론 등 잘 익은 과일향이 코를 유혹하지만 입안에서는 깔끔한 신맛이 침샘을 자극한다. 올해 수입되기 시작한 파리 테이스팅 기념 샤르도네 와인도 주목할 만하다. 1989년 심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샤르도네로 만든 이 와인은 달콤한 꿀향, 샹큼한 레몬향, 고소한 견과류향 등 복합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파 밸리 와인이 대부분 바로 마실 수 있는 스타일이지만, 그르기치 힐스의 샤르도네 와인은 묵힐수록 풍미가 깊어진다. 빈티지로부터 7~10년 사이 와인이 절정에 오르며 20년 이상 보관이 가능하다. 무게감이 좋은 와인이므로 음식을 곁들일 때는 가벼운 해산물보다 양념을 많이 하지 않고 구운 닭고기나 돼지고기를 추천할 만하다.

    그르기치 힐스는 화학비료, 살충제,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고 포도를 재배한다. 와인도 인공배양이 아닌 포도 자체가 만들어내는 천연 효모로만 발효시킨다. 포도밭에서부터 잔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여야 한다는 그르기치의 신념 때문이다. 올해 94세인 그르기치는 트레이드 마크인 베레모를 쓰고 오늘도 포도밭을 둘러보며 이렇게 되뇐다. “와인은 머리와 손이 아닌 가슴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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