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26

2016.02.24

커버스토리 | 핵무장 · THAAD 실효성 논란

“아직 셈을 시작도 안 했는데…”

예비역 패트리어트 운용장교가 본 사드 논란

  • 김수빈 객원기자 subinkim@donga.com

    입력2016-02-22 17:2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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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효성 있지만 우리 부담 아직 불분명…‘공론화’는 이제부터
    결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는 눈앞에 다가온 현실이 됐다. ‘미국과 대한민국은 증대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고자 한미동맹의 미사일 방어 태세를 향상하는 조치로서,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공식 협의의 시작을 한미동맹 차원에서 결정했다.’ 2월 7일 발표된 주한미군 사드 배치 관련 한미 공동발표문의 내용이다.
    기자는 공군 방공포병 장교로 복무하면서 MIM-23 호크 지대공미사일과 MIM-104 패트리어트 지대공미사일, 그리고 여단급 방공포병 지휘통제체계(AN/TSQ-73) 운영 등의 직책을 수행했다. 공군의 패트리어트 체계 도입을 직접 경험한 것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컸다. 도입 사업 과정에서 목격한 부조리는 전역 후에도 안보 및 방위사업에 대한 관심을 경주하게끔 했다. 또한 국내에서 최초로 실시한 패트리어트 운용장교 교육을 받으면서 패트리어트 체계 제조사인 레이시언(Raytheon) 소속 군 출신 교관, 엔지니어들과 직접 교류하며 미사일방어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사드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누구도 운용해보지 못한 무기체계다. 실전에서의 운용 사례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사드가 필요해지는 실제 상황이 온다면, 다시 말해 중·장거리 탄도탄이 날아드는 상황이 온다면 그것은 아마도 제3차 세계대전에 준하는 파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사드는 한반도 배치 관련 논의가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다. 기자는 군 복무 중 우연한 기회에 미사일방어를 다루게 됐고 전역 후에도 꾸준히 관심을 이어온 사람으로서 작금의 논의를 되짚어보려 한다.



    MD의 본질적 한계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계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이를 먼저 인정하지 않으면 사드는 물론이고 앞으로 도입을 고려하게 될지도 모를 어떠한 체계에 대해서도 이성적인 논의가 불가능하다.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 반드시 사드 체계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판단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오히려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는 근거가 될 수도 있다.
    탄도탄은 발사부터 목표에 타격을 가할 때까지 통상적으로 세 단계로 나뉘는 비행 과정을 거친다. 발사 직후 추진력을 받아 상승하는 상승 단계, 목표지역으로 향해 날아가면서 탄두가 분리되는 (장거리 탄도탄의 경우 이 과정에서 대기권을 벗어난다) 중간 단계, 그리고 목표지점을 향해 낙하하는 종말 단계가 그것. 공군이 보유한 패트리어트는 물론이고, 현재 논의 중인 사드는 모두 이 종말 단계에서 낙하하는 탄두를 요격하는 체계다(그림 참조).
    낙하하는 탄두의 속도는 매우 빠르다. 패트리어트 운용장교 교육을 받던 당시 교관들은 ‘상대방이 내게 쏜 총알을 내가 쏜 총알로 맞히는 격’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사실 ‘총알’의 비유는 과소평가다. 낙하하는 탄두의 속도는 음속의 10배가량으로, 발사된 탄환의 속도보다 2~3배 더 빠르기 때문. 이는 두 가지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하나는 요격이 어렵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에게 판단할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탄도탄처럼 빠르게 낙하하는 위협에 대해서는, 패트리어트의 경우 첫 번째 요격 시도가 실패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는 패트리어트보다 높은 고도에서 첫 번째 요격을 시도하고, 그것이 실패할 경우 패트리어트로 한 번 더 요격을 시도하는 ‘2단계(2-tier) 중첩 미사일방어’를 위해 사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패트리어트와 사드의 최대·최소 요격 가능 고도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여기서 정확한 수치를 인용할 수 없으나, 사드의 최소 요격 가능 고도는 40km(최대 150km) 정도로 추정되며 패트리어트의 최대 요격 가능 고도는 ◯◯km로 여기에 크게 못 미친다. 사거리 300km가량의 스커드-B 미사일의 탄도가 정점에 이를 때 고도가 90~100km임을 고려하면 사드 도입은 2단계 중첩 마시일방어라는 측면에서 충분히 효과가 있다.



    청와대는 막아도 민간인 피해는 못 막을 수도

    그러나 패트리어트와 사드 모두 요격 개념에 의한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고속으로 낙하하는 탄두를 요격하기란 그 자체도 어렵지만, 성공하더라도 완전히 탄두를 파괴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방어지역 바깥에도 국민은 산다. 탄두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하면 결국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패트리어트 운용장교 교육을 받던 당시 이런 문제를 제기하자 초로의 미군 출신 교관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하지만 우리 임무는 중요한 지역을 방어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이를 부정할 수는 없었다.
    미군과 제조사 레이시언 측은 탄두를 완전히 폭발시키는 것뿐 아니라, 탄두를 완전히 파괴하지 못했더라도 탄도를 바꿔 방어지역에 떨어지는 걸 막았을 경우에도 ‘임무상 요격 성공(mission kill)’이라는 개념으로 ‘요격 성공’의 범주에 포함한다. 만약 핵탄두나 생화학탄두가 청와대 또는 서울 용산기지에 떨어지는 것을 막았더라도 다른 민간인 거주지역에 떨어진다면 과연 우리는 이를 용인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처럼 인구밀집도가 높은 나라에서?
    이러한 문제는 종말 단계 요격의 근본적인 한계에서 기인하는 것이지만, 단지 기술력이나 시험 환경만 탓할 것은 아니다. 상승 단계나 중간 단계에서의 요격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 기자는 한반도 전장의 특성상 (비록 미국에서는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으나) 상승 단계 요격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고 공군 방공유도탄사령부에서 발간하는 저널에서 제안한 바 있다. 상승 단계에서는 아직 우리 영공 내로 진입하기 전이므로 설령 완전한 파괴에 실패했더라도 우리 측 피해를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비슷한 개념의 요격체계 개발 연구를 미국과 이스라엘이 1990년대 초·중반에 진행한 사례도 있다.
    사드 배치가 북한의 탄도탄 위협에 대한 방어 능력을 증진해줄 것은 ‘기술적’으로 사실이다. 그러나 사드 배치로 우리가 어떤 부담을 져야 하는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사드 배치 가능성에 대한 보도는 오래전부터 나왔지만 정부는 ‘3NO’(미국의 요청도 없었고, 협의도 없었으며, 결정된 바도 없다)로 일관하며 공론장에서의 논의조차 차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야 북한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사드 배치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벌써부터 전북 군산이나 대구에 배치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들려온다. 우리가 받아들 ‘영수증’에 얼마가 찍혀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특정 지역이 배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사드 배치의 ‘공론화’는 이제 시작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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