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뉴스1]
尹-安 “우리 두 사람은 원팀”
윤 후보와 안 후보는 3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단일화 최대 수혜자는 윤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율이 이 후보와 오차범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해 두 후보는 중도층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윤 후보로서는 지지율이 낮았던 호남지역 표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력이 필요했다.
윤 후보 지지율은 그간 호남 표심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중 윤 후보 지지율이 가장 낮게 나온 1월 7일 발표에서 윤 후보는 26% 지지율을 받았다. 호남지역 지지율이 7%에 그친 점이 저조한 지지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같은 조사에서 안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14%로 나와 윤 후보의 2배에 달했다. 안 후보가 윤 후보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전두환 옹호 논란’을 겪으며 호남지역 유권자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이후 복합 쇼핑몰 유치 등 광주 개발 공약과 지역감정 해소 행보를 밟으면서 표심을 다져왔다. 다만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커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나갈 모멘텀이 필요했다.
단일화 합의 장소 장제원 의원 매형 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월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법정 TV토론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인사를 나눈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단일화 과정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안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국민의힘 측이 ‘담판 단일화’를 내세워 무산됐다. 안 후보는 2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더는 할 말이 없다”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이후로도 물밑에서 단일화 협상이 이어졌지만 두 후보가 모두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이 치열해지는 만큼 선거대책위원회 간 다툼도 커지면서 윤 후보는 급기야 대선을 열흘가량 앞둔 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최종 결렬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3월 1일 “(단일화에) 현실적 어려움은 있다”면서도 “우리가 먼저 끈을 놓는 일은 없다고 했으니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도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등 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에게 잇따라 단일화를 요구했고, 윤 후보 측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연락하며 일정을 조율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당내 단일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비 보전 등 현실적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이면 선거비가 전액 보전되고, 10% 이상 15% 미만이면 반액 보전된다.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다.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경우가 적잖아 이런 구도가 대선 투표까지 이어진다면 선거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비를 국민의힘이 떠안는 것으로 윤 후보 측과 내부 합의를 했을 경우 안 후보는 대선 후 합당을 통해 선거비 부담을 덜게 된다.
단일화 난맥상은 의외 장소에서 풀렸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이다. 장 의원과 국민의당 이 총괄선대본부장, 두 후보는 3월 3일 자정 이곳에 모여 단일화 문제를 합의했다. 장 의원의 매형은 KAIST 교수로, 과거 안 후보가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알고 지낸 사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안 후보가 해당 자리에서 윤 후보에게 “이제껏 정치하면서 만든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며 “나에게 어떻게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종이쪼가리 뭐가 필요하겠나. 나를 믿어라. 나도 안 후보를 믿겠다”라고 답하며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두 후보는 정부 운영 및 합당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후 안 후보가 단일화 공동선언문 초안을 밤새 다듬었고, 이를 윤 후보가 “고칠 부분이 없다. 그대로 하자”고 답하며 수용했다. 두 후보는 대선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중도층에 정권교체 시그널”
여권에서는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3월 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민생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도 이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를 자리 나눠 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가 중도층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시그널은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안 후보 지지자의 절반은 윤 후보 지지를, 30%가량은 이 후보 지지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는 윤 후보가 더 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채 교수는 “초박빙 구도로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표심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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